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컬링천재' 김민지 전격 영입…"더 예뻐진 5G로 불러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경기도청 여자컬링 선수들이 의정부 컬링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설예은, 김수지, 새롭게 가세한 김민지, 김은지, 설예지. 김상선 기자

경기도청 여자컬링 선수들이 의정부 컬링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설예은, 김수지, 새롭게 가세한 김민지, 김은지, 설예지. 김상선 기자

“이제는 ‘컬스데이’ 대신 ‘5G’라고 불러주세요.”

최근 경기 의정부 컬링장에서 만난 경기도청 여자컬링 선수들이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경기도청은 그동안 걸그룹 걸스데이에 빗대 ‘컬스데이’라 불렸다. 쌍둥이 설예은(26)과 설예지, 김은지(32), 김수지(26) 모두 컬링 실력 만큼 외모도 출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춘천시청 스킵(주장)이었던 김민지(23)가 지난달 경기도청으로 전격 이적하면서, 팀 애칭을 ‘컬스데이’에서 ‘5G’로 바꿨다.

스킵 김은지(32)는 “김은지, 김수지, 설예지, 김민지 이름이 ‘지’로 끝난다. (설)예은이의 별명도 잘 먹고 예뻐서 ‘먹방돼지’, ‘예쁘지’다. 5명 모두 이름과 별명이 ‘지’로 끝나 ‘5G’로 정했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김은지가 동생들을 보며 “난 최근 여권 영문명도 ‘chi’에서 ‘ji’로 바꿨다. 그런데 한자는 뭐야? 난 지혜 지(智)”라고 하자, 김수지와 김민지는 “저도! 소오름~”이라고 했다. 설예지도 “저도 한글 이름이 ‘예쁘고 지혜롭게’란 뜻”이라고 거들었다. 설예지는 “다섯 명의 지혜를 모아보자”며 웃었다. ‘팀 컬러’를 묻자 김민지는 “더 더 예쁨”이라며 웃었다. 김민지가 가세해 미모도 업그레이드됐다. 경기도청 선수들은 인터뷰 내내 흥이 넘쳤다.

경기도청 김수지, 김민지, 설예은, 김은지, 설예지(앞쪽부터). 김상선 기자

경기도청 김수지, 김민지, 설예은, 김은지, 설예지(앞쪽부터). 김상선 기자

한국여자컬링은 최근 10년 가까이 ‘팀 킴(강릉시청)’, 경기도청, 춘천시청이 3파전을 펼쳤다. 컬링에서 최종 샷을 하는 스킵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 강릉시청의 ‘안경선배’ 김은정, 경기도청 김은지, 춘천시청 김민지가 ‘빅3 스킵’으로 꼽혀왔다.

특히 김민지는 ‘컬링 천재’, ‘리틀 김은정’이라 불린다. 여자컬링은 한 팀 전체를 국가대표로 뽑는데, 2019년 김민지가 이끈 춘천시청이 언니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민지는 그해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최초로 메달(동메달)을 이뤄냈고, 이듬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민지는 최고 대우를 받고 경기도청으로 깜짝 이적했다. 컬링계에서는 “축구로 치면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간 격”이란 재미있는 말까지 나왔다.

김수지는 “상대팀 입장에서 민지는 얄미운 선수였다. 우리가 스톤을 차곡차곡 쌓아두면 깨부쉈다. ‘어머! 얘 봐라’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며 “이렇게 인연이 될 줄 몰랐는데 해결사가 우리 팀에 와서 기쁘다. 우리는 5G급으로 태세 전환이 빠르다”며 웃었다.

컬링 천재라 불리는 김민지. 김상선 기자

컬링 천재라 불리는 김민지. 김상선 기자

김민지는 “예전부터 경찰을 꿈꿔와서 원래 경찰 시험 공부를 하려 했다. 그런데 경기도청과 인연이 닿아 컬링에 다시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언니들과 해보고 싶었고, 편안하고 즐겁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10대 때부터 스킵을 맡아 중압감이 컸던 김민지는 2년 전부터 컬링이 힘들어 그만 두려고 했었다고 한다.

신동호 경기도청 코치는 “(김)은지가 ‘민지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가 민지를 만나 ‘컬링과 라이프 둘 다 잘 할 수 있게 돕겠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김은지도 “신중한 편인 나와 달리 민지는 파워풀해 시너지가 기대되고 든든하다. 포지션별로 단계를 넘겨주는 샷들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전술도 잘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신동호(왼쪽) 코치와 경기도청 선수들. 김상선 기자

신동호(왼쪽) 코치와 경기도청 선수들. 김상선 기자

김민지는 경기도청에서 스킵 대신 서드를 맡기로 했다. 김은지가 스킵, 설예은이 리드, 김수지가 세컨드, 설예지가 핍스다. 김민지는 “그동안 스킵으로 지시를 하다가, 오랜 만에 스위핑을 하니 몸은 힘들지만 재미있다. 지난 3월 (김)수지 언니가 결혼했는데, 브라이덜샤워를 하며 금세 친해졌다. 우리 모두 의정부에 살고, 특히 고등학교 선배들이라 든든하다”고 했다.

김수지(가운데)의 브라이덜샤워를 통해 금세 친해진 경기도청 선수들. [사진 경기도청 인스타그램]

김수지(가운데)의 브라이덜샤워를 통해 금세 친해진 경기도청 선수들. [사진 경기도청 인스타그램]

경기도청 5명 모두 의정부 송현고 출신이다. 1990년생 김은지, 93년생 김수지, 96년생 설예지-예은, 99년생 김민지는 3살 터울이다. 경기도청은 노련미와 패기를 두루 갖추게 됐고, 김민지가 가세해 전력상 ‘1강’으로 떠올랐다. 김민지는 “밖에서 보면 경기도청은 차분하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서열 정리가 잘 돼 의견 조율이 매끄럽게 이뤄지더라”고 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 출전했던 경기도청은 2016년에 이어 2020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그해 코로나19가 터졌다. 캐나다 프린스 조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가 개막 이틀 전에 취소됐다. 설예은은 “공항에서 취소 소식을 들었다. 특히 수지 언니가 펑펑 울었다”고 했다.

김민지(오른쪽 둘째)가 가세해 팀 애칭을 5G로 바꾼 경기도청 여자컬링팀. 김상선 기자

김민지(오른쪽 둘째)가 가세해 팀 애칭을 5G로 바꾼 경기도청 여자컬링팀. 김상선 기자

‘팀 김(Team Gim)’ 경기도청은 12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글랜드슬램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나선다. 세계랭킹 17위 자격으로 출전했다. 김민지가 가세한 뒤 첫 국제대회다. 경기도청은 올해 6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다시 태극마크를 노린다. 친정팀 춘천시청과 맞대결에 대해 김민지는 “이겨야죠. 질 수 없어요. 일 마치고 친구로 봐야죠”라고 했다.

김민지가 가세해 팀 애칭을 5G로 바꾼 경기도청. 김상선 기자

김민지가 가세해 팀 애칭을 5G로 바꾼 경기도청. 김상선 기자

지난 2월 ‘팀 킴(강릉시청)’이 출전했던 베이징올림픽을 경기도청 선수들을 TV로 지켜봤다. 김민지는 TV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김수지가 “민지가 컬링장에서 ‘야~~’ 소리 지르는 것만 들었는데 차분하게 설명을 잘하더라”고 하자, 김민지는 “해설을 하며 올림픽을 지켜본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은지는 “베이징올림픽에서 팀 킴을 보며 부러웠다. 민지와 차근차근 합을 맞춰가다 보면 이탈리아(2026년 밀라노 코르티아 올림픽)은 우리 것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김민지도 “좋은 기운이라도 받게 이탈리아로 다녀와야 할까요. 우리의 목표가 같으니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팀원들을 바라봤다.

경기도청 김은지, 설예은, 김수지, 설예지, 김민지(왼쪽부터). 김상선 기자

경기도청 김은지, 설예은, 김수지, 설예지, 김민지(왼쪽부터). 김상선 기자

▶‘팀 킴(Team Gim)’ 경기도청 여자컬링

선수: 김은지(스킵) 설예은(리드) 김수지(세컨드) 김민지(서드) 설예지(핍스)
애칭: 5G(5명 이름과 별명이 ‘지’로 끝나서)
팀 컬러: 더 더 예쁨,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국가대표: 2014, 2016, 2020
주요성적: 2014 소치올림픽(8위, 당시 멤버는 김은지가 유일)
            작년 9월 회장배 우승, 작년 11월 캐나다 바운더리 포드 컬링 클래식 우승

▶김민지는...
출생: 1999년생(23세)
팀: 송현고~춘천시청~경기도청
국가대표: 여자 4인조(2019년) 믹스더블(2021)
주요성적: 2018 아시아태평양선수권 금, 2019 세계컬링선수권 동, 2020 세계주니어선수권 은
별명: 컬링천재, 리틀 김은정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