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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검수완박 결정, 끝까지 폭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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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을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김상선 기자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을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김상선 기자

반대 여론에도 “4월 국회서 처리”

야당선 “지난 5년 범죄 암장 흉계”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검수완박)하는 내용의 법안을 이달 중 처리하기로 했다. ‘개혁’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검찰의 칼날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선명한 ‘방탄 입법’이다. 정의당도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강행 처리 선언이기도 하다.

우선 검수완박 법안의 경우 검찰이 담당해 온 주요 6대 범죄(부패·경제·선거·공직자·대형참사·방위사업)의 수사권부터 박탈하고 이걸 어디에 넘길지 논의한다고 정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과정을 돌이켜보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2019년 말에야 민주당이 군소 야당들과 관련 법안을 강행 처리했고, 이듬해 7월에야 공수처가 출범했다. 목적지(공수처)가 분명한데도 수년 걸렸다는 얘기다.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면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일 수 있다. 경찰 출신의 민주당 강경파인 황운하 의원의 말대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하는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6대 범죄에 손 놓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더한 문제는 서민들이 실제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현장에선 “경찰 조직 비대화, 심각한 수사 지연 등”(한국형사소송법학회)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선 “경찰 수사의 전문성 부족과 사건 처리 지연, 사건 접수를 거부하려는 태도”를 지적했다. 검수완박마저 되면 6대 범죄를 제외한 다른 범죄의 경우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도 없어진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도 피해자들이 호소할 데가 사라진다. 검찰의 보완 수사로 추가 살인 혐의를 찾아낸 가평계곡 살인사건 같은 건 앞으론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언론 관련 법안도 처리하겠다고 결정했다.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내용은 아니라고 주장하나, 구체적 내용과 처리 시기는 지도부에 위임했다고 한다. 강성 지도부가 합리적 판단을 하길 기대하긴 무리다.

이걸 5월 10일 야당 되기 전에 마친다니 입법 과정이 순탄할 리 없다. 민주당이 날치기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해야 한다. 상임위 단계는 물론이고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 현재 열려 있는 임시국회도 강제로 종료하고 민주당 단독으로 다시 열어야 한다. 매단계 박병석 국회의장의 협조를 받아야 하고, 그렇게 처리한 법안에 대해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정당으로선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행위다. 야당에선 “민주당이 지난 5년간 저지른 모든 범죄를 암장하기 위한 흉계”(김웅)라고 한다. 민주당 왜 이리 무리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