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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단체 예약” 반가운 목소리, 2년 만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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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첫날인 18일 경기도 김포의 한 차고지에서 관계자가 관광버스에 번호판을 붙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첫날인 18일 경기도 김포의 한 차고지에서 관계자가 관광버스에 번호판을 붙이고 있다. [뉴스1]

18일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의 한 중국요리집 앞에는 오전 11시부터 20~30대 고객이 줄을 섰다. 이 식당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이 날에 맞춰 연예인 화보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종로 피맛골의 한 부대찌개 가게에는 ‘대기 손님은 반대편 입구’라고 적힌 팻말이 내걸렸다. 식당 점원은 “출근하는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점심 대기 시간이 30분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경찰서와 서부지방검찰청 주변에서 7년 동안 한식당을 운영했던 목선이(60)씨는 이날 점심시간을 앞두고 “20명 이상 단체 예약 문의 전화가 몇 통 왔다”며 “지난 2년 동안 힘들게 보낸 시간이 오늘 날아가는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종로 보신각터 근처에서 24시간 횟집을 운영한 한 자영업자는 ‘야간 홀·주방 구함’이라는 공고문을 가게 앞에 내걸었다.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일할 서빙 직원과 주방 보조 인력을 구하기 위해서다. 2008년부터 식당을 운영해온 그는 “당장 오늘부터 24시간 가게 문을 열어놔야 소문이 퍼지면서 고객이 찾아온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날 오후 5시쯤 찾은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 야외 노상 자리는 이미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외국인이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노가리 골목의 한 매장 직원은 “날씨도 풀린 데다 10명 이상 모임이 가능해지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엔 앉을 자리 없어

이날 밤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밤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식당·영화관·헬스장 등 일상의 현장 곳곳을 제약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식당은 10명이 넘는 대규모 단체 손님을 받을 수 있고 영업 제한 시간이 없어지자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거리두기 해제가 잘 안착하면 민간 소비가 빠르게 반등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스포츠·여가업, 운송업 분야에서 민간 소비가 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벽 시간대 인력을 구하기 힘든 데다 재료값이 올라 당장 심야 영업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가게도 있다. 1937년부터 3대째 해장국 가게를 이어 온 최준용(53) 청진옥 사장은 “인건비가 크게 상승한 데다 식용유부터 시작해 재료 가격이 모두 뛰었다”며 “차츰차츰 영업시간을 늘리면서 24시간 영업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거리두기가 전격적으로 해제되면서 아직 안정기에 들어서지 않은 코로나가 재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종로의 한 중식당에서 영업차 4명이 모여 점심식사를 한 유통업계 김모(45) 부장은 “확진자 수가 줄었다는데 아파도 검사를 안 받고 견디거나 증상이 없는 사람들까지 고려한다면 안심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당분간은 거리두기가 시행될 때처럼 조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기업에선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 완연했다. 전원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한 기업도 여러 곳이었다.  코오롱그룹과 GS리테일, 포스코건설,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사무실 출근 체제로 전환했다. 재택근무 ‘종료’를 명확히 한 것이다. 한 대기업의 차장급 직원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거점오피스도 있지만 윗사람이 자꾸 찾기 때문에 별수 없이 본사로 출근했다”며 “주 1회 정도는 재택근무를 유지하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중공업그룹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약 2년간 부서·시기별로 30~50%의 인력이 반드시 재택근무하도록 했던 지침을 자율 시행으로 바꿨다.  패션기업 LF는 ‘자율성에 기반한 전원 출근’ 체제를 하기로 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도 출근율 제한(최대 50%)을 이날 해제했다. SK 관계자는  “다만 주말 연휴 이후 출근 전 자기진단 검사와 문진은 계속 시행한다”고 말했다.

기업들, 전원 출근-재택 유지 갈려

구인 공고가 붙은 서울 홍대 인근 식당. [뉴시스]

구인 공고가 붙은 서울 홍대 인근 식당. [뉴시스]

재택근무 비율을 완화한 기업도 많다. LG전자와 신세계백화점은 재택근무 비율을 기존 50%에서 30% 이하로 완화했다. LG전자는 대면회의, 사내 행사, 회식 인원수 제한도 해제했다. 기존에 출입을 자제시키던 외부 방문객의 사무실 출입을 허용하고, 해외 출장도 외교부가 지정한 위험국가가 아니면 허용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5일부터 재택근무 비율을 낮출 예정이다. 부서별로 절반이 집에서 근무하고 절반이 출근하는 2교대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이날부터는 재택근무 비율을 30%로 조정한다. 출장·교육·회의 지침은 18일부터 달라졌다. 그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직원만 가능했던 국내 출장을 전면 허용했다.

여전히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만큼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삼성전자는 재택근무 비율 50%를 일단 유지한다. 다만 금지하던 회식은 10명 이내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바꿨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도 재택근무 30% 비율에 대해 변동사항은 없다.

금융권도 재택근무와 분산근무를 유지 중이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은행 영업점은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 운영(오전 9시~오후 4시→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했었는데, 근무시간 정상화는 산별노조 협의 건이라 결과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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