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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학살자, 권력 유지 안돼" 바이든 말폭탄…곧장 발끈한 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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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의 우크라이나 피란민 임시 거처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 아이를 안아 들어올리며 "꼭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말했다. [CNN 캡처]

2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의 우크라이나 피란민 임시 거처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 아이를 안아 들어올리며 "꼭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말했다. [CNN 캡처]

폴란드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학살자(butcher)"라고 부르며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시사하는 발언까지 내놨다.

폴란드 방문 이틀째인 2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의 임시 거처가 마련돼 있는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을 찾았다. 스페인 출신 셰프이자 국제 구호 활동가인 호세 안드레스가 마련한 수천 명분의 음식을 제공하며 피란민들을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하는 일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기자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학살자"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16일 백악관에선 기자들에게 "푸틴은 전범"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공격이 거듭되자 이에 대해 확실히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러시아가 전략을 수정한 것이냐는 질문엔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 피란민 소녀를 안아 들어 올리며 통역에게 "꼭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또 남편과 아들을 전쟁터에 두고 왔다는 한 여성에겐 "나 역시 아들을 일 년 동안 전쟁터에 보냈다"면서 "당신이 매 순간 신께 조용히 기도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위로를 건넸다.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 앞에서 연설을 하며 "푸틴은 권력을 유지할 수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 앞에서 연설을 하며 "푸틴은 권력을 유지할 수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이날 저녁 바르샤바 대통령궁 앞에서 한 연설에선 비판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1000여 명의 폴란드인과 우크라이나인들이 보는 앞에서 "제발 바라건대, 이 남자(푸틴)는 권력을 유지할 수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는 즉각적이고 가혹한 대가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러시아 국민을 겨냥한 조치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여러분이 무고한 어린이와 노인에 대한 살해를 환영하고, 병원·학교·산부인과에 대한 공격을 용인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건 여러분의 본질이 아니다. 우리는 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 등에선 사실상 러시아의 정권교체를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동안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려고 러시아 정권 교체가 목표가 아니라고 강조했던 워싱턴 정책에 변화가 생겼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백악관이 연설 직후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 관계자는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언급한 게 아니라며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요점은 푸틴 대통령이 이웃국이나 그 지역에 권력을 행사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나 정권 교체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곧장 불쾌함을 나타냈다. 크렘린궁의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것은 바이든 씨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오직 러시아 연방 국민의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탈나치화'라고 주장했던 푸틴 대통령의 주장도 비판했다. 그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볼로디미르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대인으로, 그의 부친 가족은 나치 대학살로 목숨을 잃었다"며 "푸틴은 이전의 모든 독재자처럼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앞머리에 폴란드 출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78년 선출 직후 "두려워 말라"고 한 발언을 인용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듬해 폴란드를 방문해 "신념을 잃지 말아라, 패배하지 말라, 용기를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거듭 전했고, 이런 행보가 철의 장막을 무너뜨리는 균열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10년 후 소련이 붕괴하고 폴란드와 동유럽이 자유를 맞게 됐다며 "자유를 위한 전투는 며칠, 몇달, 몇 년, 혹은 몇십년이 걸릴 수 있는 길고 고통스러운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도 회담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러시아 침공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를 떠난 피란민은 37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200만 명 이상이 폴란드에 머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의 인도주의적 노력에 감사를 표하며 미국이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두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번 더 미국산 무기의 공급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자국이 보유한 러시아제 미그-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긴장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는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을 비롯한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 F-35 스텔스 전투기, 아브라함 탱크 등을 빨리 지원해주기를 요청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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