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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한테 편파 판정 안 통해, 컬링 한중일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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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팀 킴 김은정과 친구 김영미가 베이징올림픽 여자컬링 1차전을 앞두고 베이징의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뉴스1]

팀 킴 김은정과 친구 김영미가 베이징올림픽 여자컬링 1차전을 앞두고 베이징의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뉴스1]

4년 전 평창올림픽에서 “영미~”란 최고 유행어를 만든 한국 여자컬링 국가대표 ‘팀 킴’이 10일 베이징올림픽 여자부(4인조) 첫 경기에 나선다. 이번 대회에 브룸 대신 마이크를 잡는 김민지(23) 해설위원에게 대회 판도를 들어봤다. 춘천시청의 스킵(주장) 김민지는 2019년 국가대표로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동메달을 이끌어 ‘리틀 김은정’이라 불린다. ‘팀 킴’과 스무 번 이상 붙어봤고, 지난달 중순 한국에서 두 차례 연습경기를 치렀다.

김민지는 “고등학생 때 ‘팀 킴’과 5번 붙으면 4번 졌고, 지금도 3번 하면 한 번 이기는 정도다. 언니들은 노련하고 기복이 없고 항상 꾸준히 잘한다”며 “스킵 김은정(32) 언니는 승패가 갈리는 마지막 샷을 할 때 부담감이 엄청날텐데도 긴장한 티가 안 난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걸 보면 ‘안경 선배’란 별명이 정말 잘 어울린다”며 웃었다. 시력이 0.7인 김은정은 평창 때 동그란 뿔테안경을 쓰고 카리마스를 뿜어내 ‘안경 선배’라 불린다. 일본 지지통신은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고구레 기미노부(한국판 이름 권준호)에 빗대 ‘안경 선배’라 불리는 김은정이 엄마가 돼 올림픽에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브룸 대신 마이크를 잡는 김민지 해설위원. [사진 MBC]

베이징올림픽에서 브룸 대신 마이크를 잡는 김민지 해설위원. [사진 MBC]

2019년 아들을 출산한 김은정은 다시 세계를 쓸러 나선다. 김은정이 평창올림픽 당시 스위핑하는 김영미(31)를 향해 목이 터져라 “영미~”를 외쳤다. 베이징에서는 핍스(후보) 김영미 대신 김선영(29)이 리드를 맡는다. 김초희(26)가 세컨드, 김경애(28)가 서드다.

김민지는 “은정 언니가 출산으로 빠졌을 때 초희 언니가 서드를 봤고 이후 세컨드로 올라갔다. 샷 정확도가 더 좋아졌다. 이번 대회에 은정 언니는 ‘영미~’ 대신 ‘초희~’를, (김)경애 언니는 ‘선영~’을 많이 부를 것 같다”고 했다. 하루에 2경기를 치르는 날이 있는 등 경기 수가 많아 김영미도 언제든 출격을 대기한다.

베이징에서 훈련하는 김초희(아래)와 김영미. [뉴스1]

베이징에서 훈련하는 김초희(아래)와 김영미. [뉴스1]

베이징에서는 ‘한·중·일 컬링 삼국지’가 펼쳐진다. ‘팀 킴’은 13일 오후 3시5분 중국, 14일 오후 9시5분 일본과 맞붙는다. 세계 랭킹에서 ‘팀 킴’은 7위로, 78위의 중국 ‘팀 한위’에 크게 앞선다. 김민지는 “주니어 대회 때 중국 팀을 이긴 적이 있는데, 당시 스킵 한위(22)는 어린 나이에도 침착하게 플레이를 했다”고 기억했다.

쇼트트랙 편파 판정 여파로 ‘컬링 한중전’이 주목 받고 있다. 김민지는 “나도 쇼트트랙을 보면서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다. 컬링은 심판 개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편파 판정이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영미한테 편파 판정은 안 통하는 셈’이다. 김은정도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쇼트트랙 안타까운 현장에 우리도 있었다. 컬링은 선수가 요청하지 않으면 심판이 개입할 수 없다. 시간 문제, 상대 선수 마찰 등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 관중들이 응원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 스피커를 켜고 소음 훈련을 했다”고 했다. 김민지는 “팀 킴이 최근 중국팀과 전적에서도 조금 더 앞선다. 언니들한테 부담이 되면 안되겠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평창올림픽에서 명승부를 펼친 김은정과 일본 후지사와. [중앙포토]

평창올림픽에서 명승부를 펼친 김은정과 일본 후지사와. [중앙포토]

4년 전 평창에서 명승부를 펼친 일본 스킵 후지사와 사쓰키(31)와 김은정의 리턴매치도 관심사다. 후지사와는 평창올림픽 당시 배우 박보영 닮은꼴로 주목 받았다. 평창올림픽 4강에서는 승리했던 ‘팀 킴’은 작년 12월 올림픽 자격대회에서 ‘팀 후지사와’에 두 번 모두 졌다.

김민지는 “‘팀 후지사와’는 우리팀을 만나면 반갑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약한 웨이트(스톤 속도)로 아기자기하고 정교한 플레이를 한다. 작년 자격 대회에서 일본이 아이스에 빨리 적응해 샷 성공률이 높았다”고 했다.

변수로 ‘중국의 빙질’을 꼽은 김민지는 “중국에서 열린 월드컵에 2번 나갔는데 다 꼴등을 했다. 국가마다 얼음 스타일이 다른데, 제게 어려운 얼음이었다. 웨이트가 곳곳마다 차이가 있고, 한 쪽이 많이 돌았다. 베이징올림픽 믹스더블(혼성 2인조) 경기를 봤는데 선수들이 실수를 많이 하더라. 얼음이 쉬어 보이지 않았다. 나아졌을 수 있지만, 누가 얼음에 빨리 적응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김민지는 “2018년 이후 프리가드존에 있는 스톤을 처음 5개(원래 양팀 도합 4개)까지 쳐낼 수 없게 규정이 바뀌었다. 그래서 하우스가 금방 깨끗해지지 않고 경기를 보다 복잡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지고 있는 팀 입장에서는 대량 득점이 가능해져서 더 흥미로워졌다”고 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피터 갤런트 감독이 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훈련을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피터 갤런트 감독이 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훈련을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는 10개국이 한 번씩 맞붙는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4위까지 4강에 진출한다. 김민지는 “4강에 들려면 6승이 안정권이고 5승은 해야 한다. 4승은 어렵다. 스위스, 캐나다, 스웨덴은 정말 잘한다. 중국, 덴마크, 영국, 중국, 미국, 일본전이 중요하다”고 했다.

팀 킴은 10일 오후 9시5분 베이징의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캐나다와 1차전을 치른다. 한국 감독 피터 캘런트(캐나다) 감독은 예비 며느리를 상대한다. 그의 아들 브렛 갤런트의 여자친구 조슬린 피터먼이 캐나다 여자컬링대표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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