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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이 절반 됐는데 괜찮나요?" 안정적이지만 한 방이 없다[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2022.04.14 07:00

여보세요? 여러분, 전화를 누가 발명했는지 기억하시나요? 제일 유명한 분이 바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 할아버지 인데요. 오늘 살펴볼 미국 통신기업 AT&T(티커가 무려 T)는 이 벨 할아버지가 1885년에 공동 창업한, 전화의 역사와 동급인, 어마어마해 보이는 회사입니다.

보스턴의 AT&T 매장. 셔터스톡

보스턴의 AT&T 매장. 셔터스톡

앤츠랩 구독자 eung****89@gmail.com님이 의뢰해 주셨습니다. AT&T는 엄청난 역사 때문에 미국 1위 통신사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과거 집 전화 시장을 독점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휴대폰 가입자 수 기준으로 버라이즌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집계방식에 따라선 T-모바일보다도 적은 3위….

AT&T 주가를 논하려고 하면 실적이고 뭐고 다들 워너미디어 얘기만 하는데요. 일단 이것부터 알아보고 넘어가겠습니다. AT&T는 2018년에 CNN, HBO(왕좌의 게임),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해리포터, 원더우먼) 등을 보유한 타임 워너 미디어그룹을 850억 달러(약 100조원)를 주고 인수했습니다. 아주 뭐 통신과 미디어-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해서 실리콘밸리 빅테크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IT 시대를 AT&T가 주도할 거라고 팡파르가 울려퍼졌어요.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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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작 3년이 지난 작년에 AT&T에게 현타가 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과 경쟁하려면 콘텐트 제작 등에 돈을 하염없이 쏟아부어야 하는데, 본업인 통신사업 역시 5G 구축에 엄청난 선행투자가 필요했던 거죠. 결국 워너미디어에서 손을 떼고 원래 하던 통신사업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AT&T의 인수합병 관련 실수(?)는 이것 뿐이 아닙니다. 2015년엔 케이블TV 네트워크인 DirecTV를 인수했어요. 케이블TV 가입자를 늘리면 나중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론칭했을 때 이 가입자들이 다 스트리밍으로 넘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고객들은 그냥 케이블 가입을 해지해 버리고 끝! AT&T는 670억 달러를 주고 산 DirecTV 지분을 3분의 1 가격에 사모펀드 TPG에 넘기고 끝!

그럼 이제 실적 얘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또~ 그 뿐만이 아닙니다! 2011년엔 T-모바일을 인수해서 단숨에 휴대폰 가입자 수 1위 통신사로 뛰어올라 보려고 했는데, 반독점 규제에 걸려 합병에 실패. 이후 T-모바일은 스프린트와 손을 잡았고, 둘은 엄청난 스피드로 5G 주파수를 확보! AT&T는 대관업무를 잘 못했는지 여기서도 밀려… 합병도 못하고 5G 경쟁에서도 뒤지게 되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광케이블을 설치 중인 AT&T 밴. 셔터스톡

초고속 인터넷 광케이블을 설치 중인 AT&T 밴. 셔터스톡

좀 감이 오시나요? AT&T 경영진은 지난달 11일 인베스터 데이 때 ‘본업인 통신사업에 집중하겠다’ ‘5G와 광케이블 투자를 늘리겠다’고 호언장담했어요. 하지만 투자자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예요. 생각해 보세요. 지난 10년간 경영판단 미스로 짊어지게 된 빚이 1700억 달러(약 209조원) 입니다. 그간 사장님은 바뀌었지만 지금 존 스탠키 사장은 워너미디어 인수를 총괄했던 사람이예요.

AT&T가 이제 본업에 충실할 거라면 휴대폰 가입자 수 늘리고 5G 수주도 많이 해야 하는데요. 4분기 실적을 보면 꽤 안정적이긴 합니다. 휴대폰 가입자 수 88만 명 늘렸고, 5G 투자에도 적극적 입니다. 다만 휴대폰 가입자는 엄청난 할인을 해서 늘렸고(출혈 경쟁), 작년엔 미국 정부가 돈을 많이 풀어서 호실적을 올린 측면이 큽니다. AT&T 측도 올해는 가입자 수가 작년만큼 가파르게 성장하지는 않을 거라고 인정합니다.

배당은 매우 중요. 셔터스톡

배당은 매우 중요. 셔터스톡

주주 입장에서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점은 바로 고배당의 대명사인 AT&T가 미디어 사업을 스핀오프하면서 배당을 절반 가량으로 줄인 부분인데요. eung****89님도 바로 이 부분이 궁금하다고 하셨습니다. 2월 배당이 8.52%였는데 줄어서 5%대라면 여전히 작지 않은 수준이긴 합니다.

AT&T 측은 “여전히 미국 기업 중 최고 수준”이라고 자평하고 있고요. 미디어 사업에서 손을 떼고 난 뒤 작아진 회사 규모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워너미디어를 스핀오프 하면서 AT&T 텔레콤 회사가 확보하게 되는 현금은 430억 달러인데, 이 돈은 빚을 청산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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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는 유선전화 선을 202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고, 5G와 광케이블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합니다. 광케이블 서비스 지역을 지금의 두 배인 3000여개소로 늘리겠다는 건데요. 제프 맥엘프레시 AT&T 텔레콤 사장은 "(미디어 사업 등에 한눈을 파느라) 광케이블 사업 기회를 수년간 놓친 측면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다만 경쟁사 버라이즌의 계획이 좀더 공격적입니다. 올 연말까지 5G 가입자를 1억75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이건 당초 계획보다 1년 앞서 달성하게 되는 것인데요. 반면 AT&T는 5G 확장을 주파수 배정되는 속도에 맞춰 좀 천천히 하겠다고 합니다. (진작에 좀 했어야.) 올해 안에 8000만명, 내년 말까지 2억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워너미디어의 HBO Max. 셔터스톡

워너미디어의 HBO Max. 셔터스톡

한편 AT&T가 워너미디어를 분할하는 대신 '스핀오프' 하면서 기존 AT&T 주주들은 새로 출범하는 워너미디어 디스커버리의 주식 71%를 갖게 됐습니다. 당분간은 HBO Max 가입자가 얼마나 느는지도 AT&T 주가에 영향을 미치겠네요.

AT&T 주주의 대부분은 퇴직자와 개미들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KT나 포스코 같은 느낌? 그만큼 유선전화선 독점의 역사가 길었던듯 하기도 하고요. 본업으로 돌아온 AT&T가 어떤 성과를 낼지 투자자들은 굉장히 냉정하고도 중립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뭔가 더 확실한 게 필요해

이 기사는 4월 1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널리 공유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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