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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檢독립' 공약에 갈라선 법무·검찰, 인수위 보고도 따로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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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를 각각 따로 진행한다. 인수위 역사상 검찰이 법무부로부터 독립해 별도 업무보고를 하는 건 유례없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검찰개혁 공약을 두고 사사건건 반대 입장을 보인 양 기관을 두고 인수위가 "(통합 보고 할 경우) 대검의 의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23일 인수위 대변인실에 따르면 다음날(24일)로 예정된 정무사법행정 분과 업무보고 때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각각 다른 시간에 입장한다. 법무부가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 진행하고 난 뒤 대검이 오전 11시부터 1시간 진행하기로 했다. 업무보고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법무부와 대검의 개별 업무보고는 지금까지의 인수위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역대 인수위에선 법무부가 대검 측 내용을 취합해 보고하고 대검 관계자가 보고 당일 배석하는 형식으로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두 기관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각각의 보고자가 함께 입장해 업무보고에 임할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인수위 분위기가 급변했고 결국 법무부와 대검이 별도로 업무보고를 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갑작스러운 개별 보고 통보에 이날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속 법무부가 보고했고 (대검이) 배석하는 경우만 알고 있고, 별도로 하는 것은 모르는 일"이라며 당황해하기도 했다.

박범계 법무부·김오수 검찰, 尹 공약 놓고 충돌

인수위의 이런 결정은 윤 당선인의 주요 사법개혁 공약을 두고 법무부와 대검이 사사건건 반대되는 입장을 보인 데 따른 조치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사건 지휘·감독권(수사지휘권) 폐지 ▶법무부로부터 검찰 예산편성권 독립 ▶6대(부패·경제·선거·공직자·대형참사·방위사업) 중요범죄 범위 내 직접 수사개시권 확대 등 윤 당선인 주요 공약에 대해 법무부는 전부 반대·우려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검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정리해 법무부에 전달했다. 인수위는 지금까지와 같이 이를 법무부가 취합해 한 번에 보고하게 될 경우, 대검의 찬성 의견이 결과적으로 축소되거나 묵과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인수위 대변인실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 중립성을 추진하려는 당선인의 주요 공약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대검의 입장은 그와 다른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어, 별도 시간에 업무보고를 받게 됐다"며 "법무부가 대검의 의견을 취합, 정리해 보고하게 되면 대검의 의견이 왜곡될 우려가 있어 기관별 분리 보고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사건건 법무부와 대검의 의견이 대립하는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검찰청법상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권자(법 제8조)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법무부의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단 사실을 공공연하게 언급한 것도 인수위의 우려를 키웠다고 한다.

이날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에 대해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고, 더 나아가서 수사하는 검찰의 공정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 부분이 제도적으로 강구되고 검찰의 조직문화가 그에 맞춰 개선된다면 당연히 수사지휘권 문제가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중회의실에서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중회의실에서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선 "제 손으로 고민하고 오랜 논쟁과 심사숙고 거쳐서 낸 직제개편안이 지난번에 통과됐다"며 "검찰이 수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게 검찰을 위해 좋은 길이냐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예산편성권 독립 문제를 두고서도 "특수활동비 등 비용 집행의 투명성과 감독의 문제, 또 예산편성권을 가진 법무부 검찰국의 직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는 문제가 얽혀 있다.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본다"는 부정적 의견을 냈다.

24일 업무보고에선 법무부는 주영환(52·사법연수원 27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대검에선 예세민(48·28기)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이 각각 보고자로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차기 정부가 당면한 현안과 리스크 대응 방안, 윤 당선인의 공약 이행 계획, 대통령 지시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공약 사항, 그밖의 추가 핵심 추진 과제 등을 정리해 인수위원들에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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