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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부흥 제동걸자 “반기”/인 BJP,싱 지지철회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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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용정책 반대시위 겹쳐 안팎으로 시련/ 싱 퇴진… 간디 전총리 중심 새조각 가능성
인도의 비슈와나트 프라타프 싱 총리(59)가 이끄는 국민전선 연립정부가 출범 11개월만에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그간 국민전선 정부를 지지해온 의회내 제3당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이 23일 싱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함에 따라 싱 총리는 최대의 정치적 시련에 처해지게된 것이다.
안그래도 싱 총리는 하층민 고용을 늘리는 정부의 새 고용정책 발표를 계기로 반대시위가 2개월여동안 인도 전역을 유혈폭동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음으로써 궁지에 몰려있었다. 싱 총리는 BJP의 지지철회로 결정적 곤경에 빠지게 된 것이다.
BJP가 싱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된 직접적인 계기는 힌두교 부흥을 기치로 내세운 BJP가 싱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도 북부 아요디아 마을에 있는 회교사원에 힌두교사원을 건립하려는 계획을 강행한데서 비롯된다.
BJP가 이달말로 예정된 사원건립을 위해 「믿음의 여행」이라는 1만㎞ 시위행진을 하던중 싱정부가 랄 크리샨 아드바니 BJP 총재를 체포했으며 이어 수시간후 BJP는 이에 항의,싱정권 지지철회의 서한을 라마스와미 벤카타라만 대통령에게 발송한 것이다.
BJP측이 힌두교 사원 건립이 방해받을 경우 싱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누차 경고했음에도 싱총리가 BJP 총재를 체포하는 강경대응책을 취했던 데에는 싱 총리의 정치적 계산이 복선으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싱 총리의 자나타 당을 포함,5개 소수정당 연합세력인 국민전선은 총5백25 의석중 과반수에도 크게 못미치는 1백41석 획득에 그쳤다. 이에 따라 싱 총리는 연정구성을 위해 BJP와 인도 마르크스주의 공산당(CPIM)의 지원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취약점을 안고 출범했다.
따라서 싱 총리는 자신의 취약한 정치기반을 일시에 강회하기 위해 지난 8월7일 새 연방고용정책을 발표했으나 BJP측이 강경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새로운 연방고용정책은 현재까지도 존속되고 있는 카스트제도의 하층민의 지지를 끌기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주내용은 기존까지의 중앙 및 지방정부직의 하층민 할당비율을 22.5%에서 49.5%로 크게 늘리는 것이다.
싱 총리는 이 정책실시를 통해 전인구의 52%를 차지하고 있는 하층민의 지지를 얻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결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속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BJP는 이 하층민들의 대부분이 힌두교도들이기 때문에 연방고용정책이 예정대로 실시될 경우 자신들의 지지세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해 이 정책시행에 반대해온 것이다.
현재 이 연방고용정책은 인도의 중산층ㆍ학생ㆍ부농 등의 광범위한 반대를 초래,극렬시위 과정에서 70여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분신자살하거나 독약을 먹고 숨지는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으나 싱 총리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한 BJP측은 싱 총리가 힌두교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것이 전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어 그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슬람교도들의 지지를 노리고 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속에 87석의 의석수를 지니고 있는 BJP의 싱 정권 지지철회에도 불구하고 싱 총리는 『이것이 내가 모든 지지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따라서 자신은 사임하지 않으며 곧 의회를 소집,지지여부를 시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인도 의회에서 2백4석의 최대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라지브 간디 전총리의 국민회의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벤카타라만 대통령과의 긴급회의를 요청했으며 여기서 싱 총리의 퇴진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싱 총리는 내외적으로 강한 사임 압력을 받게됐다.
혼란에 빠진 정국수습을 위헤 벤카타과만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우선 싱 총리의 사임을 유보하고 그로 하여금 다시 의회내 다수세력 확보를 위임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싱 총리의 사퇴압력이 보다 거세질 경우에는 그를 퇴진시키는 한편 최대 야당 지도자인 라지브 간디 전총리에게 새로운 연정구성을 맡기는 방법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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