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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비판한 러 기자, '빨간 페인트' 테러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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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기차 안에서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테러를 당했다. [트위터 캡처]

러시아의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기차 안에서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테러를 당했다. [트위터 캡처]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써 온 러시아 기자가 기차 안에서 ‘페인트 테러’ 공격을 받았다.

8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는 트위터를 통해 편집장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7일 모스크바에서 사마라로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정체불명의 한 남성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기차 안에 있던 무라토프에게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것을 받아라!”라고 소리치며 무라토프를 향해 미리 준비해 온 붉은 페인트를 퍼부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에 무라토프는 얼굴과 상반신, 팔 등에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썼다. 그가 머물고 있던 침대칸과 그 안에 있던 물건들도 모두 붉게 얼룩졌다.

러시아의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기차 안에서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테러를 당했다. [트위터 캡처]

러시아의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기차 안에서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테러를 당했다. [트위터 캡처]

무라토프도 트위터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눈이 몹시 따갑다. 페인트를 지우려 노력 중”이라고 썼다.

무라토프가 공격을 받은 구체적인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 있을 것으로 외신은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은 타깃이 돼왔기 때문이다. 실제 무라토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푸틴의 전쟁’이라고 공공연히 비판해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 언론 규제 당국으로부터 두 번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무라토프는 결국 러시아 당국의 압박에 전쟁이 끝날 때까지 신문 발간을 일시 중단한다고 지난 달 28일 발표했다. 러시아에서는 언론 매체가 규제 당국으로부터 1년 안에 두 번 경고를 받으면, 법원이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

또 무라토프가 운영 중인 신문사 소속 기자 2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일도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달 초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 ‘공격’ ‘침공’으로 지칭하는 것을 불법화하는 법이 통과돼 이런 단어들의 사용이 금지돼 있다.

무라토프는 1993년 마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함께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설립했으며, 1995년부터 현재까지 편집장을 맡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온 그는 독재에 맞선 노고를 인정받아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함께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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