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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원조 이상민 "하다하다 위장탈당 별짓…국민만 골병"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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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하다 하다 안 되니 이젠 별짓을 다 한다. 그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에 대해 “민주당의 기반과 가치는 물론, 한국 정치와 국회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이던 민 의원이 무소속 몫 안건조정위원이 되려고 탈당한 것에 대해 “소수가 반대하더라도 일정 기간 반대 의견을 경청하고 숙의하라는 제도가 안건조정위원회”라며 “그런 걸 깡그리 무시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17대 국회 때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로 배심원제 등 사법개혁을 주도했고, 2019년엔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사법·검찰 개혁 전문가다. 그런 이 의원도 전날 민 의원의 탈당엔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20일 페이스북)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2년 전 이뤄진 검·경 수사권은 씨를 뿌리고 막 싹이 난 상태라 아직은 거름과 물을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수사·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달려드는 건, 싹을 빨리 자라라고 잡아당기다 죽여버리는 발묘조장(拔苗助長) 같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형배 의원 탈당이 왜 문제인가.
“숙의 민주주의를 담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를 형해화 시켰다. 겉모습만 안건조정위를 만들고, 껍데기만 남는 것으로 전락시켰다. 게다가 당이라는 것도 언제든지 나갔다가 다시 오겠다는 것 아닌가? 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당내 강경파는 민 의원에 대해 ‘검찰개혁을 위해 희생했다’고 평가한다.
“국민 입장에선 이게 독립운동인가? 그냥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하다 하다 안 되니 어떤 방법(양향자 의원 법사위 배치)을 써보고, 그게 틀어지니까 (탈당이라는) 또 다른 거로 변통한 것이다. 목적을 위해 어떤 방식이든 정당화한다는 얘기인데, 심하게 말하면 나치도 그렇게 등장했다. 수단·방법을 마구잡이로 무시했을 때 골병드는 건 국민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검수완박 법안의 내용은 어떻게 보나.
“2년 전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이) 어렵게 절충한 타협안인데, 그걸 또 전면적으로 바꾸자고 하니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을 때 수사를 맡을 기관은 어떻게 할 것이냐, 그걸 경찰이 할 경우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필요한데, 그런 점이 부족하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일단 개문발차(開門發車)하고, 나중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국민의 인권과 관련되는 형사법 기본 체계를 개문발차 식으로 하겠다는 것이 조급증이다. 어떤 것에 조급증을 갖게 되면 평정심을 잃고 사리 분별력을 잃는다. 하고자 하는 목적은 못 이루고, 고장 난 시계태엽이 엉킨 것처럼 손도 못 대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검수완박 당론 채택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도대체 누가 만장일치라고 하는지…. 의원총회에서 보니 상당수 의원이 반대했다. 당시 박홍근 원내대표가 마무리 발언 때 ‘이것 때문에 제가 원내대표가 됐는데 이걸 안 할 수 없다. 당론으로 정해서 시간을 정해놓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하던 의원들도 어떻게 해야 하나 머뭇거리는 사이에…. 만장일치는 분명히 아니었다.”

숙의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이 의원도 정쟁의 한 복판에서 놓인 일이 있다. 2019년 4월 29일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과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때였다. 자정 가까이 진행된 회의에서 이 의원이 신속처리안건 지정 투표 개시를 선언하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게 날치기다”, “독재 정권 규탄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2019년 4월 29일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한 국회 사법개혁특위 회의에서 이상민 당시 위원장(왼쪽)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19년 4월 29일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한 국회 사법개혁특위 회의에서 이상민 당시 위원장(왼쪽)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3년 전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사보임 논란이 있었다. 그때와 지금은 뭐가 다른가?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의결은 180일 동안 숙의하자는 취지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당시 얘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그도 수사·기소 분리에는 동의했다. 그래서 패스트트랙에 올리면 접점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또 그때 이뤄진 사보임은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특정 위원의 입장이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 원내대표가 당의 입장에 따라 위원을 조정한 경우였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민주당 의원 대신 넣은) 이번 사보임과는 전혀 다르다”
이번 검수완박 법안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단 여야의 태도와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한쪽은 ‘반드시 관철’, 다른 쪽은 ‘절대 반대’ 이렇게 대립하면 접점이 없다. 그래서 국회의장 역할이 중요하다. 박병석 의장이 미국 순방 일정도 취소하고 협상을 권유하고 있지 않나? 잘하신 거고, 좀 더 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권을 발동해서 양쪽에 다 얘기해야 한다.”
4월 임시국회 내 가능하겠나.
“2~3일 내지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다 전문가인데, 뭐가 되고 안되고 얘기하면 다 된다. 예컨대 김오수 검찰총장이 언급했던 수사지휘권 부활이 수사·기소 분리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 접점을 끌어내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각 당 지도부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모두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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