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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시간' 가리키는 삼성전자 잉여현금흐름, 주가는?[앤츠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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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기업의 사업보고서에는 기업 개요부터 사업 내용, 재무제표, 감사의견 등 핵심 정보들이 담겨 있습니다.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등 전설적인 투자자들도 이를 즐겨 활용했다죠. 내 주식에 대한 가장 확실한 정보가 바로 옆에 있는데 많이들 무시하죠. 덮어놓고 '주워 들은' 정보로 한두 푼도 아닌 돈을 턱턱 지르고. (생수 한 통 살 때도 '1+1'이 더 싸냐 따지는데….)

사업보고서가 나온 김에 이번 레터에서 살펴볼 기업은 한국 시가총액 1등 기업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사업보고서를 공시했어요. 덩치가 크다 보니 569페이지나 되요. 그만큼 다룰 내용은 많지만, 이번에는 삼성전자 주가와 가장 관련성이 크다고 알려진, 잉여현금흐름(FCF·Free Cash Flow)을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해요.

삼성전자 서초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종목 분석은 goo****@naver.com 구독자께서 의뢰해 주셨네요. 이달 말까지 사업보고서가 속속 공시될 텐데, 분석이 필요한 구독자님은 앤츠랩 게시판을 활용해주세요~

먼저 삼전 주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건 뭘까요? 실적? 물론 실적은 좋아야 하지만, 그것 만으론 부족하죠. 파이를 키웠다면, 나눠 먹는 게 중요하니까요. 바로 배당입니다. 실적 좋은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도 결국 주주 환원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죠.

그래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Ⅲ. 재무에 관한 사항 - 6. 배당에 관한 사항' 항목에 들어가 보면, 이 회사 배당 정책이 나옵니다.

 「당사는 2021~2023년의 주주환원 정책을 2021년 1월에 발표하였습니다. 향후 3년의 사업연도에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되….」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中.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中.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즉, 삼전은 배당 재원 기준을 '잉여현금흐름'이란 것으로 한다고 설명해 놨죠. 막연히 당기순이익이 아니라, 실제 기업 금고로 들어온 현금을 기준으로 나눠주겠다는 소리입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냐. 잉여현금흐름은 영어로 'Free Cash Flow(FCF)'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이란 의미죠.

내 주머니 돈에도 잉여력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셔터스톡

내 주머니 돈에도 잉여력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셔터스톡

월급쟁이가 집세 내고, 보험료 내고, 부모님 용돈 드리고, 생필품 사고, 저녁에 외식 몇 번 했는데, 카드사란 저승사자가 월급을 몽땅 가져가 남는 게 없다면, 자유로이 쓸 돈이 없는 거죠. 잉여현금흐름이 0인 겁니다.

이게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죠. 그럴 땐 친구한테 빌리든, 마이너스통장을 뚫든 뭔가 대출을 받아 부족분을 메워야 합니다.

내 월급 어디로 가출하심? 잉여현금흐름이 0이네. 셔터스톡

내 월급 어디로 가출하심? 잉여현금흐름이 0이네. 셔터스톡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사로 벌어오는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계속적인 가게 운영을 위해 재투자하는 돈, 전문 용어로 자본적 지출(Capex)을 빼고 남는 돈이 잉여현금흐름입니다.

(활용 기관마다 계산법에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 - 자본적 지출(capex)'로 이해하면 개미로선 무리가 없습니다. 우린 어떤 계산법이 더 정확한지 논문을 쓰자는 게 아니라 주가 향방을 가늠하는 게 목적이니까요.)

잉여현금흐름은 번 돈으로 미래를 위한 재투자까지 하고도 남는 돈이니, 기업은 이 돈으로 주주에게 배당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수치는 기업이 IR 행사 때 공개하기도 하는데, 사업보고서에선 찾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일일이 계산할 필요는 없고요. 증권사나 신용평가사 등 재무지표 분석 사이트에서 검색해 볼 수 있습니다.

삼전은 참 신통하게도 주가 흐름과 잉여현금흐름 추이가 비슷하게 들어맞습니다. 완벽히 일치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관관계가 꽤 큰 모습이죠.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삼성전자 잉여현금흐름(FCF)과 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삼성전자 잉여현금흐름(FCF)과 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할 땐 주가가 오르고, 감소할 땐 하락하는 모습. 보이시나요? 그도 그럴 것이 잉여현금흐름이 늘어야 주주 환원도 잘할 수 있으니, 주가가 오르는 건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죠.

잉여현금흐름이 는다고 반드시 좋은가? 그건 아닙니다. 왜냐면 이게 영업을 잘해서 는 게 아니라, 설비 투자를 소극적으로 해서 는 거라면, 장기적으로 좋지 않겠죠.

반대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고 해서 다 나쁜 것도 아닙니다. 당장은 영업으로 돈을 못 벌어도 창대한 꿈을 안고 설비 투자에 나선다면, 미래 성장성은 좋아질 수도 있고요. 잉여현금흐름이 왜 증감했는지 구체적으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깁니다.

미래를 위한 자본 투자(CAPEX)는 근육을 키우는 일. 셔터스톡

미래를 위한 자본 투자(CAPEX)는 근육을 키우는 일. 셔터스톡

삼성전자는 영업으로 꾸준히 현금을 끌어와 끊임없이 재투자에 쓰고 있는 안정화 단계 기업입니다. 설비 투자를 과감히 할 때는 잉여현금흐름이 줄어 주가가 내리기도 하지만, 과거의 투자가 미래의 수입으로 돌아와 다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놓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삼성은 2021년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죠.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바이오와 5G, 로봇 사업을 키우겠다는 겁니다.

삼성전자 설비 투자(CAPEX)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삼성전자 설비 투자(CAPEX)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투자를 계속 늘리는 만큼 앞으로의 잉여현금흐름 전망은 하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은 있습니다. 삼전 주가가 작년 1월 꼭짓점을 찍고 '9만 전자'에서 최근 '6만 전자'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아 보입니다.

다만 삼전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현금 유출은 지난해 8월 공표한 사안인 만큼, 이미 현재 주가엔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죠. 근래 늘려온 투자의 결실로 영업으로 버는 돈이 많아지면, 잉여현금흐름이 반등할 수도 있습니다. 계속 지켜볼 포인트입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인데요. 공급 측면에서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네온·크립톤·크세논 가스 등 반도체 원료 수급이 얼마나 불안정해 질 거냐가 관건.

수요 측면에선 러시아 지역 내 IT 수요가 감소할 우려도 점쳐집니다. 사태가 장기화해 미·중 분쟁이 격화하고, 러시아의 국가 부도, 중국 위안화 쇼크 등 거시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반도체 업황에도 부정적.

러시아는 국가 부도 상황을 맞을 것인가. 셔터스톡

러시아는 국가 부도 상황을 맞을 것인가. 셔터스톡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신 폰 갤럭시S22 출시 직후 'GOS(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 논란이 인 것도 노이즈를 낳고 있습니다. GOS는 연산 능력이 많이 필요한 게임을 실행하면 기기 보호를 위해 성능을 낮추는 프로그램인데, 이를 소비자 선택권은 안중에도 없이 강제하다 보니 불만이 일고 있죠.

기껏 출시한 폰 판매량에 부정적 이슈임엔 틀림없습니다. 16일 주총에서도 이에 대한 주주들의 지적이 많았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S22의 GOS 이슈를 해결해 달라는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삼성전자 갤럭시S22의 GOS 이슈를 해결해 달라는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280조원, 영업이익 52조원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실적은 거시 변수 탓에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이 사태만 무난하게 지나가면 시장 기대엔 미칠 수 있으리란 전망도 있습니다.

올해 삼전의 예상 영업이익은 애플·TSMC 등 경쟁사보다 양호한데도 시가총액은 영업이익이 양호한 정도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니, 최근 주가가 유독 저평가됐다는 시각이 많죠.

결론적으로 6개월 뒤:

그래도 '6만 전자'는 탈출하지 않을까?
※이 기사는 3월 21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를!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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