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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핵심은 부칙 2조…검찰이 하던 정권수사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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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 법 시행 당시 검찰에(서) 수사 계속 중인 사건은 해당 사건을 접수한 지검 또는 지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경찰청이 승계한다.”

박홍근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72명 전원이 지난 15일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부칙 2조’ 내용이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골자로 한 개정안에 소급 적용 단서를 조문화했다. 통상 법 시행 이전의 사항은 현행법에 근거해 유지하도록 두는 것이 일반적(법률 불소급의 원칙)이다. 그런데 개정안의 내용은 이미 검찰이 수사하는 사항이라도 지방경찰청으로 넘겨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진짜 이유가 부칙 2조에 숨어 있다”(조수진 의원)고 지적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15일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검수완박’ 입법 추진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국회에 들어서는 김 총장. [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15일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검수완박’ 입법 추진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국회에 들어서는 김 총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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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계획대로라면 개정안은 4월 국회에서 처리돼 5월 3일 국무회의 공포를 거쳐 8월부터 시행된다. 3개월 유예기간(부칙 1조) 안에 처리되지 못한 사건은 모두 경찰로 넘어간다. 발의 직후 최강욱 의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검찰이 진행한 6대 범죄 수사가 4000~5000건에 불과하다. 이를 경찰에 이관하는 데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이럴 경우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월성원전 수사,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현 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중단되고 경찰이 맡게 된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스타항공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전주지검이 수사 중인 이스타항공 사건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오는 8월이면 전북지방경찰청에서 수사를 맡게 된다. 이 사건은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차명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의심받는 태국 항공기 회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를 특혜 취업시켰다고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취업 특혜 의혹은 서씨가 문 대통령의 딸 다혜씨와 부부 관계였던 2018년 있었던 일로, 최근 둘은 이혼했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증거가 태국에 있다”는 이유로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지만 정부가 바뀌면 즉각 기소중지가 풀릴 거란 전망이 많았다.

게다가 전주지검이 전북경찰청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보완수사 등을 강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검찰의) 시정조치 요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에게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현행법 197조의3 5항)라는 내용도 개정안에서 삭제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법 개정의 숨은 의도는 대부분 부칙에 숨어있다”며 “(부칙 2조는) 검수완박의 진짜 의도는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막겠다는 것임을 대내외에 당당히 공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영수(헌법학)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수사 사건을 공포 3개월 만에 경찰로 모두 넘기게 되면, 상당 기간 수사 공백은 불가피하다”며 “이첩된 사건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존에도 경찰은 검찰이 수사하는 대부분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며 “역량에 대한 비판은 섣부르며, 보완할 사항이 있다면 추후 얼마든지 보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부칙 2조가 법률 불소급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엔 “법안 자체가 이미 검찰 수사의 이관을 전제로 하기에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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