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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졌는데 계곡 다이빙?…소방기록으로 본 이은해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개 수배된 '가평계곡 남편 살인사건' 용의자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 연합뉴스

공개 수배된 '가평계곡 남편 살인사건' 용의자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 연합뉴스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 살인 사건의 진실은 밝혀질까. 공개수배된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씨의 혐의를 입증하려면 검찰은 당시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 외진 계곡에서 벌어진 그날의 실체적 진실은 증인들의 주장과 각종 사건 기록으로 퍼즐을 맞추면서 살인 혐의를 확인해야 한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서의 기록도 관련 증거 중 하나다.

왜 하필 일몰 후에?

10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경기도 가평군 북면 도대리 환자 구급활동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숨진 윤씨의 ‘계곡 다이빙’에 미심쩍은 부분들이 발견된다. 119에 윤씨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것은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이다.

의문점은 당시 일몰 시간이다. 가평군에 따르면 당시 일몰 시간은 오후 7시 55분 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평군은 계곡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 계도요원을 배치하는데 이들이 모두 철수한 후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 신고는 일몰 29분 뒤인 오후 8시 24분에 접수됐으니, 실종자를 찾다가 신고한 것을 감안해도 다이빙은 일몰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는 타당하다.

해가 진 계곡에는 이씨 일행만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평군 관계자는 “용소계곡은 한여름에도 해가 지면 물이 차가워 들어가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며 “안전계도요원이 철수하기 전 야간 수영·다이빙 금지 등을 안내하고 관련 표지판도 붙어있는데 왜 이들이 다이빙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고 뒤 피해자 발견까지 40 여분

신고된 내용에 따르면 이씨 등과 함께 계곡에 놀러 간 일행 1명은 “계곡에서 다이빙한 윤씨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신고를 접수한 가평소방서 북면 119지역대와 가평소방서는 오후 8시43분과 오후 8시51분 각각 현장에 도착했다. 윤씨를 발견한 시간은 신고 접수 40여분이 지난 오후 9시 5분이다. 당시 윤씨는 호흡이 없고 맥박도 뛰지 않는 상황이었다. 소방 당국은 심폐소생술을 하며 윤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방 관계자는 “계곡으로 가는 길이 왕복 1차선 도로라 도로가 혼잡하면 15~20분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가평군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매년 5월부터 8월까지 계곡에 안전계도요원을 배치하고 있다. 구명조끼를 빌려주고 사고 등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현장에도 안전계도요원이 있었다. 이들은 8시간씩(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또는 오전 10시~오후 7시)까지 현장을 순찰한다.

사건이 발생한 경기 가평군 용소폭포의 모습. 뉴스1

사건이 발생한 경기 가평군 용소폭포의 모습. 뉴스1

용소계곡 일대에 오래 거주한 주민 A씨는 “안전 계도요원이 배치되면서 용소계곡에서 발생한 사고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숨진 윤씨가 해가 진 이후 다이빙을 했다는 얘기에 주민들 사이에서도 ‘무슨 의도를 가지고 그 시간까지 남은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고 했다.

절벽에 선 윤씨 영상 있어

이 사건을 수사한 가평경찰서도 이런 점 등에 의문을 갖고 5개월에 걸쳐 내사했다. 당시 윤씨 등이 다이빙을 하기 위해 절벽에 올라가 있는 영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들이 물속으로 뛰어드는 영상 등은 없었다고 한다. 이씨와 조씨는 “날이 어두워 물에 빠진 윤씨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등이 윤씨가 스스로 다이빙을 했고, 물에서 나오질 않아 튜브를 던지는 등 구조하려 했다고 진술했다”며 “시신을 인양한 안전요원도 ‘날이 어두워 일반인이 구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술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당시엔 사고사로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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