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년만에 '검수완박' 유턴한 검찰…尹 공약 모두 찬성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검찰청이 오는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에 대한 법무부·대검 업무보고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 관련 공약에 모두 찬성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이른바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내용이라 한동안 잠잠했던 검찰 관련 극한 대립이 윤 당선인 취임 전부터 재현할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최근 법무부에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사건 지휘·감독권(수사지휘권) 폐지 ▶법무부로부터 검찰 예산편성권 독립 ▶6대(부패·경제·선거·공직자·대형참사·방위사업) 중요범죄 범위 내 직접 수사개시권 확대 등 윤 당선인의 사법제도 공약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취합한 대검 의견에 법무부 공식 견해를 더해 인수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중회의실에서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전 김오수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 인수위는 오는 24일 법무부·대검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중회의실에서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전 김오수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 인수위는 오는 24일 법무부·대검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만난 취재진에 “과도기에 여러 가지 논쟁이 유발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새 정부가 당선인의 뜻과 공약에 따라 법무행정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약 각론을 두곤 전부 반대와 우려를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관해 “검찰총장 입장에서는 검찰 조직이 ‘우리 수사 잘 할 테니 지휘하지 마십시오’라고 하는 게 자연스러울지 모르겠다”면서도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책임 행정의 원리에 입각해 있는 것으로 아직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권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를 많이 하는 게 검찰을 위해 좋은 길이라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해 6월 김오수 검찰총장과 협의 끝에 ▶6대 범죄 직접수사는 원칙적으로 전담부서가 맡되 ▶전담부서가 없는 일선 지검·지청은 형사 말(末)부가 검찰총장 사전 승인을 받아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직제개편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일반 형사부의 직접 수사개시권을 대폭 제한한 것이라 내부 반발이 일었다.

박 장관은 이어 검찰의 예산편성권 독립에 관해 “검찰의 예산편성권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편”이라면서도 “특수활동비 등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감독은 어떻게 할 건지, 현재 예산편성권을 가진 법무부 검찰국의 직제는 어떻게 할 건지 등의 문제가 딸려 있다. 그래서 이걸 입법 사안으로 본다”며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현관 창문에 검찰기가 비친 모습.   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현관 창문에 검찰기가 비친 모습. 연합뉴스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권 확대는 문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이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시행 1년여 만에 흔드는 것이라 민주당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하다. 박 장관의 견해와 달리 인수위가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외 나머지 공약이 이론적으로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과반 의석(172석)으로 의회 권력을 점유한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제도 개선을 완력으로 밀어붙여 저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가 아직 50여일 남아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엄격히 분리해 검찰의 권력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해 새 정부와의 충돌을 예고했다. 그러나 6·1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민주당이 실제 법 개정 속도전에 나설 수 있을진 미지수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당선인이 대선 전 내세워 당선된 공약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기본적으론 공약 이행에 협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자꾸 충돌하기보다는 대통령령 개정 등 할 수 있는 것부터 풀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핵심은 검찰 인사권 불개입 선언인데, 이 부분은 아무 논의도 없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