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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만 문신 시술" 헌재, 합헌 판단했지만…5대4로 갈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열린 타투 오픈베타서비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타투 스티커를 보여주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열린 타투 오픈베타서비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타투 스티커를 보여주고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가 의료인만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의료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27조, 부정의료업자를 처벌하는 보건범죄단속법 5조를 두고 타투이스트(문신 시술사)들이 제기한 6건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는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기각한다고 31일 밝혔다.

헌재는 문신 시술의 위험성에 주목했다. 바늘을 이용해 색소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보니, 감염의 위험성이 필연적으로 생긴다는 것이다. 문신 시술이 안전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의학적 지식을 숙지해야 하고, 개인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염료를 사용하는 등 예방적 조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해당 조항으로 타투이스트나 반영구화장 시술사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되더라도, 국민의 건강권과 국가의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연합뉴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연합뉴스

다만 헌재는 "법이 인정하는 의료인이 아니면서 어떤 분야에 관해 우수한 의료 능력을 갖춘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면, 입법자들이 이들을 검증해 자격을 부여해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입법 정책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보건위생상 위험을 감수하고 새 제도를 도입할지 여부는 입법 재량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다. 또 입법자가 국민보건에 위해를 발생할 우려 때문에 규제했다면, 이 판단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도 했다.

헌재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도 문신 시술을 할 수 있게끔 법에 정해두지 않아 입법자들이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청구인들의 '입법부작위' 심판 청구도 재판관 5대4의 의견으로 각하했다.

 대한문신사중앙회 관계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문신사중앙회 관계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태·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문신 시술 방식이 정형화돼 있고 위험성이 통제될 수 있는 행위"라고 짚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비의료인들에 대해 상세하게 규제해 안전한 시술이 보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 이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로 규정해 규제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또 "눈썹 문신 시술 등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반화될 정도로 수요가 증대되는 만큼, 의료인에게만 허용하는 것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문신 시술의 예술적인 특성에 대한 고려없이, 계속해서 의료인에게만 문신 시술을 허용한다면 오히려 안전한 시술의 정착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술사의 자격과 작업 환경 등을 규제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는 취지다.

김도윤 타투이스트유니온 지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윤 타투이스트유니온 지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도 국회에 "문신 시술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피시술인의 개성 발현의 자유 등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비의료인 문신 시술자에게 일정한 자격요건을 부여하되, 그에 따른 엄격한 관리ㆍ감독 체계를 규정한 관련 입법안을 조속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이날 헌재를 찾아 "오늘 선고와 관계없이 사법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며 "소비자의 안전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는 합법화를 위해 계속 소리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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