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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청문회 7대 기준, 코미디 아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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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4호 31면

한경환 총괄 에디터

한경환 총괄 에디터

‘검수완박’ 국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복심(腹心)’ 혹은 ‘분신(分身)’이라 불리는 최측근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전격 발탁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172석의 거대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벼르며 격앙돼 있다.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 대 강 ‘치킨게임장’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검증하겠다. 하나하나 파헤쳐 보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한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겠다는 결의가 곳곳에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철저하게 뒷받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첫 국회 인사청문회
야당 되는 민주당 ‘송곳 검증’ 별러
7대 기준 미흡하면 임명철회해야
여야 공히 역지사지해야 정치 발전

5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17년 5월 31일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 106명은 민주당 문재인 정부의 이낙연 초대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투표에 불참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많은 의혹이 제대로 소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동의해 줄 수는 없다”며 “문 대통령은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안건을 상정하려 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이게 협치입니까” “똑바로 해” “인준하려면 하세요”라고 외친 뒤 퇴장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부적격 3종 세트’로 규정하고 불가원칙을 고수했다. 정 원내대표는 “청문 과정에서 숱한 의혹과 비리 혐의가 밝혀지고 부적격한 게 드러난 인물을 일방적으로 임명 강행할 경우 이 정부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선데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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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공수(攻守) 역할이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이 5년 전과 같이 인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윤석열 정부는 성공의 길로 접어들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지난 5년 동안 해 왔던 부적격 후보자들에 대한 ‘모르쇠 임명’ 강행을 답습한다면 초장부터 새 정부는 험로를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동의 없이 역대 최다인 34명의 장관급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민주당처럼 국민의힘이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의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꾼다면 그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장 먼저 열리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새 정부의 성패를 초반에 결정지을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회는 이달 26일까지 한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민주당은 직무역량, 공직윤리, 국민 검증이란 인사 검증 3대 기준을 발표하고, 기존 7대 원칙(세금탈루·부동산 투기·위장전입·논문표절·병역기피·음주운전·성범죄)에 공직자 이해충돌, 사회적 윤리, 갑질 특혜 시비, 혈연·지연·학연 등 네트워크 부조리 등을 더해서 낱낱이 파헤칠 작정이다.

윤 당선인이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고비를 넘는다 하더라고 주 대결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아빠 찬스’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및 주요 인사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곳곳이 ‘지뢰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문제는 예비 여당인 국민의힘의 태도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인사 검증 7대 기준을 검증 잣대로 삼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완전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민주당이 7대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국민의힘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공당의 대표자로서는 할 수 없는 말이다. 7대 기준에 맞지 않아도 면죄부를 달라는 말인가.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도덕적 잣대는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5년 동안의 민주당 관행을 핑계로 7대 기준을 무시했다가는 싸늘한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6·1 지방선거에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인사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당연히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그것도 야당이나 비판세력의 지적에 마지못해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당당하게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철회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윤 당선인의 측근이라 특별히 감싸고 돌았다가는 엄청난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새 정부의 국정업무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 단계에서는 다소 업무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도덕적 흠결이 적은 인사에 대한 갈망이 훨씬 크다. 공직자의 윤리와 자질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돼야 할 것이다. 정부 출범이 다소 늦춰지더라도 제대로 된 각료를 두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청문회에 임하는 민주당 또한 지난 5년 동안 여당으로서 했던 일을 되돌아봐야 한다. ‘내로남불’로 일관했다가는 민주당 또한 거센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한다. 진정한 정치발전은 인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여야 공히 깊히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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