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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치르고 곧장 지방선거 준비하는 경찰…"거짓말 좀 그만"

중앙일보

입력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열흘 넘게 지났어도 경찰은 여전히 비상이다. 오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85일 간격으로 치러지는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각 경찰서에 선거사범 수사 전담반을 편성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70일 앞둔 23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지방선거 디데이 알림판을 수정하고 있다. 뉴스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70일 앞둔 23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지방선거 디데이 알림판을 수정하고 있다. 뉴스1

지난 대선에서 허위사실 유포 사건 가장 많아

경찰서마다 다르지만, 전담반은 대개 지능·경제·사이버 수사팀 등 인원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6개월이라는 공소시효 안에서 선거 관련 사건 수사를 진행한다.

경찰은 금품 수수·허위사실 유포·공무원 선거 관여·선거 폭력·불법 단체동원을 ‘5대 선거범죄’로 규정했다. 지난 대선의 경우 경찰은 선거사범 1170건(1383명)을 수사했다고 밝혔다. 이 중 가장 많은 사건이 ‘허위사실 유포’(496명·35.8%)다. 네거티브·거짓말에서 비롯된 형사사건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일각에서 “거짓말 선거 좀 그만하면 안 되나요”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제19대 대선과 대비했을 때 허위사실 유포 사건 단속은 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선거운동이 많아지면서 허위사실 유포 사건이 많아지는 추세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선 이번 지선도 이런 추이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1월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선거사범 수사 상황실 현판 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1월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선거사범 수사 상황실 현판 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 많은데다 각양각색…일선 경찰은 초긴장

대선보다 지방선거에 대한 긴장감이 더 크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대선이나 총선은 본청·지방청의 컨트롤이 중심이 되지만, 지방선거의 경우 관할 지역 경찰서가 중심이 된다는 점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유다. 또 대선보다 훨씬 많은 출마 후보자의 면면이 각양각색이기에 예측불허의 사건이 발생한다.

일선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대선의 축소판으로, 각 지역구가 한 나라의 축소판이다”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데 (각 후보 측의) 법률 검토는 대선보다 덜 민감하다. 그만큼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거짓말, 허위사실 유포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의 경우 경찰은 선거사범 1818건(2665명)을 단속했고, 이 중 1938명에 대해 처분을 내렸다. 그중 허위사실 공표·후보자 비방 등 ‘흑색선전’ 사건이 767명(28.8%)으로 가장 많았다.

출마 회견에서 “괴문서 고발” 언급하기도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선거운동이 활발해진 현 상황에 비춰보면 흑색선전 사건은 지난 지방선거보다 더 많아질 거라는 게 경찰 일선 다수의 예상이다. 일례로 22일 고양특례시장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김종혁 경제사회연구원 언론센터장의 경우, 자신이 국민의힘 전략공천 대상자라는 ‘괴문건’ 유포 사실을 출마의 변과 함께 알리기도 했다. 그는 “사실무근이며 음해하려는 것”이라며 선관위에 고발할 방침을 밝혔다.

경찰 이미지그래픽

경찰 이미지그래픽

선거사범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서울의 경우에 비춰보면 금품 제공 등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선거 관련 사건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도 “온라인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나 거짓말로 공격하는 사건은 갈수록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선의 한 경정은 “상대 후보를 향한 거짓말 공격이 형사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업무 부담이 크다. 선거라는 게 굉장히 예민한 사안인 만큼 거짓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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