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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여당, 여의도 야당" 권성동, 여야협치 대신 강경모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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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11일 최고위원회의 데뷔전에서 내놓은 키워드는 선명성이다. 그는 “광화문에서는 우리가 여당이지만, 여의도에서는 우리가 야당”이라며 여소야대(110석 대 172석)의 현실부터 직시했다. 통상 원내대표의 첫 일성엔 ‘여야 협치’가 나오는 게 관례지만, 그는 ‘당내 협치’를 첫머리에 꺼냈다. 여야 협치라는 말을 언급할 때도 “야당과 최대한 협치를 하되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편법과 꼼수에는 결코 타협하거나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강 대 강’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불복ㆍ천인공노”…권성동, 연일 강경 모드

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개헌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 야당이 되었다”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순조로운 협조를 해 주는 것이 정치 도의상으로 옳지만, 민주당은 사사건건 발목잡기와 힘자랑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재추진하는 데 대해선 “결국은 문재인 정부의 실세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대선 패배에 대한 불복 의도”와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할 경우 검찰 공화국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프레임을 씌울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가 11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서일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보낸 원내대표 당선 축하난을 전달받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가 11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서일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보낸 원내대표 당선 축하난을 전달받고 있다. 김상선 기자

그는 전날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에 대해 “만행이자 천인공노할 범죄”라며 “민주당이 양심을 저버리고 과거와 같이 독선적 운영, 의회 독재로 간다면 의원들과 상의해서 우리도 아주 세게 싸울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그는 “민주당이 이번에도 입법 독재를 하게 된다면 지방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처절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도 “문 정부는 다음 정권으로의 순조로운 이양을 위한 협치와 제대로 된 정책평가에 노력해야 한다”(허은아 수석대변인), “검수완박은 민심과 맞서겠다는 명백한 ‘대국민 선전포고’”(법사위 일동) 등 권 원내대표를 화력으로 뒷받침했다.

“험난한 길 고민”한 권성동…“전략적 충돌 나선 듯”

권 원내대표의 이 같은 강경 모드는 지난 8일 당선 당일날부터 예고됐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 실세이자 투표자 102명 중 81명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그는 당선 직후 “기쁨과 영광보다는 험난한 길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고민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권성동 의원(오른쪽)이 이임하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권성동 의원(오른쪽)이 이임하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에서 0.72%포인트 차로 진 민주당은 ‘졌지만 잘 싸웠다’는 기류가 남아 있어, 일찍부터 강경파를 중심으로 ‘강한 야당’이 예고된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등 새 정부 인사청문회를 앞두곤 ‘인사청문 태스크포스(TF)’(단장 민형배 의원)를 꾸려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이곳엔 윤 당선인을 강하게 비판해온 김의겸ㆍ최강욱 의원 등이 전면배치됐다.

그래서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 “전략적 충돌”(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172석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을 제어할 방법이 없는 국민의힘으로선, 어설픈 협치에 나서기보단 민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을 공론화해 여론전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입법독재 프레임’ 전략이 곧 있을 지방선거를 염두에 뒀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입법 독재를 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면, 그 후폭풍을 감당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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