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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韓 성장률 전망 2.5%로 하향...커지는 고물가·저성장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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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 전망보다 0.5%포인트 낮춘 2.5%로 제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0.9%포인트나 올려 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 경제에 남긴 상처가 점점 아물고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원자잿값 상승이 상처를 다시 벌리고 있다.

이번 전망은 IMF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처음으로 반영한 전망으로, 최근 주요 기관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와 무디스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각각 2.7%로 전망했고, S&P는 2.5%로 예측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 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는 아직 공식 전망치를 수정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주요 기관의 전망 등 최근 거시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보고했다.

주요 기관 2022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요 기관 2022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IMF의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올해 2%대 '저성장', 4%대 '고물가'에 접어든다. 성장이 둔화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음 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쓰러진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부양책을 펴야 하는 동시에 물가를 자극해서는 안 되는 딜레마에 빠졌다.

물가 급등의 주요인은 한국이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 변수가 원인이다. 이 때문에 물가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는 금리 인상이 현실적으로 유일하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최대 50조원에 이를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난제’다. 수십조원의 돈이 시중에 풀리면 물가 상승 압박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물가 잡기에 나서는데, 오히려 정부는 재정을 풀어 물가를 자극하면 정책 효과가 상충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인수위에서는 추경 규모를 35조원대로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만큼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지원 효과는 약해지기 때문에 인수위도 고민이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추경은 물가를 감안해 시차를 두고 분산 편성하고, 전반적인 정책 운용은 경기 진작보다는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은 조기 진화하지 않으면 잡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약간의 성장률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물가를 먼저 잡아야 한다고 본다”며 “성장률과 물가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중앙은행과 정부가 진짜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도 3.6%로 1월 대비 0.8%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미국(4%→3.7%), 유로존(3.9%→2.8%), 일본(3.3%→2.4%), 영국(4.7%→3.7%), 중국(4.8%→4.4%) 등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35%, 러시아는 –8.5%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IMF는 전망을 수정한 이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재정정책 ▶중국의 성장 둔화 ▶코로나19 영향 등을 들었다. 앞서 전날 세계은행(WB)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에서 3.2%로 수정한 바 있다.

IMF는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은 직전 전망보다 1.8%포인트 오른 5.7%로 예측했다. 신흥국은 2.8%포인트 올려 8.7%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IMF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의 경기 하방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망 교란 등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처럼 간접적인 영향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국제유가와 식품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난민이 계속 발생하는 사회적 불안 상황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가 계속되고 각국의 금리 인상과 부채 부담 증가도 우려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IMF는 각국의 재정 당국에 재정건전성 확보를 주문했다. 다만 IMF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 취약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을 축소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에 관해서는 각국이 기대인플레이션 관리를 중심으로 정책을 펴고, 선진국의 통화 긴축에 대응하기 위해 신흥국은 금리 인상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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