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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올려도 '오픈런'....루이비통 1.5조, 에르메스 5000억 韓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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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루이비통·에르메스·디올 등이 지난해 한국에서 역대 최대급 매출을 올렸다. 루이비통은 1조 5000억원에 근접했고 디올은 6000억원, 에르메스는 5000억원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 지난해 올린 실적으로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라 할만하다.

루이비통 40%, 디올 88% 매출 급증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 [사진 루이비통]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 [사진 루이비통]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4681억원으로 전년(2020)보다 40%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3019억원으로 역시 두 배가량 늘어났다. 코로나19 이전 2019년의 매출 7864억과 비교하면 2년 만에 배로 몸집을 불린 셈이다. 한국 진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일명 ‘에루샤’로 불리는 3대 대표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에르메스도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에르메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275억원, 영업이익은 1704억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28% 늘었다. 곧이어 실적을 발표하는 샤넬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보다 우상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루샤에 이어 4대 명품으로 등극한 디올의 실적도 껑충 뛰었다. 디올 한국법인인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지난해 6139억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88% 급증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매출로 에르메스보다 높은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2115억원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롤렉스의 한국 법인 한국로렉스는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25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불가리는 2020년 매출액 1839억원에서 지난해 2722억원으로 48% 뛰었다. 보테가베네타는 2333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1581억보다 48% 증가했다. 몽클레르코리아는 2020년 매출 1498억원에서 지난해 2198억원으로 47% 상승했다. 그 밖에 ▶입생로랑코리아 1889억원 ▶발렌시아가코리아 1350억원 ▶페라가모코리아 1228억원 ▶펜디코리아 1233억원 등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두 전년보다 상승한 수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가격 인상에도 매출 극적 상승

명품 업체들의 호실적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소비 시장이 위축됐던 지난해 세운 기록이라 눈길을 끈다. 백화점 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뛰어가 산다는 ‘오픈런’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을 정도로 국내 명품 시장은 활황을 이어갔다.

명품 업체들의 매출 상승 배경으로는 지난해 광풍처럼 불었던 ‘보복소비’ 트렌드가 우선 꼽힌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한 번에 분출된 현상이다.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여행 자금을 명품 소비로 돌리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또한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명품 사랑도 한몫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팬데믹 사태가 오면서 해외여행에 쓰던 분기당 9조원 대의 자금이 2020년 2분기부터 3조원 밑으로 떨어졌다”며 “남은 6조원이 국내 소비로 쏠렸고, 특히 명품 등 사치재 소비가 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예전에는 명품 소비가 구매력 있는 중장년층 위주로 흘러갔다면, MZ세대라는 새로운 소비 주체가 등장하면서 명품 소비의 한 축을 담당했다”며 “이에 맞춰 명품 업체들이 가격까지 인상하면서 매출이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뉴시스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뉴시스

명품에 대한 뜨거운 초과 수요는 명품 업체들의 가격 인상 행렬을 이끄는 주요 원인이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루이비통은 지난해 다섯 차례가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2월에도 일부 인기 품목의 가격을 20% 이상 올렸다. 연초에는 롤렉스·에르메스·델보·프라다 등이 줄지어 가격을 인상했다. 디올은 대표 제품인 레이디백의 가격을 최대 20%까지 올렸다.

전 세계적으로도 명품 업체들의 매출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에 비해 지난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루이비통과 디올 등이 소속된 글로벌 최대 명품 그룹인 LVMH는 지난해 642억 유로(약 86조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497억 유로(약 67조원)보다 44%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과 비교해서 20%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한국 루이비통과 디올의 경우 각각 전년 대비 40%, 88%의 상승을 기록했다. 글로벌 실적과 비교해서도 국내 매출 상승세가 적지 않은 편이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90억 유로(약 13조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대비 26%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디올은 지난달 롯데백화점 본점에 새로운 남성 부티크를 오픈했다. [사진 디올]

디올은 지난달 롯데백화점 본점에 새로운 남성 부티크를 오픈했다. [사진 디올]

국내 명품 시장의 활황에 매장 신규 출점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에르메스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오는 10월 신규 매장을 오픈한다. 펜디도 올해 말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디올은 성수동에 내달 단독 공간을 선보인다. 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매장 총량을 엄격하게 지켜왔던 명품 업체들이 조금씩 신규 출점을 고려하는 분위기”라며 “국내 명품 시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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