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제 외교 우리가 주도하겠다”…재계 또 경쟁 붙불었다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구자열 무협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 당선인, 손경식 경총회장, 최진식 중견련 회장.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구자열 무협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 당선인, 손경식 경총회장, 최진식 중견련 회장. [국회사진기자단]

새 정부에서 ‘재계 맏형’으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제단체 간 경쟁이 이번엔 경제 외교 분야로 번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잇달아 미국에 사람을 보내 네트워크 강화에 나서거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말 방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미 경제 정책 어젠다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의 “인수위에서 어젠다 전달해달라고 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15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쪽과 여러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한·미 경제 정책 어젠다를 상의에서 발굴하면 인수위 쪽에 전달해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5월 말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말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을 겸해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2017년부터 대한상의가 대통령 해외 순방 행사 등을 주관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재계에선 새 정부 들어 어느 경제단체가 정부 경제 행사나 대통령 해외 순방 시 동행하는 경제 사절단 구성 등을 주관할지가 관심사다. 이전 정부에선 전경련이 주관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5년간은 대한상의가 맡았기 때문이다.

전경련 미국 사람 보내 네트워크 다져 

그래서인지 경제단체들이 일찌감치 움직이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주 김봉만 국제협력실장을 미국으로 보냈다. 김 실장은 미국상공회의소 멤버들을 만나고 왔다고 한다.

김 실장은 “전경련은 매년 한·미 재계회의를 여는 등 미국과 ‘채널’이 있다”며 “미국 상공회의소 멤버들과 양국 경제계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왔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네트워크를 다지는 작업을 하고 온 셈이다. 전경련은 일본 게이단렌과의 연결고리도 챙기고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 방미, 헤리티지재단 방문 

수장들이 직접 움직이는 곳도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위치한 헤리티지재단을 방문해 케빈 로버츠 회장과 만났다.

손 회장은 “한국에서는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고 경영계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과 노사 관계 개혁이 추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헤리티지재단이 추구하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 규제 개혁 등은 한국의 새 정부 정책 기조와 유사점이 많다”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위치한 ‘헤리티지 재단’을 방문해 케빈 로버츠 회장과 만났다. [사진 경총]

손경식 경총 회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위치한 ‘헤리티지 재단’을 방문해 케빈 로버츠 회장과 만났다. [사진 경총]

그러면서 “정치·경제·외교·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민간 주도의 정책연구기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에서도 전문적인 연구와 조사 활동을 기반으로 국가 발전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싱크탱크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특히 “한국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총도 정부, 국회와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기업 친화적 정책과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며 “앞으로 헤리티지재단이 한·미 우호 증진과 경제협력 확대에 계속 기여해주길 바라며, 경총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7일까지 미국에 머물면서 미국 국제비즈니스 협의회(USCIB) 피터 로빈슨 대표를 만나고 한·미 경제협력 강화와 한국 기업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자열 무협 회장, 6월 방미 예정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도 6월 전후 미국에 갈 예정이다. 무협 관계자는 “과거에도 미국을 상대로 통상 관련 건의도 하고, 정부 국회 관계자들도 만나왔다”며 “코로나가 거의 끝났으니 그런 활동을 재개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할 뿐 다른 단체와 경쟁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새 정부 앞두고 영향력 확보 경쟁’이란 프레임이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또 다른 재계단체 관계자는 “실제 재계에선 전경련과 대한상의 중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가 관심인데 상의가 조금 앞서 있는 것 같다”며 “전경련은 여전히 재계 4대 그룹이 회원사에서 빠져 있는 데다 지난 5년간 경제외교 경험은 상의가 있고 상의를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대다수 기업들은 전경련과 대한상의 회원으로 들어가 있으니 어느 단체가 주관하든 기업들 입장에선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두 단체는 영향력을 인정받고 확대하기 위해 행사를 주관하려 애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거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 관련 행사 등을 조율하는 데 참여하던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등과 관련, 아직 주미 대사관 등에서 이야기 나온 건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