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대통령시대, 31년 만에 ‘장관급 경찰청장’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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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 탄생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는 경찰 조직에 내부적으로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차관급인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을 공약했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면 경찰청장의 장관급 직급 상향은 반드시 하겠다. 공직 생활할 때에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2월 26일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방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한민국재향경우회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한민국재향경우회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 공약을 언급했으며 지난 24일 경찰청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장관급 격상 공약이 다시 거론됐다. 물론 “경찰의 법 집행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긴 하지만. 공약이 실현되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시대에 장관급 경찰청장이 탄생하게 된다.

치안총감은 차관급과 연봉 동일 

경찰청은 경찰청장(치안총감)의 장관급 격상이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고 본다. 대통령령인 ‘공무원보수규정’을 수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보수규정 별표33에 따르면 치안총감의 연봉은 1억3539만8000원이다. 별표32에 장관 및 장관급 공무원의 연봉이 1억3941만7000원으로 더 높게 책정돼 있고 차관 및 차관급 공무원의 연봉이 치안총감과 동일하게 규정돼 있다.

경찰청장 장관급 격상 때마다 비교 대상으로 논의되는 게 검찰총장이다. 검찰총장은 검사보수법에서 ‘같은 금액의 봉급을 지급할 기준이 될 법관’으로 대법관이 명시돼있다. 대법관이 장관급 대우를 받기 때문에 검찰총장도 장관급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검찰에 차관급만 40여명, 군은 대장 7명이 장관급”

경찰엔 이런 대우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있다. ‘경찰청 시대’를 맞이한 것이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부터다. 같은 해 5월 경찰법이 제정되면서 내무부의 치안본부가 두 달 뒤 내무부장관 소속 외청인 경찰청으로 승격됐다.

경찰 내부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과 책임이 늘어난 만큼 어느 때보다 경찰 사무를 총괄하는 경찰청장의 걸맞은 대우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사회질서 유지, 재난관리 책임기관 등 경찰 역할을 타 장관급 기관들과 비교해보면 경찰의 조직 위상에 불균형이 있다”고 말했다.

치안 총수의 장관급 격상은 경찰의 위상뿐만 아니라 14만 경찰 조직의 사기와도 연결된 문제라는 게 경찰 측 입장이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보다 규모가 적은 검찰에 차관급 대우만 받는 검사장이 40여명, 군만 해도 대장을 다 장관급으로 하니까 7명 대장이 다 장관급”이라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해 3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해 3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대통령이 의장인 국무회의 배석도 가능

경찰청장이 장관급으로 위상이 높아지면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국무회의 배석 문제도 자연스럽게 다뤄질 수도 있다. 대통령령인 ‘국무회의 규정’에 따르면 배석자가 명시돼있다. 이와 함께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중요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석하게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차관급인 경찰청장은 국무회의에 배석 대상이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도 총리 주관으로 매주 두 번 하는 방역대책 회의에 경찰청장이 참석한다”며 “대규모 집회 시위가 있을 때 등을 비롯해 국내 치안의 책임자인 경찰청장에게 대통령이 당부하실 사항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연쇄적인 봉급과 직급 인상이 부담 

다만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면 치안정감(1급) 이하 계급에 대해서도 일부 봉급과 직급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경찰에겐 부담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어느 조직이든 부처에 장관급이 있는데, 밑에 차관급 없이 1급만 있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과거 국회의 검토보고서에도 “경찰청장의 봉급과 보수의 장관급 격상은 향후 치안총감 이하 계급에 대한 연쇄적인 봉급과 보수 또는 직급 인상 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논의가 이뤄지면 적절히 의견을 표명하도록 하겠다”며 “필요하면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고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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