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포천지,미국경제의 현주소 진단(해외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기업들 불황타개 안간힘/광고비 늘리며 경쟁사에 치명적타격 입혀/시설투자 늘리고 사원들 재교육에도 역점
미국 전체가 경기침체로 시달리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요즘 그 타개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경기침체 자체가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뾰족한 묘수가 나올 수 없는 일이어서 기업마다,특히 덩치 큰 회사일수록 고심의 정도가 심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최근 잇따라 미국 나름대로의 어려운 사정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는 경제전문지 포천지는 최근호(11월5일자)에서 또 다시 이 문제를 거론,미 경제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포천지는 감량경영을 위해 가장 편리한 수단인 「해고」를 통하지 않고 살림을 잘꾸려가고 있는 기업과 그 경영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공」과 「역습」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서적으로 말해 우선 허리띠를 졸라매고 급한 대로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개발해 창의성이 넘쳐흐르는 제품을 만들라는 충고다.
이와 함께 이런때 일수록 남들이 소홀히 하는 부분을 거꾸로 이용,과감하고도 공격적인 광고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남가주대 경영학교수인 에드워드 롤러는 『경기침체기야말로 그동안의 라이벌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결정적 계기』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남들이 돈을 아낄때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허허실실작전을 구사하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잘 대응해 나가고 있는 기업으로 델타항공,알베르토­컬버사,가이코 자동차보험사 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다른 회사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광고비 지출부터 삭감한데 반해 오히려 광고비를 늘려 경쟁사들에 타격을 입히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또 다른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시설투자. 특수강 메이커인 알레게니러드럼사가 그 대표적 케이스. 장사가 잘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8천5백만달러를 투입,생산시설을 30%나 증가시켜 놓았다. 아직까지 그에 따른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 회사의 보존사장은 자신의 「도박」의 결과를 두고 보라며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고용인들에 대한 재교육도 이런 때 적극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것이 주요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주장이다.
코닝그룹의 애커먼회장은 『경기침체기가 직원들의 재교육기간으로는 최적기』라며 『이런 때일수록 더많은 돈을 들여 사람을 키워놓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델타항공도 이에 관한한 관록을 자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7년 이후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해고라는 무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 델타는 일손이 남아돌 때 항공기 조종사들을 화물창고로 배정,그곳에서 화물취급의 노하우를 배우도록 할 정도로 고용된 직원들의 교육에 열을 올려 애사심을 심어놓고 있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경기침체기에 해야 할 대목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역시 이쪽에도 델타는 모범기업이다.
그렇다고 해서 경비절감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미국 전역에 체인망을 갖고 있는 소매점 홈 데포사는 인건비절약으로 성공한 사례. 지점망을 넓혀갈 때마다 높은 임금의 많은 일손이 필요했으나 폐쇄회로 모니터로 대신해 실내청결유지와 함께 기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지적들은 말로는 쉽지만 결코 행하기 힘든 일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경을 순경으로 돌릴 수 있는 과단성과 절약이 필수요건인 셈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침체에 절대로 당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이춘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