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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에 풍덩”… 사고 속출하는 中 무인배송, 미국과 격차 더 벌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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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비쥬얼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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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 앱 메이퇀(美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징둥(京東) 등 중국 택배, 전자상거래, 음식배달 업계는 ‘무인 배송 차량’ 서비스를 운영하며 물류·유통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사람이 아닌 ‘로봇’이 택배를 전달하는 장면은 더는 중국에서 어색한 일이 아니다.

중국은 국토가 넓어 무인배송을 도입할 경우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다. 특히 최근 중국 내 인건비가 지속해서 상승함에 따라 무인배송 기술 개발에 더 속도를 내왔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배송 로봇을 통해 100만 건의 배송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로봇의 이름은 ‘샤오만뤼(小蛮驴)'’로, 출시 1년 만에 중국 내 52개 지역, 약 20만 명 이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배송서비스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샤오만뤼는 1회 충전으로 100km 운행이 가능하고 매일 최대 500건의 주문량을 소화할 수 있어 넓은 범위를 커버해야 하는 중국 배송시장의 특성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징둥은 최근 기존 배송 로봇보다 배송 효율을 약 2배가량 높인 5세대 배송 로봇을 발표하며 자율주행 기능과 속도 감축 기능 등을 업그레이드, 무인 배송 효율을 대폭 높였다. 징둥물류는 2~3년 내 수 천대의 무인 배송 차량을 투입해 활용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무인 배송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사진 더우인 캡쳐]

[사진 더우인 캡쳐]

지난 3월 11일, 중국 허난대학교 캠퍼스에서 알리바바의 무인 배송 로봇 샤오만뤼(小蛮驴)가 공사 중인 콘크리트 바닥에 깊숙이 박힌 모습이 SNS에 공유됐다. 또 중국 후난성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무인 배송 차량 두 대가 회차 뒤 서로 양보하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충돌이 일어났다.

배달로봇과 승용차 충돌 현장. [사진 중국로봇망]

배달로봇과 승용차 충돌 현장. [사진 중국로봇망]

지난해 10월엔 무인배송 차량과 일반 승용차가 충돌하기도 했다. 사고가 난 배달 로봇은 메이퇀과 인공지능(AI) 기업 하오모(HAOMO, 毫末智行)가 공동으로 개발한 무인 배송차 '모다이(魔袋)20'였다. 이는 기술 개발자와 무인 배송 기업이 전적인 책임을 지는 무인택배 업계 최초의 사고였다.

메이퇀 관계자에 따르면 배달 로봇은 T자형 교차로 옆길을 직진하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과 마주쳤다. 이때 배달 로봇이 정지를 위해 비상 브레이크를 작동했지만, 반대편 차량은 멈추지 않고 로봇을 들이받았다. 이 과정에서 로봇의 제동에 대한 응답이 충돌 전에 이뤄졌는지가 명확하지 않았고, 도로교통법 관련 규정상 로봇이 주행할 수 있는 도로라는 점 역시 확인되지 않아 결국 메이퇀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게 됐다.

중국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무인 배송의 적용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같은 접촉 사고, 잦은 오류 등 병목 현상이 나타나며 기술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러 차례의 사고, 드러난 것은 기술 한계만이 아니다?

무인 배송차 사고는 표면적으로 기술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좀 더 깊은 차원의 문제를 반영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 모은다. 우선 기술적으로 자율주행 산업은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구동된다. 무인배송은 자율주행 산업의 한 적용사례이며 기술적인 난도가 예상보다 높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연구 8년째인 올해, 머스크 역시 자율주행의 기대 이상의 난이도를 인정했다. 2018년부터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 알파벳의 자율주행 부문 회사인 웨이모 역시 '코너 케이스(흔치 않은 사례)' 문제에 맞닥뜨렸다.

인공지능(AI) 기업 하오모(HAOMO, 毫末智行)의 CEO 구웨이하오(顧維灝)는 “자율주행을 상용화하려면 저속에서 고속으로, 짐에서 사람으로, 상업용에서 민간용으로의 세 가지 법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무인 배송 로봇은 저속과 화물, 상업용의 특징에서 머무르고 있다. 무인배송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꽤 많다는 말이다.

하오모의 무인 배송 로봇. [사진 하오모]

하오모의 무인 배송 로봇. [사진 하오모]

특히 도심 한가운데서 운행하는 무인 배송차의 경우 주행속도는 낮지만 장면 복잡도는 특히 높다. 신호등을 식별해야 하고, 운행 중인 차량과의 상호작용도 중요하다. 전동차와 같은 비기동차(非机动车)는 어떤 길이나 상황이든 위치, 의사결정, 기술 제어 등 모든 단계가 일치해야 하며 보행자와 차량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하므로 알고리즘이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훨씬 복잡하다.

인도 내에서는 보행자·자전거 등을 고려해야 하며, 역주행하는 보행자와 차량까지 계산해야 하는 것도 무인 배송차의 큰 과제다.

원활한 운행과 사고를 피하기 위해선 기술의 발전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술의 진보만이 능사는 아니며 무인 배송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차량과 교통 인프라와의 융합, 도로교통법규의 정비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입장이다.

한편 미국에선…

미국에서도 무인배송차량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미국의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2019년 소형 무인 배달 로봇 ‘스카우트(Scout)’을 공개했다. 현재 미국 워싱턴주에서 시험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배송 기업 페덱스(FedEx)도 자율주행 배송 로봇 ‘세임데이 봇(SameDay Bot)을 개발했다. 지난해엔 당일 배송 로봇 ‘록소 (Roxo)’를 개발해 아태지역 최초로 일본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비포장도로는 물론 계단도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보조 바퀴와 위치 조정이 가능한 바퀴를 통해 계단을 오르내린다. 아울러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안전한 길을 찾고, 교통규칙을 준수하도록 끊임없이 학습한다.

페덱스 자율주행 배송 로봇 ‘룩소(Roxo)’ [사진 페덱스]

페덱스 자율주행 배송 로봇 ‘룩소(Roxo)’ [사진 페덱스]

 자율주행 딜리버리 스타트업 뉴로(Nuro)의 무인 배송 차량 R2. [사진 뉴로]

자율주행 딜리버리 스타트업 뉴로(Nuro)의 무인 배송 차량 R2. [사진 뉴로]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은 자율주행 딜리버리 스타트업 ‘뉴로(Nuro)’다. 뉴로는 구글 자율주행차 기술진이 2016년 창업한 회사다. 2018년 뉴로는 L4급 무인 배송차량 ‘R1’을 공개하며 무인 딜리버리 파일럿 서비스를 런칭했다.

첫 차량 출시 2년 만에 뉴로는 캘리포니아주 주 정부로부터 처음으로 수동 제어 장치 없는 차량 운행의 상용화 허가를 받았다. 지난 1월엔 자사의 3세대 자율주행 차량 ‘뉴로’를 발표했다.

현재 뉴로는 도미노 피자, 크로거, 월마트, 대형 약국 체인 CVS, 세븐일레븐 등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식품 및 의약품 등을 배송하고 있다. 또 이들 기업과 함께 도로 안전, 지속 가능성 및 물품 배송에 대한 전반적 접근성을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업계 최초의 D라운드 자금을 조달받으며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그레이락 등으로부터 현재까지 약 15억 달러를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 북미지사와도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뉴로는 이 파트너십을 통해 전 세계에서 조달된 하드웨어 부품으로 자사 차량 플랫폼을 조립할 수 있다.

뉴로의 최신 배송 차량 '뉴로'. 이전 모델의 2배나 되는 226kg의 저장 용량을 제공한다. [사진 뉴로]

뉴로의 최신 배송 차량 '뉴로'. 이전 모델의 2배나 되는 226kg의 저장 용량을 제공한다. [사진 뉴로]

같은 무인 배송이지만 중국과 미국의 격차가 큰 이유가 뭘까

미국의 터미널 유통 인건비는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택배 운송 비용 역시 비싼 편이다. 미국 내 물류비용은 건당 평균 5.99달러 수준이다. 아마존의 물류비용은 현재 연간 900억 달러(100조7640억원)에 이른다.

천문학적인 물류비용을 감소하기 위해 미국은 해당 연구 개발에 큰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역으로 말하면 무인 배송 로봇의 개발 비용을 무리하게 낮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주문한 물품이 고객에게 직접 배송되기 바로 직전의 마지막 거리인 ‘라스트 마일’ 구간은 배송단계 중 가장 비효율적인 구간으로 평가된다. 이 구간의 효율성을 높이면 전체 물류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완화시키고 전통적 배송방식에서 인력 절감 등을 통해 배송비를 4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갖는다.

또 미국은 O2O 플랫폼이 많지 않아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신흥 무인 배송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메이퇀, 징둥,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 기업이 이미 무인 배송 산업의 우위를 선점하며 수요와 공급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 있어 소규모의 스타트업은 해당 업계에 진출하기 힘든 상황이다.

징둥의 무인배송 차량. [사진 CGTN]

징둥의 무인배송 차량. [사진 CGTN]

사업 수익 모델의 관점에서 무인 배송시장의 규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항상 ‘원가’다. 무인 배송기업의 경우 자율주행을 위한 라이다, 칩, 파워 배터리 등의 하드웨어 비용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비용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인 배송 차량을 생산하는 OEM의 경우 더 높은 안전성을 달성하기 위해서 기술 연구 개발 및 차량 안전 성능 지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피하게 예방 안전비용을 늘리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비용이 너무 높아 실제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중국의 도시 거리의 도로 상황은 미국의 도로 상황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기술 연마에 더 많은 R&D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설계 및 회사와 연계하여 안전에 대한 법 제도화가 필요하며, 이 단계에서 규모를 맹목적으로 확장하게 되면 해당  사업의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징둥의 무인배송 차량. [사진 로이터]

징둥의 무인배송 차량. [사진 로이터]

업계 전문가들은 미-중간 비즈니스 모델의 대비를 볼 때, 현재 중국 무인 배송 기업들은 기술뿐만 아니라 너무 높은 안전 비용(예상 산출 비용과 사고 비용을 포함)으로 인해 미국과 같은 규모의 확장을 일으킬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무작정 중국 무인 배송 산업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중국의 무인배송 시장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고, 계속해서 무인유통산업 체인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또 첨단기술 발전과 함께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해당 산업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차량 인프라 협력 시스템’을 선호한다. 도로변 기반시설과 5세대(5G) 통신으로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주행을 보장하는 것이다. 쿵치 징둥물류 스마트주행 담당 총경리는 “무인배송차량의 소규모 시험주행은 차량으로 해결하지만, 기반시설이 뒷받침돼야 대규모 응용의 안정성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인 배송 차량은 새로운 제품 유형이기에 업계 표준이 없고 정부 감독이 관대한 편이다. 물류업체와 전자상거래업체로서는 무인배송차량이 갈수록 상승하는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다. 코로나 19로 무인 배송 산업이 추진력을 얻었지만 대규모로 적용하려면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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