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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국민 눈높이’에선 ‘정호영 유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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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과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과 관련해 해명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1. 윤석열 당선인이 친구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후보에 대한 자격시비에도 불구하고 ‘청문회에서 보자’는 밀어붙이기 결심을 굳혔나 봅니다.
배현진 대변인은 18일 ‘청문회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합자인지 판단해주면 좋을 것 같다..(당선인은) 차분하게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2. 윤석열의 결심 배경 역시 배현진이 17일 오전 밝혔습니다.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 (라고 당선인이 말했다)..정호영 관련 의혹에 대해..범법행위가 있었는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지금까지 (정호영이) 해명한 바로는 (범법행위가) 전혀 없기에 사례가 (조국의 딸과)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호영 자녀의 ‘아빠 찬스’에 불법행위가 없다..조국의 딸과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지명철회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3. 이런 맥락에서 정호영은 1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위법적 행위라든지 부정한 팩트가 없음을 소명하기위해 나섰다.. (자녀의 의대 편입학 관련해) 교육부 조사와 (아들 병역특혜 관련) 국회에서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검사받도록 하겠다.’

4. 윤석열측은 정호영의 경우를 조국에 비교하는데 매우 민감해 보입니다.

물론 정호영 자녀의 경우, 조국의 딸이 저지른 부정의 팩트가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은..

그런데 공직자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공정과 상식’ 대신 ‘불법과 부정’을 기준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윤석열과 문재인은 닮았습니다.

5. ‘공정과 상식’ 기준에서 보자면 정호영은 이미 자격이 없습니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영웅 줄리어스 시저는 ‘시저의 아내는 의심조차 받으면 안된다 (Caesar’s wife must be above suspicion)’란 금언을 남겼습니다. 시저가 아내(폼페이아)의 불륜소문을 듣고 팩트를 확인하는 대신 전격 이혼하면서 한 말이랍니다. 공직자 가족은 어떤 부정한 의혹에 휘말려서도 안된다..는 엄격한 공직기준이 되었습니다.

6. 국민의 눈은 그만큼 높습니다.

국민은 정호영이 경북대의대 부원장 시절 아들과 딸이 모두 의대에 편입하고, 현역징집대상(2급)이던 아들이 경북대 의대에서 ‘척추협착’이란 노인성 질환 진단을 받아 보충역(4급) 판정을 받은 사실을 듣고..이미 판단을 끝냈습니다.
국민은 ‘부정의 팩트’를 확인하는 대신 주변의 많은 입시비리와 병역비리를 떠올리며 확신했습니다.

7. 국민의 눈은 적어도 공직자에 대해 ‘유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합니다.
정호영의 자녀들이 의혹 살만한 행위를 한 것만으로 이미 ‘유죄’로 판정했습니다. 정확한 팩트 확인이 불가능하리란 것도 이미 짐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중에 ‘무죄’를 주장하는 어떤 해명이 따르더라도 쉽게 믿지 않습니다.

8. 입시와 병역 비리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무한경쟁에 시달려온 국민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입니다. 그만큼 주변에서 흔히 봐온 비리이기에 경험칙은 확고부동입니다. 특히 기득권자들의 기득권 상속에 대한 반감은 ‘극혐’입니다.
윤석열 내각은 기득권자들입니다. 그래서 정호영 의혹은 팩트와 무관하게 조국 사건만큼 심각합니다. 재판이 아니라 정치이기 때문에..
〈칼럼니스트〉
202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