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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해 키워드 30] 6G 통신 경쟁 주도권 쥔 중국, 서방 추격 뿌리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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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안경을 쓰고 서울에서 뉴욕 지인의 3차원 홀로그램과 대화를 나눈다.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을 뛰어넘은 XR(확장현실)이다. 인공위성 통신망을 이용해 자율 비행하는 플라잉카가 날아다니고 자율 운항 선박이 바다를 항해한다. 원격의료로 뇌수술도 한다. 2030년쯤 6G 통신망이 상용화되면 가능해질 세상이다.

차이나랩 중국 이해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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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G는 5G보다 전송 속도가 50배 빠르고, 지연 시간(latency)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 2GB(기가바이트) 용량의 영화 1편을 내려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0.016초다. 기지국 하나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의 개수도 수십 배 늘어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잇는 ‘초연결 사회’로 이끌 기술 인프라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이끈 한국 기업들도 일찌감치 6G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6월 15m 거리에서 초당 6.2Gbps(기가비트)의 속도로 데이터 전송에 성공했다. 11월엔 500m 거리에서의 실험을 미국 당국에 신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삼성전자의 당면 목표는 ‘중국을 따라잡는 것’이다.

지난 2월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연구진은 1㎞ 거리에서 초당 1Tbps(테라비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2019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6G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하던 해로, 중국은 5G 보급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후 2020년 11월 세계 최초로 6G 테스트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우주에서 THz(테라헤르츠) 통신 기술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두 번째 실험 위성을 쏘아 올렸다.

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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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일본 시장조사업체 사이버크리에이티브 인스티튜트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6G 관련 특허의 40% 이상을 중국이 소유했다. 미국(35%), 유럽(9%), 한국(4%)이 뒤를 이었다. 5G 지배력도 함께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5G 기지국의 60% 이상(142만5000개)이 중국 땅에 있다. 중국 기업 화웨이는 지난해 기준 5G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15.4%)으로 기록됐다. 6G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선 충분한 5G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중국은 이동 통신 기술에서 후발주자였다. 미국과 유럽, 한국 등 친서방 국가들이 1980년대 초반 1세대 아날로그 이동 통신에서 1996년 한·미 합작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와 유럽의 GSM 기술로 2G 시대, 2000년대 초반 WCDMA(광대역 CDMA) 기반의 3G 스마트폰, 2010년 이를 더욱 발전시킨 4G 시대를 열었다.

이때부터 중국이 굴기(崛起)하기 시작했다. 미국·유럽·한국 등과 다른 독자적 방식(시분할 방식)의 4G를 내세워 ‘기술 장벽’을 쌓기 시작했고, 중국 정부가 나서서 5G 기술과 통신 장비 개발을 지원했다. 화웨이와 ZTE 등 중국 IT 기업들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은 한국과 미국에 내줬지만, 중국은 14억 내수시장을 앞세워 가장 요긴하게 써먹고 있다.

2019년 8월 5일, 상하이의 ZTE

2019년 8월 5일, 상하이의 ZTE

중국에 선수를 뺏긴 미국 등 서방은 긴장했다. 미국은 2019년 ‘국방수권법’ 등을 통해 보안 문제를 내세워 화웨이 통신 장비의 사용을 막았다. 2020년엔 미국 통신산업협회(ATIS)가 동맹국 기업들을 포함한 ‘넥스트 지(G)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버라이즌, AT&T, 인텔,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참가해 기술 표준화 등에 협력하고 있다. 미 하원은 지난해 말 6G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네트워크 법안’을 통과시켰다.

6G 기술 경쟁과 이를 통한 4차 산업혁명의 성패가 미·중 신냉전의 새로운 전장(戰場)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은 “앞으로 10년 안에 중국이 6G를 통제하고 표준 개발을 주도할 수 있다”며 “다른 나라들이 중국 모델을 채택할 것이고, 지정학적으로 분리된 ‘디지털 철의 장막’이 확장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초기 인프라 투자를 놓치면 승패는 볼 것도 없다고도 했다.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는 “6G 기술을 선점하는 기업과 국가가 다음(4차) 산업혁명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6G가 경제·산업은 물론 정치와 국방 영역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유럽, 일본과 한국까지 6G 기술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충형 차이나랩 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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