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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러의 자존심…미 “푸틴, 핵 쓸 가능성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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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14일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함의 침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존심이 손상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CNN이 16일(현지시간) 지적했다. CNN은 미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이 사건으로 푸틴 대통령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대함·대공 미사일 등을 갖춘 순양함 모스크바함의 침몰은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순양함 제너럴 벨그라노함이 격침된 이래 40년 만에 가장 큰 전시 손실로 평가된다. 침몰 전날인 지난 13일 우크라이나는 자국군이 발사한 대함 미사일 넵튠 두 발이 모스크바함에 명중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14일 침몰을 발표하면서 탄약고에서 발생한 원인 미상의 화재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15일 모스크바함이 미사일을 맞은 뒤 침몰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러시아 기함 ‘모스크바호’ 침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러시아 기함 ‘모스크바호’ 침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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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5일 CNN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푸틴 대통령이 전술 핵무기나 화학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러시아의 핵 사용을 우려했다. 이날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가 지금까지 군사적으로 직면한 좌절과 잠재적인 절망을 고려할 때, 우리 중 누구도 전술 핵무기 또는 저위력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7주간의 전쟁 중 백악관에서 이런 우려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은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 14일 발트해 지역 핵무기 배치를 경고했다.

다만 러시아의 핵 관련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번스 CIA 국장은 “푸틴이 핵 위협을 자주 가했지만, 지금까지 그런 움직임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군사적 배치나 무기 이동의 실제적 증거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 공격에 초음속 전략폭격기 TU-22M을 동원했다. 이날 우크라이나군 남부 작전사령부는 “흑해에서의 손실에 격분한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미사일 위협을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함 침몰 뒤인 15일 넵튠 미사일을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시설을 공습했다. 이날 러시아의 키이우 공습은 이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한 지 2주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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