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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난 때리진 않았다" 윌 스미스 소환한 英 2인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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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2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추도 예배가 열리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2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추도 예배가 열리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적어도 나는 일어나서 누구도 때리진 않았다.”

영국 내각의 2인자인 리시 수낙(42) 재무장관이 아내 아크샤타 무르티(42)를 둘러싼 ‘피 묻은 돈’ 논란에 윌 스미스를 소환했다. 윌 스미스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오스카 시상식 도중 아내 제이다 핑킷 스미스의 탈모를 두고 농담을 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일을 언급하면서다.

수낙 장관은 지난달 31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정치인으로서 공인인) 나를 공격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건 공정한 게임”이라면서 “하지만 (정치인이 아닌) 아내를 향해 덤비는 건 매우 잘못된 일이자 화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윌 스미스 사건을 언급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러 사업 계속…배당금 연간 183억원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왼쪽)과 아내 아크샤타 무르티. EPA=연합뉴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왼쪽)과 아내 아크샤타 무르티. EPA=연합뉴스

그의 아내 무르티는 ‘인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인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인포시스 테크놀로지’ 창업자 나라야타 무르티(76)의 딸이다. 무르티는 러시아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인포시스에서 지난 1년간 배당금 1150만 파운드(약 183억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피 묻은 돈을 모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무르티가 보유한 인포시스 지분은 0.91%로 시가 6억9000만 파운드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의 레이사 바실렌코 의원은 지난달 27일 L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러시아에서 운영되는 회사가 지급한 모든 배당금은 우크라이나의 어린이와 여성을 살상하는 러시아 군대를 후원하는 피 묻은 돈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자유민주당 재무부 대변인도 “수낙 장관은 러시아와의 유착 가능성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낙 장관은 영국 기업에 “(푸틴 정권에) 최대한 경제적 고통을 주기 위해” 러시아 사업 철수를 촉구했지만, 인포시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대변인을 통해 “무르티와 가족이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밝혔다. 그러자 인포시스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러시아에선 소수의 직원이 서비스하고 있다”면서 “전쟁 피해자를 돕기 위해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회사 경영에 관여 안 해”

2004년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인도 방갈로의 인포시스 테크놀로지를 방문해 창업자인 나라야나 무르티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2004년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인도 방갈로의 인포시스 테크놀로지를 방문해 창업자인 나라야나 무르티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수낙 장관 역시 이런 논란에 대해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가족이 푸틴 정권의 덕을 본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나는 선출된 정치인으로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을 이야기하기 위해 왔다. 아내는 그렇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장인인 무르티 창업주에 대해서도 “그가 달성한 모든 것에 대해 내가 가지는 감정은 엄청난 자부심과 존경뿐”이라고 옹호했다.

인도계 이민 3세인 수낙 장관은 ‘젊은 보수’ 이미지로 인기를 얻어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스타 정치인이다. 2020년 12월 여론조사기관 유거브(YouGov) 조사에서 그의 호감도는 48%였다. 윈체스터 칼리지와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취득한 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헤지펀드 회사를 창업했다. 2015년 리치먼드와 북요크셔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진출했다. 이후 주택 공공자치부 차관과 재무부 차관을 거쳐 지난 2020년 2월 재무부 장관이 됐다.

아내 무르티와는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만났다. 무르티는 그전에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맥케나 칼리지에서 경제학과 불어를 공부하다가 로스앤젤레스의 패션대학 FIDM로 옮긴 후 딜로이트와 유니레버 등에서 일했다. 결혼 전엔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지만 3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인포시스 외에 최소 영국 기업 6곳의 지분을 비롯해 산타모니카 해변의 펜트하우스 등 영국과 미국에 주택 최소 4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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