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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가 오스카 휩쓸다…애플 ‘코다’ 작품상 등 3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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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남우조연상을 받은 청각장애 배우 트로이 코처와 상을 시상한 배우 윤여정. [AFP=연합뉴스]

남우조연상을 받은 청각장애 배우 트로이 코처와 상을 시상한 배우 윤여정. [AFP=연합뉴스]

장애인 가족의 감동 드라마가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다. 애플TV+의 ‘코다’가 OTT 영화로는 처음 아카데미 작품상을 품었다. 2017년 아마존 스튜디오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OTT 작품상 첫 후보에 오른 이후 5년 만이다.

28일(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다’는 작품상·각색상·남우조연상 등 후보에 올랐던 3개 부문에서 모두 수상했다. ‘코다’는 농인 부모를 세상과 연결해온 비장애인 딸이 가수의 꿈을 펼치는 가족영화다.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토대로 션 헤이더 감독이 각색을 겸했다. 장애인 배우까지 무명의 신인들이 반전을 일으켰다.

제인 캠피온은 첫 감독상을 받았다. [EPA=연합뉴스]

제인 캠피온은 첫 감독상을 받았다. [EPA=연합뉴스]

넷플릭스는 ‘파워 오브 도그’ ‘돈 룩 업’ 등 2편으로 2019년 이후 4년 연속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할리우드 스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한 ‘파워 오브 도그’는 올해 최다인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감독상(제인 캠피온)만 차지했다. 여성 감독의 수상은 역대 세 번째다.

‘코다’ 제작자 필립 로셀렛은 작품상 수상 무대에서 “이 영화로 역사를 새로 쓰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감격했다. 수어까지 배워 영화를 만든 헤이더 감독은 “이 영화가 아티스트로서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코다’에서 아버지를 연기한 트로이 코처는 남우조연상을 받았는데, 청각장애 남자배우로는 첫 수상이다. 남녀를 합쳐선 1987년 여우주연상의 말리 매틀린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이 이날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수상자 코처를 수어 축하와 함께 호명했다. 윤여정은 코처가 수어로 수상 소감을 전할 수 있도록 트로피를 대신 들고 무대 곁을 지켰다. ‘코다’의 모든 수상에 수어 통역이 함께했다. 객석의 스타들도 일제히 양손을 들어 흔드는 수어 박수로 축하했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라틴계 아리아나 데보스. [AP=연합뉴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라틴계 아리아나 데보스. [AP=연합뉴스]

작품상 무대엔 올해 76세인 ‘카바레’(1972)의 배우 라이자 미넬리가 휠체어를 타고 시상자로 올랐다. 장애뿐 아니라 다인종·성소수자·다문화를 품은 시상식이었다. 여우조연상은 뮤지컬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라틴계 배우 아리아나 데보스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여성 최초로 수상했다. 최근 남성으로 성전환한 배우 엘리엇 페이지도 15년 전 여성으로서 주연을 맡았던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주노’의 동료 배우들과 각본상 시상자로 나섰다.

최다 수상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대작 ‘듄’이 차지했다. ‘듄’은 음악감독 한스짐머의 음악상을 비롯해 촬영·편집·미술·음향·시각효과 등 6관왕에 올랐다.

제94회 아카데미상수상자·수상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제94회 아카데미상수상자·수상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로 주제가상 후보작으로 채운 축하공연도 다양하고 화려했다. 개막 공연은 톱스타 비욘세가 ‘킹 리차드’ 주제가로 장식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테니스 스타 비너스·세리나 윌리엄스 자매가 직접 소개자로 나섰다. 방탄소년단(BTS)도 막간 녹화 영상으로 한국말 축하 인사를 보냈다. 아카데미는 시상식 시청률 저하 대책으로 편집·분장·단편 등 비인기 부문 시상을 생중계 전 미리 진행했고, 대신 공연은 한층 풍성하게 마련했다. 주제가상은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동명 주제가를 부른 뮤지션 빌리 아이리시가 받았다.

한때 백인 일색이라 비판받던 연기상 부문도 올해는 다양한 인종에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타미 페이의 눈’의 제시카 채스테인이, 남우주연상은 ‘킹 리차드’의 윌 스미스가 받았다. 스미스는 배우 데뷔 후 32년 만에 첫 오스카 트로피를 안았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로 분한 영화 ‘알리’(2001), 절절한 부성애를 연기한 ‘행복을 찾아서’(2006)에 이어 세 번째 도전 만에 수상했다.

시상식 중 배우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을 폭행하는 사건도 있었다. [AP=연합뉴스]

시상식 중 배우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을 폭행하는 사건도 있었다. [AP=연합뉴스]

스미스는 수상 소감에서 “리차드 윌리엄스(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는 맹렬하게 가족을 보호하는 인물이다. 저도 제 인생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소명이라 생각한다”며 “저희 아버지도 리차드처럼 정말 유별났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미친 짓을 많이 한다”고 말한 뒤 눈물을 흘렸다.

스미스는 앞서 장편 다큐멘터리상 시상자로 나선 코미디 배우 크리스 록이 자신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삭발을 두고 “‘지 아이 제인2’에 출연하면 되겠다”고 농담하자 무대에 올라 록의 뺨을 때렸다. 제이다는 탈모증을 앓고 있다. 록은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때도 제이다가 유색인종 후보가 적다는 이유로 불참한 데 대해 “제이다가 오스카를 보이콧한 것은 제가 리아나(가수)의 팬티를 보이콧하는 것과 같다”고 빈정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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