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가 15일 ‘한국영화산업 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발생 3년차, 한국영화산업이 처한 위기와 현황을 점검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사진 영화진흥위원회]](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4/19/ddc4df44-c627-4c2d-9b5f-7ab73056a83c.jpg)
영화진흥위원회가 15일 ‘한국영화산업 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발생 3년차, 한국영화산업이 처한 위기와 현황을 점검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사진 영화진흥위원회]
생사의 갈림길에 선 영화계가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폐지로 ‘포스트 코로나’를 맞았지만, 붕괴한 생태계를 복구하려면 “당장 심폐소생이 시급하다”면서다. 지난 15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주최 ‘한국영화산업 위기상황 극복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고사 상태인 영화계 상황을 점검하고 제작·배급 지원과 세제 혜택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한국 영화계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4관왕의 영예를 안았고, 그해에만 천만 관객 영화가 5편 나오며 역대 최고 극장 매출을 기록했다.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코로나가 3년째 접어들며 신규 투자가 안 될뿐더러 나와 있던 개발비도 투자자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신인 감독들은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15일 ‘한국영화산업 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발생 3년차, 한국영화산업이 처한 위기와 현황을 점검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사진 영화진흥위원회]](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4/19/27641da9-1745-47ac-883e-3672e7b232a0.jpg)
영화진흥위원회가 15일 ‘한국영화산업 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발생 3년차, 한국영화산업이 처한 위기와 현황을 점검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사진 영화진흥위원회]
전 세계 극장가가 활로를 모색하는 가운데, 한국의 시장 회복이 유독 더디다. 제작·수입·배급사 스튜디오디에이치엘 이화배 이사가 제시한 영진위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 주요 10개국 극장 매출 회복 순위를 보면, 한국은 지난해 매출 규모가 2019년의 30.1%(회복률)였다. 미국(39.2%)에 이어 9위다. 1위 중국(73.7%), 2위 일본(71.6%)의 절반도 안 된다.
여기엔 한국 영화 점유율이 높은 점이 한몫했다. 한국 영화는 제작비가 수십 배인 할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국내 시장을 이끌었고, 코로나19 이전에는 50% 넘는 점유율을 유지했다. 코로나19로 한국 대작 개봉이 급감하자 매출 절벽에 부딪혔다. 영진위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총제작비 100억원 이상인 한국 영화의 실질 개봉은 4편이다. 2019년은 17편이었다. 또 지난해 한국 영화 점유율은 30.1%로 영진위가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다.

코로나19 전후 주요국 극장 매출 회복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극장 매출이 한국 영화산업 총 매출의 80%일 만큼 비중이 큰 것도 느린 회복의 이유다. 홈비디오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든 1990년대 말 멀티플렉스 시대가 열리면서 한국 영화와 극장산업은 동반 성장했다.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한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OTT)이 영화 산업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 영화산업은 창작·제작·투자·배급·마케팅·극장의 순환 구조인데, OTT는 플랫폼과 창작·제작자의 양자구도라는 것이다.
곽신애 대표는 한국 영화 시장이 확장되려는 시기에 코로나19가 시작됐음을 강조했다. “한국 영화가 20~30년간 고군분투해서 쌓은 실력이 꽃피어 드디어 제대로 세계로 나가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팬데믹이 시작됐다”며 “‘영화 못 하면 OTT 하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영화계는 생태계는 어느 한 곳이 막히면 병드는 순환구조”라고 했다. NEW 영화사업부 김재민 대표는 “2년 전 쓴 자금이 회수가 안 된다”며 “많은 스태프, 종사자가 2년간 임금을 못 벌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18일부터 영업시간과 거리두기가 완화됐고, 25일부터는 영화관에서 팝콘 등을 취식할 수 있지만,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멀티플렉스 계열사가 있는 CJ ENM 작품의 경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만든 한국영화 ‘브로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오는 6월 개봉한다. 영화관이 없는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지난해까지 극장 개봉을 준비하던 순제작비 100억원대 액션 대작 ‘야차’는 최근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CJ ENM영화콘텐트사업국 조영용 국장은 “올여름이 영화 시장 회복을 위한 마지막이자 절호의 기회다. 여름 대작 (관객 동원을 위한) 캠페인도 필요하지만, 이후 중소 영화도 개봉을 지원해야 좋은 흐름이 이어져 겨울 대작 개봉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멀티플렉스 극장 CJ CGV 조성진 전략지원 담당은 “한국은 영화의 극장 비중이 높아 극장을 계속 열면서 유지하려는 노력했는데, 2020년 3900억, 2021년 2500억원 정도 적자가 났다”며 “극장은 임대료가 가장 큰데, 대기업이란 이유로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극장만 살면 한국영화가 사느냐. 그나마 푸는 영화도 스크린을 독과점해, 작은 영화는 계속 어렵다”(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며 스크린 독과점 규제를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사자성어 ‘만시지탄’이 거듭 언급됐다. 영진위원인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 김동현 본부장은 “한국영화가 2년간 망가졌지만, 복구는 5~6년 갈 수 있다. 추가 지원이 없으면 지금까지 해온 것도 원점으로 돌아갈 상황”이라며 “조금만 ‘마중물’처럼 힘을 실어주면 선순환이 돼 자금이 돌 거다. 정부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