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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유전에 탄소 가둔 ‘넷제로 원유’ 쓴다…기름집 대세 된 탄소중립원유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에너지기업 옥시덴탈의 직접공기포집(DAC) 설비 조감도.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신기술이 적용된다. [사진 SK이노베이션]

미국의 에너지기업 옥시덴탈의 직접공기포집(DAC) 설비 조감도.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신기술이 적용된다. [사진 SK이노베이션]

‘굴뚝산업’으로 여겨졌던 정유사들의 친환경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원유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제로(0)'로 하는 기술까지 등장한 가운데 정유업계의 ‘탄소중립 원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SKTI, 美 옥시덴탈의 넷제로 원유 도입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은 2025년부터 미국의 에너지기업 옥시덴탈이 생산하는 ‘넷제로(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 제로) 원유’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SKTI는 옥시덴탈과 넷제로 원유 도입 계약을 체결한 세계 첫 회사가 됐다.

최근 옥시덴탈은 세계 최초로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DAC)해 원유를 뽑아낸 땅속 빈 공간에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원유 시추 과정에서 가스나 화학물질을 주입해 기름을 뽑아내는 원유회수증진(EOR) 기술을 응용했다. 옥시덴탈은 2024년 하반기부터 미국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에서 연간 약 1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넷제로 원유를 생산할 예정이다.

공기 중 탄소 유전에 가둬 

기존 탄소중립 원유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과 동일한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실질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고 있다. 이에 반해 넷제로 원유는 채굴부터 정제·연소까지 원유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동일한 양을 땅속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리차드 잭슨 옥시덴탈 사장은 “석유산업의 탈탄소 전략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넷제로 원유는 에너지 전환 과정의 의미 있는 시도로, 탄소중립 경제로 나아가는 중요한 교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TI는 2025년부터 5년간 매년 20만 배럴씩 총 100만 배럴의 넷제로 원유를 도입할 예정이다. SK에너지의 일일 최대 원유 처리량이 약 85만 배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석유 사업의 밸류 체인 내에서 자체적으로 탄소중립을 구현하는 엄격한 의미의 탄소중립 원유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넷제로 원유 도입을 통해 연간 10만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으며 이는 여의도의 25배 면적에 약 4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와 같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 국내 첫 탄소중립 원유 도입

GS칼텍스의 제3중질유분해시설. [사진 GS칼텍스]

GS칼텍스의 제3중질유분해시설. [사진 GS칼텍스]

국내 최초로 탄소중립 원유를 도입한 곳은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스웨덴 에너지기업 룬딘이 노르웨이 요한 스베드럽 해상유전에서 생산한 탄소중립 원유 200만 배럴을 국내에 들여왔다. GS칼텍스의 일일 최대 원유 처리량은 80만 배럴로 3일 처리량 정도의 물량이다.

룬딘은 탄소저감 기술을 통해 원유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기존 배출량의 40분의 1로 낮췄고, 가나·멕시코 등지에 나무를 심어 실질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요한 스베드럽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는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 인증을 획득했다.

에쓰오일, 탄소 포함한 부생가스 재활용

에쓰오일과 동광화학 관계자들이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부생가스를 공급하는 배관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사진 에쓰오일]

에쓰오일과 동광화학 관계자들이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부생가스를 공급하는 배관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사진 에쓰오일]

에쓰오일은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부생가스를 재활용하며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6년부터 울산공장의 수소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인근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인 동광화학에 공급하고 있는데 지난해 공급량을 2배가량 늘렸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울산공장은 동광화학과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부생가스를 제공하며 동광화학은 탄소포집(CCU) 기술로 부생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정제해 산업·식품용 액화탄산이나 드라이아이스를 생산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연간 10t 규모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블루수소 섞은 친환경 발전

현대E&F와 한국가스공사는 23일 서울 중구에서 천연가스 도입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대표, 김명현 현대E&F 대표, 신국철 한국가스공사 도입영업본부장,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대표. [사진 현대오일뱅크]

현대E&F와 한국가스공사는 23일 서울 중구에서 천연가스 도입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대표, 김명현 현대E&F 대표, 신국철 한국가스공사 도입영업본부장,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대표. [사진 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의 발전자회사인 현대E&F는 친환경 발전소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E&F는 2026년부터 9년간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연간 32만t 규모의 천연가스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6월 설립한 현대E&F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블루수소를 30%까지 투입할 수 있는 친환경 발전소를 짓고 있다. 블루수소는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저장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수소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대표는 “천연가스 발전은 화석연료 발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56% 줄일 수 있다”며 “생산 과정에서 천연가스 대신 블루수소를 30% 투입하면 약 11%의 온실가스가 추가 저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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