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의 CAR&] 중국산 車 공습…전기차 기술력 앞세워 진군

중앙일보

입력 2022.04.12 15:39

스웨덴의 전기차 브랜드로 중국에서 생산된 폴스타가 한국 진출 이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폴스타코리아]

스웨덴의 전기차 브랜드로 중국에서 생산된 폴스타가 한국 진출 이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폴스타코리아]

스웨덴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지난해 말 국내 상륙했다.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는 미국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땅을 밟은 것이다.

서울 한남동 데스티네이션 서울에서 열린 브랜드 진출 행사는 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 대사의 축사로 시작됐다. ‘스웨덴’ 브랜드임을 처음부터 강조한 셈이다. 폴스타는 스웨덴 볼보자동차와 모기업인 중국 지리(吉利)홀딩그룹이 2017년 설립한 회사다.

예상 밖 돌풍 일으킨 폴스타  

글로벌 분업에 따라 차량 기획과 디자인은 스웨덴에서, 생산은 중국에서 각각 이뤄진다. 그래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와 관련된 껄끄러운 질문이 행사에서 쏟아지자 폴스타코리아 측은 진땀을 흘렸다.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는 “폴스타를 생산하는 중국 현지 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시스템을 갖춘 곳”이라며 “차량 품질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품질 검수에 대한 기준치를 높이겠다”고 답했다.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말 ‘데스티네이션 서울’에서 열린 폴스타 신차 발표회에서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말 ‘데스티네이션 서울’에서 열린 폴스타 신차 발표회에서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서울 잠원동 서울웨이브아트센터에서 진행된 국내 첫 출시 모델 폴스타2를 선보이는 자리에서도 브랜드 진출 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산에 대한 우려 섞인 질문이 이어졌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누가 중국에서 만든 전기차를 사겠느냐”는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사실상 기우로 끝났다. 출시 첫날 2시간 만에 2000대, 1주일 만에 연간 판매 목표치인 4000대가 모두 사전 예약되면서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의 여론은 반전됐다. “사전 예약했는데 순번 때문에 기약이 없다”처럼 차량이 제때 출고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글이 대거 올라왔다.

반전된 SNS 중국산 여론  

기대 이상의 사전 예약 실적에 따라 폴스타코리아는 긴급하게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지난달 말 차량 인도가 처음 이뤄지면서 국내 도로 위에서 폴스타2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됐다.

2017년 국내 첫 상륙한 중국산 켄보 600은 판매 부진으로 출시 2년만에 자취를 감췄다. [사진 중한자동차]

2017년 국내 첫 상륙한 중국산 켄보 600은 판매 부진으로 출시 2년만에 자취를 감췄다. [사진 중한자동차]

중국산 자동차는 올 1분기 한국 자동차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고, 자체 브랜드로 이미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2017년 국내 상륙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 600은 판매 2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경쟁 차종 대비 저렴한 가격(1999만원)을 앞세워 연간 3000대 판매를 목표했으나, 첫해 300여 대밖에 팔지 못했다. 이듬해에는 10여 대만 판매한 뒤 결국 철수했다.

자체 브랜드 경쟁력은 미약

중국산의 반격은 바로 이뤄졌다. 생산은 중국에서 하되 기존의 수입차 브랜드를 앞세우면서다. 미국 애플이 아이폰의 대부분(90%)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방식대로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019년형 모델부터 중국에서 생산한 S90을 국내에 들여왔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019년형 모델부터 중국에서 생산한 S90을 국내에 들여왔다.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마중물 역할을 맡은 건 볼보의 대형 세단 S90이었다. “중국산 차량의 한국 출시는 없다”고 오랜 기간 강조해온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019년형 모델부터 중국에서 생산한 S90을 국내에 들여왔다. 2019년 1512대, 2020년 1776대를 팔았는데 품질과 관련해 심각한 소비자 불만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서서히 입소문을 모으면서 지난해는 전년 실적의 두 배 가까운 3213대를 판매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테슬라 모델3와 BMW iX3 등이 이후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질 우려를 줄여가는데 한몫했다.

중국산 자동차 연도별 수출 대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산 자동차 연도별 수출 대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자동차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키운 내수 시장이 강점이다. 2002년 미국·유럽(EU)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고, 2009년 이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내수를 바탕으로 키운 힘을 이젠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지난해 수출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천스화(陳士華)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지난해 중국산 자동차 수출이 처음으로 20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눈여겨볼 대목은 전기차 수출이 전년 대비 세 배 증가해 30만 대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전기차 부문에서 이미 중국산은 상당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가 비결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산이 절반을 장악했다. 특히 닝더스다이(CATL)는 96.7기가와트시(GWh)로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며 선두를 달렸다.

중국 비야디(BYD)는 지난해 자국 전기차 시장에서 9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사진 비야디]

중국 비야디(BYD)는 지난해 자국 전기차 시장에서 9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사진 비야디]

세계 4위 배터리 업체이면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중국 비야디(BYD)는 지난해 자국 전기차 시장에서 9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1등에 올랐다.

중국은 전기차에 이어 차세대 자동차로 평가받는 수소전기차(FCEV) 부문에서도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수소 에너지 중장기 발전 계획’을 통해 “FCEV의 핵심 부품을 포함한 공급망을 정비하겠다”며 “2025년 연간 5만 대 이상 생산·공급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산 유일의 FCEV인 현대자동차 넥쏘의 연간 판매량이 1만 대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중국산 자동차가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걸림돌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격해지는 미·중 갈등과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그리고 이로 인해 불거진 글로벌 공급망 개편이 주요 변수다. 또한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중국산 자동차의 미래가 흔들릴 수 있다.

정부 지원 없는 홀로서기 관건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중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은 그동안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BYD 등 혁신적인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전성시대에 접어든 만큼 정부 지원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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