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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무심한 윤석열, 소심한 안철수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1·2분과, 과학기술교육분과 업무보고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발언을 청취하고 있다. 2022.3.31 [인수위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1·2분과, 과학기술교육분과 업무보고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발언을 청취하고 있다. 2022.3.31 [인수위사진기자단] 연합뉴스

1. 드라마틱한 하루였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14일 오후 2시 마지막으로 3차 내각인선을 발표했습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쪽 사람은 전혀 없었습니다. 안철수가 인수위 활동을 전폐했습니다. 공동정부구상이 깨졌다는 추측이 이어졌습니다. 밤 8시 윤석열과 안철수가 전격 만찬회동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2. 만찬회동에 배석한 사람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입니다. 장제원은 취재진에 짧은 문자를 보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완전히 하나가 되기로 약속했다. ’
‘(만찬자리는) 웃음이 가득했고 국민들 걱정 없이 공동정부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손잡고 가자고 했다.’
그랬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랬을까. 의문이 가시지 않습니다.

3. 윤석열은 14일 회견장에서 기자들이 안철수에 대해 되묻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안철수 위원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았구요, 제가 이 인선 과정에서 어떻게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 어제(13일 오전 독대) 충분히 설명을 드렸고..저는 구체적으로 (안철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본인의 입장이 어떠신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제가 대했을 때 느낌 비춰보면, 저하고 이야기를 할 때는 그렇게 (불쾌하게 생각) 안하시고.. 본인이 속으로 생각하시는 것은 알 수 없습니다만은..기자들 이야기 하시는게 이해가 안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4. 윤석열은 얘기를 풀어말하면 이렇습니다.
‘안철수의 장관후보 추천을 받았고, 적합하지 않아서 발탁하기 않았고, 그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며, 그 과정을 설명했고, 안철수가 불쾌해하지 않았기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기자들은 계속 문제 있는 것처럼 같은 질문을 하느냐.’

5. 윤석열은 진짜 이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안철수는 13일 윤석열과 독대한 이후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2차 발표 직후 안철수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라며 답을 피했습니다. 대신 윤석열과 인수위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도시락 만찬에 불참했습니다. 이어 14일 모든 일정에 불참했습니다.
안철수측 관계자들은 ‘인선안 발표전 어떤 인사안도 전달받지 못했으며, 협의과정도 없었다’며 안철수의 섭섭함을 전했습니다.

6. 그러니까 13일 독대는 전혀 소통이 안된 자리였습니다.
윤석열은 ‘다 설명했고 안철수는 불쾌해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정작 안철수는 ‘아무 설명을 못들었기에 불쾌했다’입니다. 무심한 윤석열은 안철수의 마음을 읽지 못했고, 소심한 안철수는 자기 주장을 정확히 밝히지 못했습니다.
화성에서 온 윤석열, 금성에서 온 안철수처럼.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7. 둘 사이를 연결하는 통역사가 장제원입니다.
장제원은 두 사람의 단일화를 성사시킨 거간꾼입니다. 두 사람에게 없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눈치가 빠르고 말을 잘합니다. 전형적인 스핀닥터(Spin Doctor). 말에 회전(Spin)을 먹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끌어가는 박사(Doctor)입니다. 말은 화려하지만 신뢰는 떨어집니다.

8. 이번에도 윤석열과 안철수가 만났고, 유일하게 동석한 장제원이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전했습니다.
윤석열과 안철수의 공동정부구상은 대국민 약속입니다. 윤석열과 안철수의 불통케미로 망가져선 안되는 일이며, 장제원의 스핀으로 분식될 일도 아닙니다.
〈칼럼니스트〉
2022.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