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한국 해외펀드 투자 20조원 시대 … 수익률 살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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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수탁액이 크게 늘어난 것이 한몫했다. 세계적 증시 조정으로 외국회사가 설정한 역외 펀드 판매는 주춤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신한BNP파리바투신 등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펀드 마케팅에 나섰다. 9일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투자 펀드(국내외 혼합투자펀드 포함) 설정액만 12조원이 넘는다. 해외 펀드 20조원 시대의 세계 주요 국가별 수익률 기상도를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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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남미 웃고 일본.한국 울고=올 들어 지금까지 중국 펀드 투자자들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세계적인 펀드 평가사인 리퍼 글로벌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세계에서 펀드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중국이다. 증시 상승률(상하이거래소 60%)이 워낙 높다 보니 중국 투자 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덩달아 44.63%로 높았다. 홍콩.대만.싱가포르 등을 아우른 중화권 펀드 평균 수익률도 30%를 넘어섰다.

인도 펀드 투자자도 괜찮았다. 한때 1만2000선을 넘다 한 달 만에 1만 아래로 급락한 탓에 투자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지만 최근 다시 상승해 32.54%의 수익률을 올렸다.

국내 투자자들에겐 낯설지만 남미 이머징마켓 펀드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성적(29.5%)도 좋으려니와 최근 3년 수익률로는 중국보다 낫다. 중국은 2004년과 2005년엔 한 자릿수 수익률에 머물렀지만 남미 이머징마켓은 3년 연속 두 자릿수 수익률을 냈다. 29.1% 수익을 올린 스페인 펀드를 비롯해 스위스와 독일.이탈리아.프랑스.영국 등 유럽 국가에 투자한 펀드들도 모두 두 자릿수대의 고수익을 올렸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일본은 저조했다. 증시는 0.19%로 간신히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일본 투자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2.84%를 기록, 전 세계 펀드 중 바닥권이었다. 특히 일본 중소형주는 하락폭이 커 관련 펀드는 원금을 20.41%나 까먹었다. 한국 투자 펀드는 3.44%로 가까스로 원금을 지키긴 했지만 지난해 성과(66.68%)에 크게 못 미쳤다.

◆절반의 성공 거둔 해외 펀드 투자=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지역은 중국이다. 올 초만 해도 중국 투자 비중은 크지 않았으나 중국 증시 활황에 힘입은 '묻지마 투자'가 집중되면서 현재 해외 펀드 투자액의 21.18%를 차지, 1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브릭스 지역 펀드를 포함하고 있는 글로벌 이머징 펀드와 아시아.태평양 펀드 내의 중국 투자 금액까지 포함하면 중국 투자가 단연 압도적인 셈이다. 가장 많은 투자금액이 몰린 중국 펀드 수익률이 높은 만큼 해외펀드 투자자들도 그만큼 높은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13.89%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 투자처인 일본 펀드의 성적이 워낙 나빠 해외 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은 많이 까먹었다. 게다가 남미 이머징마켓 투자 비중은 1.56%로 크게 낮아 전체 수익률을 높이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우현섭 펀드 애널리스트는 "해외 펀드는 특정 운용사의 마케팅 능력에 따라 투자 지역의 쏠림 현상이 심하다"며 "전 세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펀드가 개발돼야 투자 위험을 적절히 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해외 펀드=크게 역외 펀드와 해외 투자 펀드로 나뉜다. 역외 펀드는 외국 자산운용사가 한국을 비롯한 해외 각국에서 모은 자금으로 전 세계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를 가리키며, 해외 투자 펀드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국내에서 모금한 돈으로 외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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