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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장관에 '미국통' 박진...“외교에는 오직 국익 뿐, 겸허히 임할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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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이 오는 5월 10일 출범할 새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했다. 

박 후보자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엄중한 시기에 외교부 장관 지명을 받게 돼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외교에는 오직 국익 뿐이라는 자세로 국회 청문 과정부터 겸허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장 발표를 서면으로 대신했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외교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박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외교에는 오직 국익 뿐이라는 자세로 국회 청문 과정부터 겸허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외교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박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외교에는 오직 국익 뿐이라는 자세로 국회 청문 과정부터 겸허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YS 통역 맡았던 '미국통' 외교 전문가

박 후보자는 당 안팎에서 외교 전문가, 특히 ‘미국통’으로 손꼽힌다. 4선 중진 의원으로 2008년 18대 국회에서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맡았고, 현 21대 국회에선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적 관점에서 평가해 왔다. 1977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 사무관을 지냈고, 유학 후 국내에 돌아와 김영삼 정부에서 공보·정무기획비서관으로 일했다. 정상회담 등에서 통역도 도맡아 했다.

국회 내에서 외교 전문가이자 미국통으로 통하는 박진(왼쪽 사진 가운데) 후보자는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비서관으로 일하며 능숙한 영어 실력을 인정받아 김 전 대통령의 통역까지 도맡았다. [중앙포토]

국회 내에서 외교 전문가이자 미국통으로 통하는 박진(왼쪽 사진 가운데) 후보자는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비서관으로 일하며 능숙한 영어 실력을 인정받아 김 전 대통령의 통역까지 도맡았다. [중앙포토]

인수위 관계자는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외교 지형을 다변화하고, 중국에 대해 ‘할 말을 하는 외교’가 필요하다는 게 박 후보자의 외교 철학”이라며 “윤 당선인의 외교정책 슬로건인 ‘당당한 외교’를 구현할 최적임자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대선 당시엔 윤 당선인 캠프의 글로벌비전위원장을 맡으며 “문재인 정권이 망가뜨린 대한민국의 외교·안보를 확 바꾸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주요 외교 과제로는 한·미 동맹 정상화와 상호존중에 기반한 대중(對中) 외교를 강조해 왔다. 지난 3일엔 7박8일 일정으로 한·미정책협의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해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와 공급망·기후변화·코로나19 등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한·미 간 현안을 두루 협의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선 경선서 경쟁하다 尹 지지 선언 

박 후보자는 지난 7월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하며 한때 당내 경선에서 윤 당선인과 경쟁했다. 출마 선언 당시 그의 첫 메시지는 외치(外治)의 중요성이었다. 차기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로 외교 역량을 강조했고, “선진국형 글로벌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후보자는 재외동포와 국내 거주 외국인, 주요국 외교 관계자들을 타깃으로 ‘PROMISES FOR PEOPLE(국민을 위한 약속)’이라는 제목의 영어 출마 선언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손을 맞잡은 박진 후보자.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9월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손을 맞잡은 박진 후보자.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컷오프된 뒤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본인이 갖고 계신 정치적 경륜 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전문가로서의 실력과 네트워크를 제가 선거를 치르고 집권 이후까지 계속 뒤에서 도와주시기로 말씀을 해주셔서 든든하다”고 말했다.

文 종전선언 원점 재검토할듯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북 접근의 큰 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주력했던 종전선언에 대해 박 후보자도 예전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 한국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선(先) 종전선언 후(後) 비핵화’ 구상을 정면 비판했다.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입구가 아니라 출구가 돼야 한다”면서다. 이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진전이 전제됐을 때 종전선언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윤 당선인의 입장과 일치하는 지적이었다.

2009년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박진 후보자. [중앙포토]

2009년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박진 후보자. [중앙포토]

박 후보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2008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시절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다. 이후에도 박 후보자는 한미협회 회장, 한미동맹재단 고문 등을 역임하며 대미 공공 외교에 애썼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월엔 직접 서한을 보내 한·미 코로나 백신 파트너십 체결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가장 중요한 첫 미션은 한·미 정상회담 준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5월24일 방일 전후로 방한할 전망이라 윤석열 정부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준비 기간이 짧은 만큼 새 외교안보 라인은 윤 정부의 동맹관과 외교안보 정책 구상을 효과적으로 미 측에 전달하고 북핵 대응 등 현안을 밀도 있게 논의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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