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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경북대병원 고위직 때…딸·아들 연이어 의대 편입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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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새 정부 첫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호영(62) 전 경북대병원장이 두 자녀의 의과대학 편입 관련 논란에 휩싸였다.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고위직으로 있을 당시 아들, 딸이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학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딸은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뒤 현재 경북대병원 이비인후과 전공의로 수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딸은 현재 아버지 재직 중인 병원서 이비인후과 전공의 수련 중" #정 후보자 측 "아들 대학 성적 우수, 블라인드 면접"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정 후보자의 딸(29)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한 후 2016년 12월 ‘2017년 경북대 의과대 학사 편입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을 맡고 있을 때다. 당시 33명을 뽑는데 338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10대 1을 넘었다. 의원실과 경북대병원에 따르면 정 후보자 딸은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뒤 2021년 경북대병원 전공의(인턴) 모집에 합격해 현재 이비인후과에서 수련 받고 있다. 아버지가 교수(외과)로 재직중인 병원에서 함께 근무해온 것이다.

이듬해에는 경북대 공과대학에 다녔던 아들(31)이 2018년 경북대 의과대 학사 편입 전형에 합격했다. 아들은 17명 선발에 98명이 지원한 특별전형에 붙었다. 입시 전형은 정 후보자가 38대 경북대병원장으로 취임한(2017년 8월) 이후인 2017년 10월 시작됐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대 의대에 따르면 당시 의과대학 편입은 의학전문대학원 폐지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만 시행됐는데, 2017년에는 일반전형으로만 모집했고 2018년부터 지역 인재를 우대하기 위해 특별전형이 생겼다고 한다. 여기엔 대구·경북 지역 소재 고등학교 또는 대학 출신이 지원할 수 있게 했으며, 정 후보자 아들이 지원했을 당시인 2018년에는 총 33명 선발에 절반(17명)을 이 전형으로 뽑았다. 이후 2019년과 2020년에는 인원을 늘려 특별전형에 23명을 배정했다.

2017년학년도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편입학 모집공고

2017년학년도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편입학 모집공고

2018년학년도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편입학 모집공고

2018년학년도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편입학 모집공고

경북대 의과대학 편입 전형은 두 단계로 1단계에선 ▶학사성적(200점)과 공인영어성적(100점) ▶서류전형 200점으로 3배수를 뽑고, 2단계는 1단계 점수와 ▶면접고사(100점) ▶구술평가(200점)를 합산해 진행한다.

후보자가 병원 고위직에 있을 당시 두 자녀가 경북대 의대 편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의대 입시 비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신현영 의원은 “의과대학 편입 과정에서의 공정성,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의 공정성이 투명하게 확보되었는지 검증 과정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매일신문에 기고한 칼럼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매일신문에 기고한 칼럼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장관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관련해서는 학사편입 모집 요강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부정의 소지 없이 편입하였다는 것이 후보자의 입장”이라며 “상세한 사항은 청문회를 통해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정호영 후보자는 측근 A씨를 통해 본지에 아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 관련 의혹에 대해 “이런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면, 사전에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지 않았을 것이고 제가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입장을 전해왔다. A씨는 “정 후보자 아들은 경북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점 4.33점(4.5점 만점), 텝스 881점, 졸업 당시 성적이 340명 중 5등이었고, 성적우수 국비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대학 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A씨는 “의대 편입학 전형 당시 면접은 완전 블라인드 방식으로 치러져 병원장이라 해도 면접관에 부탁할 수 없었고, 부탁한 적도 없다"라고 정 후보자의 입시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그는 "이런 사실은 당시 면접 주관 교수나 응시한 수험생들에게 확인해봐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에 따르면 정 후보자의 아들은 2018년 의대 입학 후 2019~2020년 군 복무를 했다고 한다. 통상 의대생들은 국가고시를 치른 뒤 공중보건의 등으로 군 복무를 한다. A씨는 “정 후보자 아들의 경우 나이가 있다보니 입학 후 영장이 나왔다”라며 “현재는 복학해서 학업을 잘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호영 후보자는 과거 한 언론에 기고한 62개의 칼럼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일신문에 칼럼 62개를 기고했는데 이 중 ‘결혼과 출산은 애국’, ‘(채용 시) 여성 응시자가 사진 보정을 더 많이 한다’는 내용의 글이 문제가 됐다. ‘3m 청진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 의료인을 포함하도록 한 법은 불합리하다는 의료단체 주장에 동조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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