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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4년 자숙' 끝내고 차트 올킬…그런데 YG 주가는 하락, 왜 [알려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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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빅뱅. 왼쪽부터 탑, 지드래곤,태양, 대성.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아이돌 그룹 빅뱅. 왼쪽부터 탑, 지드래곤,태양, 대성.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비 갠 뒤에 비애(悲哀) 대신, a happy end’

빅뱅이 돌아왔습니다. 위는 그들이 비가 그치길 4년 기다려 내놓은 싱글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의 한 소절이고요. 음원은 5일 자정 공개되자마자, 역시 빅뱅답게, 각종 차트를 석권했습니다. 아이튠즈 33개 지역서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차트 정상에 올랐고 중국과 일본 최대 음원 사이트인 QQ뮤직, 라인뮤직 실시간 차트도 장악했습니다. 국내에선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을 비롯해 주요 음원 차트서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빅뱅이 아무것도 안 해도 하루 200만회씩 조회되던 유튜브에서도 관심도가 치솟았습니다. 유튜브 음악 차트에 따르면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는 공개 당일에만 2000만회 이상을 기록했고, 3000만회 달성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빅뱅의 저력을 보여주는 지표죠. 그런데 빅뱅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신곡 발표 뒤에 오히려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8일엔 소폭 회복했지만, 미미했습니다). 왜일까요.

빅뱅이 5일 발표한 신곡 '봄여름가을겨울'의 이미지.[사진 YG엔터테인먼트]

빅뱅이 5일 발표한 신곡 '봄여름가을겨울'의 이미지.[사진 YG엔터테인먼트]

빅뱅 16년, 지나간 계절

빅뱅은 신곡 곳곳에, 작별 인사를 심어두었다. ‘떠난 사람과 힘들었던 일을 뒤로 하고’, ‘안녕’, ‘굿바이’라며, 혹시라도 못 알아들 것 같았는지 ‘지난 밤의 트라우마 다 묻고’ , ‘새 출발 하는 왕복선’을 타겠다고 선언.

멤버 탑은 신곡 발표 당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YG 스태프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이별을 고했다. 그는 “지난 16년간의 도움에 감사한다”며 “내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고 적었다. YG와의 계약은 끝났고, 자신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탑은 이어 7일엔 와인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게시물도 남겼다. 이 또한 오래 전부터 계획해 왔다는 의미다.

5일 4년 만에 신곡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 발표 직후 빅뱅 탑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 종료를 알렸다. 이어 7일엔 와인 사업 계획 등 '새출발'을 안내하는 게시물도 올렸다. [탑 인스타그램]

5일 4년 만에 신곡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 발표 직후 빅뱅 탑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 종료를 알렸다. 이어 7일엔 와인 사업 계획 등 '새출발'을 안내하는 게시물도 올렸다. [탑 인스타그램]

YG 측은 “탑과의 계약은 끝나지만, 빅뱅과 함께할 일이 있을 때마다 합류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거 아이돌 그룹 해체 선례를 보더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현재 오가는 말들은 연애가 끝나고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다” 정도의 수사, 혹은 인사치레 정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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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패션잡지 ‘프리스티지’ 홍콩판과 한 인터뷰에서 탑은 YG를 떠난 뒤 “솔로 음반, 장편 영화, 음반 레이블,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 와인레이블 사업” 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얘기지만, 그는 이 인터뷰에서 그동안 번 것의 100% 이상을 미술 작품 수집에 쓴다고도 했다) 탑이 빅뱅 활동에 합류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복잡한 업무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팬들에겐 슬픈 소식인 동시에, 주주들에겐 YG 핵심 지식재산권(IP)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한다는 신호다.

왜 이렇게 정리됐나

빅뱅은 신곡 발표 이후 공개된 일정이 전혀 없다. 팬 사인회나 콘서트, 후속곡, 하다못해 방송 프로그램 출연 일정도 없다.팬들을 대상으로 ‘봄여름가을겨울’ 커버 콘테스트만을 진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YG 관계자들은 “빅뱅은 지금 잘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 그러니 왜 이런 마무리를 선택했는지는 추정만 가능하다.

검색 도구 '썸트렌드'에서 3월 8일~4월 7일에 트위터 등에서 빅뱅(BIGBANG) 연관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

검색 도구 '썸트렌드'에서 3월 8일~4월 7일에 트위터 등에서 빅뱅(BIGBANG) 연관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

우선 여전히 여론이 나쁘다. 빅뱅의 4년 전 사건들이 끊임없이 소환된다. 블로그, 뉴스, 트위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수집·검색 도구 썸트렌드에서 지난달 8일부터 지난 7일까지 한 달간 빅뱅 관련 검색어를 분석해보면, 어느 정도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물론 이런 데이터 분석 도구가 완전히 정확하진 않다.그래도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이 기간 여전히 빅뱅 관련 검색어의 압도적 1위는 ‘성매매(1만7870건)’였다. 2위는 긍정적 검색어인 ‘좋다(8521)’이지만, 3위는 다시 부정적 검색어인 ‘범죄(7721건)’로 이어진다. 트위터 등에 올라오는 멘션도 옮기기 꺼려질 정도로 꽤 가혹한 편이다.

신곡 공개 뒤 ‘화력’이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빅뱅은 유튜브에서 지난 7일 간 세계에서 5780만 회가 재생됐다. 이 기간 가장 많이 조회된 국가 한국, 베트남, 일본, 인도네시아 순이었다. 발표 당일 빅뱅 관련 조회수는 10배가 늘었지만, 다음날부터 꺾이기 시작해 이틀 만엔 절반으로 줄었다.이것도 좋은 성적이지만, 팬덤 확대나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빅뱅 신곡 발표 전후 유튜브 조회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빅뱅 신곡 발표 전후 유튜브 조회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리고 무엇보다, 2006년 데뷔해 16년 차인 빅뱅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 맏형 탑은 35세가 됐고, 지드래곤과 태양은 34세, 막내 대성이 33세다. 탑은 프리스티지 인터뷰에서 “빅뱅의 탑인 것은 자랑스럽지만 지난 몇 년 간 이게 ‘끝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해 왔다”며 “빅뱅은 아이돌 그룹인데 난 너무 늙었고, 다들(멤버들) 너무 늙었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나이는 이미 30대 중반인데, 빅뱅이 그룹의 특징인 악동 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건 스스로도 부대낄 수 밖에 없다.

빅뱅 유튜브 조회수 상위 10개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빅뱅 유튜브 조회수 상위 10개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상황을 종합해 보면 여러모로 기존의 빅뱅을 유지하긴 버거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YG엔터, 앞으로는

“빅뱅이 YG 마포구 합정동 사옥을 지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이 회사에서 핵심 역할을 해 온 그룹이다. 빅뱅 활동이 사라지거나 뜸해진다면, YG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돌파구는 분명하다. YG는 현재 K팝에서 가장 막강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걸그룹 블랙핑크를 갖고 있다. 지난해 멤버 개인 활동만 한 블랙핑크는 올해엔 완전체로 몹시, 매우 바빠질 예정이다. 2020년 8월 데뷔한 12인조 보이 그룹 트레저는 일본 시장에 집중한다. 오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일본 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올해 YG는 블랙핑크 데뷔 이후 6년 만에 새 걸그룹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YG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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