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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아나운서 코스 20일 만에 뗐다, 환각증세 앵커 된 천우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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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일 개봉하는 영화 '앵커'는 자신의 죽음을 제보하는 한 여성의 전화 이후 의문의 사건에 휘말리는 스타 앵커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배우 천우희가 주연을 맡고 이혜영이 애증의 관계인 엄마, 신하균이 제보자의 정신과 주치의 역할로 출연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0일 개봉하는 영화 '앵커'는 자신의 죽음을 제보하는 한 여성의 전화 이후 의문의 사건에 휘말리는 스타 앵커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배우 천우희가 주연을 맡고 이혜영이 애증의 관계인 엄마, 신하균이 제보자의 정신과 주치의 역할로 출연했다.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천우희(35)가 주연을 맡은 두 편의 스릴러 영화가 잇달아 개봉한다. 의문의 사건에 휘말리는 뉴스 앵커가 된 ‘앵커’(20일 개봉), 학교폭력 문제로 기로에 선 기간제 교사가 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7일 개봉)다. ‘앵커’는 신인 정지연 감독의 저예산 장편 데뷔작으로 그가 단독 주연했고, 김지훈 감독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엔 배우 설경구‧오달수 등 묵직한 베테랑이 대거 뭉쳤다. 두 작품 모두 보는 시선에 따라 180도 다르게 해석되는 천우희 특유의 도화지 같은 얼굴을 십분 활용했다.

영화 ‘앵커’ ‘니 부모…’ 일주일차 개봉 #"밀도높은 작품 좋아해…여성 서사 갈증" #

“내 죽음 보도해달라” 벼랑 끝에 몰린 앵커

특히 ‘앵커’에서 그는 매 장면을 날 선 긴장감으로 채우며 주연급 존재감을 입증했다. 그가 연기한 스타 앵커 세라는 생방송 직전 의문의 여성으로부터 자신의 딸이 살해됐고 자신도 곧 살해될 거라며 직접 보도해달라는 제보 전화를 받는다. 완벽주의 엄마 소정(이혜영)은 딸 세라에게 특종을 잡으라고 몰아붙인다. 홀로 제보받은 주소로 찾아간 세라는 집안에서 숨진 모녀를 발견하고 이후 기이한 환각증세에 시달린다.

13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천우희는 “스릴러를 꽤 했는데 밀도 높은 작품을 좋아한다”면서 완성된 영화에 대해 “시나리오보다 긴장감이 커진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앵커'에서 그는 이혜영과 팽팽한 모녀 연기 대결을 펼친다. 영화 ‘곡성’(2016)에서 그가 겨룬 상대역 황정민, ‘우상’(2019) 설경구와의 호흡 못지않다.

6개월 아나운서 코스 20일만에…과감한 욕망 펼쳐

영화 '앵커' 홍보 포스터.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앵커' 홍보 포스터.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관객이 납득할 만한 앵커의 모습에 대한 압박도 컸다. 6개월 과정 아나운서 강의를 촬영 전 20일 만에 속성으로 익혔다고 한다. KBS 출신 김민정 아나운서의 도움을 받아, 하루 3~4시간 녹음된 뉴스 원고를 따라 하며 억양을 고쳐갔다. “감독님이 처음에 제가 좀 어려 보여서 당황하셨어요. 화장을 성숙하게 하고 헤어도 단발로 잘랐죠.”

세라는 평생 엄마가 못 이룬 꿈을 대신 강요받아왔다. 천우희는 “틀에 갇힌 인물로 보이면서 내면 심리까지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세라가 그저 정신병적으로 보이진 않길 바랐다. 야망, 성취욕, 애정욕구가 더 크게 발산돼야 인물의 당위성이 생길 것 같아서 다른 작품들보다 감정의 기승전결을 명확히 나눴다”고 설명했다.

“‘앵커’ 속 사랑과 집착이 더 현실적 모녀 관계”

천우희는 안면이 없던 시절부터 이혜영(사진)의 연극을 여러편 봤다고 팬심을 고백했다. 이혜영은 이번 작품으로 만난 그에 대해 “모든 것을 포용하는 힘이 느껴져서 모두의 언니이자 어른 같았다”고 영화사에 소감을 전했다. .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천우희는 안면이 없던 시절부터 이혜영(사진)의 연극을 여러편 봤다고 팬심을 고백했다. 이혜영은 이번 작품으로 만난 그에 대해 “모든 것을 포용하는 힘이 느껴져서 모두의 언니이자 어른 같았다”고 영화사에 소감을 전했다. .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모녀가 함께한 장면은 이혜영과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닌데 구상한 이미지가 자연스레 연결돼 “교감이 짜릿했다”고.
천우희는 실제 자신은 “어머니가 걱정이 많으셨다. 저 스스로도 그 틀 안에 갇혀 산 게 있다. 걱정 끼치기 싫어서 착한 딸로 컸는데 그 감정 역시 사랑이었다”면서 기존 영화·드라마 속 모성애가 넘치는 단면적 묘사보다 ‘앵커’ 속 모녀의 사랑과 집착이 더 현실적이라고 짚었다. “마지막 장면이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였어요. 결국은 사랑이라는 것, 모든 파멸 뒤에 새롭게 탄생하는 마지막이 좋더라고요.”

‘니 부모…’ 남자 교사 역, 설경구가 천우희 추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설경구가 천우희를 제안하며 출연이 성사됐다. 원작인 일본 희곡에선 남자였던 교사 역으로, 학폭 가해자들의 민낯을 들춰내는 중요한 역할이다. 천우희는 국내 공연된 동명 연극을 봤던 터라 원작 느낌을 간직하고 싶다는 이유로 처음엔 고사했다. 설경구가 전화로 재차 부탁하면서 마음을 돌렸다. 김지훈 감독은 천우희에 대해 “연출 의도를 잘 파악하고, 길이 막힐 때 내비게이션 같은 역할을 해줬다”고 전했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교폭력에 희생당한 한 학생이 편지에 남긴 4명의 가해자 부모들이 사건을 은폐하려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천우희는 학교와 학생, 학부모 틈에서 갈등하는 기간제 교사 역할을 맡았다. [사진 마인드마크]

27일 개봉하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교폭력에 희생당한 한 학생이 편지에 남긴 4명의 가해자 부모들이 사건을 은폐하려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천우희는 학교와 학생, 학부모 틈에서 갈등하는 기간제 교사 역할을 맡았다. [사진 마인드마크]

스코세이지‧코티아르 극찬 천우희 “여성 서사 갈증”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한 천우희는 밀양 중학생 집단 성폭행 실화를 그린 독립영화 ‘한공주’(2014)에서 주연을 맡으며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배우 마리옹 코티아르도 그를 극찬했다. 이후 사회파 영화 ‘카트’(2014)에서 마트에서 일하는 88만원 세대, 인권영화 ‘메기’(2019)의 물고기 메기 목소리, 판타지 멜로 ‘어느날’(2017)의 시각장애인 등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넘나들었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싫어해서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는 그는 “여성 서사에 대해 세밀하게 쓰고 연출할 수 있는 분들이 더 많이,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배우로서 꼭 여성 서사가 우선순위는 아니지만, 항상 갈증이 있죠. 이번 작품이 잘 돼서 다음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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