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을 기다려도 택시가 안 잡혀서 3시간 걸리는 집까지 걸어갔어요.”
지난 9일 지인들과 광화문에서 모임을 가진 직장인 이모(30)씨 말이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이씨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빈 차를 조회했지만, 배차가 되지 않아 결국 도보로 귀가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모임이 늘면서 귀갓길 택시를 잡지 못해 애를 먹는 시민이 늘고 있다.
“승차장에 40명 줄 서도 택시가 없다”
이른바 ‘택시 대란’은 지난 4일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이 자정으로 연장된 이후 심화하고 있다. “자정에 시내 번화가에서 택시를 잡으려면 1시간 대기는 기본”이라는 말도 나온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24)씨는 지난 9일 자정 무렵 성동구에서 지인들과 헤어진 뒤 앱으로 택시를 불렀으나 1시간 30분 동안 배차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이용 가능한 차량이 없다’는 안내가 계속돼 결국 대형 승합차 택시를 불러 귀가했다. 일반택시였다면 2만원 정도 나올 거리를 5만원 가까이 주고 갔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6)씨는 “자정 즈음 모임이 끝나고 서울역 택시 승차장으로 갔는데 대기자가 40명은 족히 돼 보였다. 손님을 태우러 오는 택시가 없어 승차장 주변을 1시간 가까이 배회하다가 서소문동에서 겨우 빈 차를 잡았다”고 했다.
‘코로나 불황’으로 택시기사 2만6000명 감소
운송업계는 운전기사 수 감소를 택시 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불황’을 견디지 못한 운전기사들이 대거 업계를 떠났고, 수요가 회복되자 공급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12월 이후 2년간 법인택시 운전기사가 10만2320명에서 7만5403명으로 약 26%(2만6917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유가 상승과 운전기사 고령화 등 요인이 맞물리면서 심야시간대 운행하는 차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나이 많은 개인택시 기사들은 늦은 시간대 운전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심야 요금 인상 등 운행을 유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개인택시 공급 조절 등을 이유로 시행 중인 ‘택시 3부제’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위드코로나 당시 택시 대란이 벌어지자 2개월간 한시적으로 부제를 해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시 “지하철 연장 신중해야”
심야 이동량은 증가하는데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자정께 운행이 중단된다는 점도 택시 대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서울시는 기존에 새벽 1시까지 연장 운행하던 지하철 막차 시간을 2020년 4월부터 약 1시간 당겨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택시로 이동 수요가 몰리는 걸 완화하려면 지하철 운행 종료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운행 연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코로나 외에도 열차 점검 등 안전상 문제가 결부돼 있어 방역 정책이 완화됐다고 해서 단순하게 결정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