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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CAR&] 전기차 대표 ‘소부장’ 노린다…포스코의 이유 있는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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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CAR&]

[강병철의 CAR&]

2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포스코의 행보가 국내외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배구조의 정점에서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사업 개편과 시너지 확보에 주력한다. 포스코를 비롯해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신생 소재 전문기업이 자회사로 편제된다. 포스코의 이런 변화는 생존을 위해서다. 본연의 사업인 철강에만 매달리다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탄소 감축 기술 중 하나로 석탄이 아닌 수소로 철광석을 녹이는 기술인 ‘수소 환원 제철’은 100조원 이상 투자가 필요하다. 게다가 2030년대 중반 이후에나 상용화할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말 포항제철소에서 수명이 다한 1고로의 불을 끄는 종풍식을 했다. 포스코에서 첫 쇳물을 생산한 고로다. [연합뉴스]

포스코는 지난해 연말 포항제철소에서 수명이 다한 1고로의 불을 끄는 종풍식을 했다. 포스코에서 첫 쇳물을 생산한 고로다. [연합뉴스]

철강만 하다간 탄소 중립 불가능

발등에 불도 떨어졌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세(CBAM) 규정안을 발표했는데, 탄소를 대거 배출하며 생산하는 철강 수입품에 대해 2026년부터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장석인 한국공학대(옛 산업기술대) 석좌교수는 “포스코가 과거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철강 이후 시대(Post-Fe)를 대비하기 위해 신소재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수소모빌리티+쇼’에 부스를 연 포스코. 다양한 친환경 차제를 전시했다. [사진 포스코]

지난해 ‘수소모빌리티+쇼’에 부스를 연 포스코. 다양한 친환경 차제를 전시했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사업 다각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전기차 관련 투자다. 일부에선 혹시나 완성차 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물론 이런 시각에 포스코는 무척 조심스러운 처지다. 철강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외 완성차 업계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어서다.

그래서 포스코 측은 자동차 소재·부품 전문 기업으로 남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새로운 모빌리티 분야를 견인하고자 차체, 구동모터, 배터리팩, 연료전지 분리판, 양·음극재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란 공식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수소모빌리티+쇼’에 출품된 포스코의 전기차용 초경량 차체와 서스펜션·배터리팩. [사진 포스코]

지난해 ‘수소모빌리티+쇼’에 출품된 포스코의 전기차용 초경량 차체와 서스펜션·배터리팩. [사진 포스코]

움직임은 그래도 심상치 않다. 포스코와 주요 계열사가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차 등 신모빌리티 시대를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와 물적 분할되는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는 더 가볍고 더 강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기가스틸’ 100만t 생산 체제(연간)를 지난해 구축했다.

꿈의 자동차용 강판 100만t 연산

기가스틸은 1기가파스칼(㎬) 이상의 초고강도 경량 강판이다. 그래서 ‘꿈의 자동차용 강판’으로 불린다. 1㎬은 가로·세로 각각 1㎜ 크기의 단위 면적이 100㎏의 무게와 힘을 버틸 수 있는 강도다. 1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로 10t 이상을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가 주도적으로 참여중인 세계철강협회 산하 자동차 컨소시엄 ‘월드오토스틸’의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 SEM 가상도. [사진 월드오토스틸]

포스코가 주도적으로 참여중인 세계철강협회 산하 자동차 컨소시엄 ‘월드오토스틸’의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 SEM 가상도. [사진 월드오토스틸]

단순한 철강 소재 공급을 넘어 다양한 차체를 선보이고 있다. 세계철강협회 산하 자동차 분야 컨소시엄인 ‘월드오토스틸(World Auto Steel)’을 통해서다. 초경량 전기차용 차체(PBC-EV)를 만든 데 이어 지난해 전기차용 경량 서스펜션(PSC-EV)과 배터리팩(PBP-EV)을 동시에 내놨다.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 SEM도 진행 중이다. 운전자가 필요 없고, 운전대(스티어링휠)가 사라진 완전 자율주행 콘셉트 차량 개발이 목표다. 개인 소유 차량보단 공유 등 모빌리티 서비스에 방점이 찍혀 있다.

컨소시엄 통해 친환경 차체 개발 

김재현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월드오토스틸은 올 하반기 SEM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 중인 포스코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에도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소재는 철강이라는 점을 확고히 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자회사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이 생산하는 수소전기차 핵심부품. [사진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 자회사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이 생산하는 수소전기차 핵심부품. [사진 포스코인터내셔널]

계열사의 움직임 역시 부산하다. 대표적인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무역상사와 자원개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자체 생산설비를 보유한 친환경차용 구동모터코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대체로 변속기를 장착하지 않기 때문에 구동모터의 효율성이 중요하다. 구동모터엔 포스코로부터 공급받은 친환경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이 들어간다. 이 강판을 사용하면 1t당 연간 24.2 MWh의 전력을 아낄 수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구동모터코아 생산 능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포스코인터내셔널 구동모터코아 생산 능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경북 포항 공장을 증설했다. 덕분에 연간 200만 대분의 생산체제를 갖췄다. 2030년까지 국내외에서 700만 대분의 생산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 법인 포스코코아(POSCO-CORE) 증자에 참여했고, 멕시코법인 설립에 이어 연내 유럽에 생산거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주시보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은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는 친환경차 생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동모터코아 중심의 친환경차 부품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도 전기차 소재·부품 올인

2차전지(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 중인 포스코케미칼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양·음극재 생산능력을 현재 11만4000t에서 2030년 66만t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양극재의 경우 국내와 중국에선 생산기지를 한데 모으는 집적화를 추진하고, 미국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와 대규모 합작 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다.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전지용 양극재 개발에도 나섰다.

포스코케미칼 2차전지 소재 생산능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포스코케미칼 2차전지 소재 생산능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음극재의 경우 기존 천연흑연으로 만든 음극재보다 팽창률을 낮춰 급속충전 성능을 높인 저팽창 음극재를 개발했다.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포항에 준공했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충전속도를 줄이는 강점이 있다.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국내 생산이 전무했던 인조흑연 음극재의 원료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국산화를 이뤘다”고 소개했다.

포스코케미칼이 세종시에 단계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음극재 공장 모습. 왼쪽 아래 부지에 저팽창 음극재 전용 생산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다. [사진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케미칼이 세종시에 단계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음극재 공장 모습. 왼쪽 아래 부지에 저팽창 음극재 전용 생산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다. [사진 포스코케미칼]

기존 계열사만으론 전기차 시대의 과제 해결이 쉽지 않다. 그래서 지난해 법인을 세운 포스코리튬솔루션과 포스코HY클린메탈이 포스코의 새로운 비밀 병기다. 포스코리튬솔루션은 광석 리튬에서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을 직접 뽑아내는 공정을 담당한다. 지난해 5월 전남 광양에서 공장 착공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연간 4만3000t의 리튬을 생산하는데 이는 전기차 100만 대분에 해당한다.

지난해 9월 착공한 전남 광양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 올 7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 포스코]

지난해 9월 착공한 전남 광양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 올 7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 포스코]

또 하나의 신설 계열사 포스코HY클린메탈은 양극재에 들어간 리튬과 니켈·코발트·망간을 폐전지에서 추출해 다시 양극재 소재로 공급하는 리사이클링 과정을 맡는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해 지난해 9월 광양에서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올 7월 준공한 뒤 내년 1분기부터 배터리 제조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리사이클링 시장은 2030년에는 전체 2차전지 소재 시장의 20%를 차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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