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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진은숙이 "입 찢어지게 자랑한다"는 이 음악제 개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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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통영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작곡가 진은숙.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2022 통영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작곡가 진은숙.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제 작품에 대해서는 한 번도 자랑스러워한 적이 없는데, 이번 축제의 프로그램은 제가 어디에서든 입이 찢어지게 자랑을 한다니까요.”

통영국제음악제 25일 개막, 4월 3일까지 공연 #진은숙의 예술감독 첫 해 "이미 세계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음악계의 최신 경향 소개

작곡가 진은숙이 2026년까지 5년 동안 예술감독을 맡은 첫 통영국제음악제가 25일 개막했다. 이날 개막 공연에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진은숙은 “단 하나의 공연도 중요하지 않거나 좋지 않은 것이 없다. 프로그램과 섭외에 고심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진은숙은 올해 초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발표하며 세계 음악계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1월 런던에서 지휘자 사이먼 래틀, 런던 심포니,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초연한 후 이달엔 보스턴ㆍ뉴욕에서 초연하며 호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바이올린 주법의 어려움과 오케스트라 색채의 폭넓은 새로움을 짚어내며“단 5개의 음표로 30분에 걸쳐 내러티브를 만든 감각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이처럼 세계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곡가 진은숙은 예술감독으로 올해 처음 선보이는 통영국제음악제에 대해 “해외에서 이미 자리매김을 한 음악제다. 더욱 책임을 다해 국제적인 페스티벌로 만들겠다”고 했다.

올해 공연에서도 진은숙의 색채와 안목이 드러난다. 25일 개막 공연의 첫 곡은 1979년생 미국 작곡가인 앤드루 노먼의 ‘플레이:레벨1’이었다. 오케스트라의 많은 파트가 마치 게임하듯 제각기, 또는 함께 연주하는 아이디어의 작품이었다. 진은숙은 “젊은 세대의 가장 훌륭한 작곡가”라 소개하면서 “듣기 힘들고 머리 아픈 현대 음악이 아닌, 발랄한 아이디어로 재치있는 곡을 쓴다. 한국 청중에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음악제에서 공연하는 노먼의 작품은 총 7곡. 관악과 피아노의 2중주, 현악4중주를 포함해 다음 달 3일  폐막에서 연주되는 오케스트라 곡 ‘풀려나다(Unstuck)’까지 모두 아시아 초연, 또는 한국 초연이다.

25일 개막 공연에서의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25일 개막 공연에서의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이처럼 음악의 최신 경향을 소개하는 진은숙의 통영국제음악제는 올해 주제를 ‘다양성 속의 비전’으로 잡았다. 진은숙은 “예술감독을 맡고 한국의 문화현상, 사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 후 정한 주제”라고 말했다. “한국은 유럽ㆍ미국과는 달리 클래식 음악의 큰 전통이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이뤄지고 있다. 그 다양성이 우리가 나갈 방향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그는 또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구현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했다.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따라 이번 음악제에는 16세기의 마드리갈부터 앤드루 노먼의 2020년 작품까지 폭넓은 시대,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이 연주된다.

통영국제음악제는 2002년 시작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최남단의 지역 도시에서 시작해 편견과 장애가 있었지만 수준 높은 아티스트, 국제 콩쿠르, 윤이상기념관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진은숙 감독의 음악적 역량과 국제적 네트워크로 그 성과가 더욱 꽃피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치러진 음악제에는 변동도 많았다. 26일엔 영국의 킹스싱어즈 6명 중 1인이 공연 당일 확진돼 프로그램이 변경됐고, 독일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입국하지 못해 27일 공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동문 오케스트라인 K‘Arts 신포니에타로 대체됐다. 또 소리꾼 이희문의 다음 달 1일 공연이 취소됐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코로나 19로 한 자리를 띄어 객석을 판매했으며 지난해부터 모든 공연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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