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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급한 불 끄겠지만 후유증 오래간다, HDC현대산업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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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있었던 충격적인 사고,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공사 중이던 광주 화정동 아파트 외벽이 처참히 무너져 내렸지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6명의 노동자분들께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

사고는 사망자와 유가족은 물론 투자자에도 손실을 끼쳤습니다. 사고 당일부터 한 달간 주가는 39% 내렸습니다. '아이파크'란 아파트 브랜드 가치도 치명상. 리스크는 언제 수습될지 기약도 없습니다.

우린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주주·채권자·노동자 등 이해당사자는 회계란 도구로 리스크를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죠.HDC현대산업개발과 관련해 짚어 볼 리스크를 조목조목 살펴볼까 합니다.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프리랜서 장정필

우선, 사고 손실입니다. 일차적으로 광주 화정 단지에서 생기는 직접적인 손실이 있습니다. 사고 수습부터 철거·재공사·입주민 보상 등에 나가는 비용입니다.

증권업계에선 대략 '5000억원+α' 정도로 봅니다. 화정 단지는 지금껏 짓던 건물을 몽땅 철거할지, 사고 난 동만 철거하고 다시 지을 지는 안전진단 결과가 나와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 직전에 터진 대형 사고라 감독기관이 무관용으로 나올 것을 가정하면, 전면 재공사 명령이 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전면 재공사를 가정하면, 지금까지 투입한 공사원가(매몰비용) 1500억원, 철거비 150억원, 입주민보상비 1000억원, 재공사 비용 2700억원으로 5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계산됩니다. 여기에 사고 후 공사를 중단한 광주 지역 내 다른 아파트 단지 6곳의 손실도 인식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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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 손실은 재무제표에서 어떻게 처리될까요? 굳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할까요? 예, 알아야 합니다. 건설사와 같은 수주기업은 매출과 손실 인식 방식이 독특해서, 이를 이해해야만 재무제표로 투자 위험을 미리 캐치해 낼 수 있습니다.

건설사는 일반 회사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자산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미청구공사'란 것입니다. 말 그대로 건설사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않은 공사'란 의미입니다.
대금을 청구하지 않았으니 돈이 들어올 기약이 없는데도, 이 항목은 재무제표에 매출액으로 반영하고, 자산 항목으로도 떡 하니 잡힙니다. 아니 왜? 이게 말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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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이 됩니다. 차근차근 설명하죠. 자동차 제조사라면 1000만원짜리 자동차 5대 만들어 팔면 5000만원의 매출액이 생기죠. 쉽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작업해야 수주한 완성품 하나 만들 수 있는 기업이라면요?

미켈란젤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로부터 천장화 '천지창조'를 수주했습니다. 완성까지 4년이 걸렸죠. 젤로 형은 그동안 아무런 매출도 없이 손가락만 빨고 있었던 걸까요? 벽화법인 ㈜미켈란젤로의 재무제표에 4년 동안 매출액을 '0원'으로 표시하는 게, 투자자에 정확한 정보를 주는 걸까요?

미켈란젤로 형이 교황청에 수주받아 4년 간 고생해서 그린 '천지창조'. 셔터스톡

미켈란젤로 형이 교황청에 수주받아 4년 간 고생해서 그린 '천지창조'. 셔터스톡

이런 문제 때문에 수주기업은 '진행기준'이란 방식으로 매출액을 잡습니다. 1000만원짜리 일감 공정진행률이 10%라면 100만원, 50%라면 500만원을 매출액으로 인식하는 거죠.

진행률 계산 방식은 대체로 '원가가 얼마 들어갈 것 같은 작업에, 실제로 얼마나 투입했나(실제 투입원가/총공사예정원가)'란 기준을 씁니다. 원가 100만원이 들어갈 예정인 공사에 실제로 50만원이 투입된 상태라면 진행률은 50%인 겁니다.

건설사는 공사 수주금액에서 진행률을 곱해 매출액을 잡는다. 셔터스톡

건설사는 공사 수주금액에서 진행률을 곱해 매출액을 잡는다. 셔터스톡

'예정원가'란 단어에서 풍기듯, 계산 과정 자체에 인간의 추정이 들어갑니다. 물론 합리적으로 추정해야겠지만, 내세우는 근거에 따라 건설사와 발주처의 계산 결과가 다소 다를 순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게 다 그렇죠)

이런 차이가 바로 '미청구공사'란 항목을 만듭니다. 건설사는 공사를 50% 했다고 주장하지만, 발주처는 40%만 공사했다고 우긴다면, 그 차이인 10%는 '공사는 하였지만, 발주처가 인정하지 않아 청구하진 않은 공사'가 되지요. 뭐 어차피 꾸준히 공사하면 나중에 받을 돈이긴 하니까, 다소 시점이 이르긴 하지만 매출액으로 인정해 주는 겁니다.

건설사 "난 절반은 공사했는데!" vs 발주처 "내가 볼 땐 30% 밖에 안됐어" 이런 차이가 '미청구공사' 회계 항목을 만듭니다. 셔터스톡

건설사 "난 절반은 공사했는데!" vs 발주처 "내가 볼 땐 30% 밖에 안됐어" 이런 차이가 '미청구공사' 회계 항목을 만듭니다. 셔터스톡

미청구공사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사가 앞당겨 매출로 인식한 자산입니다. 만약 앞으로 공사에 들어갈 원가가 갑자기 폭증하면 어떻게 될까요?

진행률 산식 '실제 투입원가/총공사예정원가'에서 분모가 커지니까, 진행률이 확 하락합니다. 이전엔 매출로 잡았던 미청구공사가 '손실 폭탄'으로 돌변하는 순간입니다. 재무제표상 미청구공사가 느는 건 좋지 않은 징조지요.

앤츠랩은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주요 건설사의 주택·건축 부문 미청구공사(플랜트·토목 등 제외)를 비교해 봤습니다. 현산의 증가 폭이 좀 큰 편입니다.

주요건설사 미청구공사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요건설사 미청구공사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산은 수주잔고의 87%가 주택 일감입니다. 주택은 해외 플랜트처럼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유독 미청구공사가 가파르게 는 점은 곱씹어 볼 대목입니다. 특히 이번 사고 이후 공사가 지연되는 사업장이 많아질수록 예정원가는 증가하고 미청구공사가 손실로 돌변하는 규모도 커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살펴볼 점은 부도 가능성입니다. 위장이 아무리 튼튼해도, 피와 산소 공급이 멈추면 사람도 숨을 거둡니다. 기업도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대출자금 공급이 막히면 부도가 나죠.

채권자는 기업이 불안하면 빌려준 돈의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당장 갚으라고 독촉합니다. 이 때문에 기업에 신용위기 징조가 생기면, 만기가 다가오는 차입금은 얼마나 있고, 이를 갚을 돈은 얼마나 있는지를 재무제표로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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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현산의 신용등급이 현재(A+)보다 1~2단계 하락할 가능성까지 내다볼 정도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현산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차례로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3조7800억원 규모입니다. 이에 대응할 현금화 가능 자산은 3조2000억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다소 빠듯하긴 하지만,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준은 된다는 게 시장 내 시각입니다.

현대산업개발 부도날 가능성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대산업개발 부도날 가능성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세 번째는 사고로 인한 미래 사업 리스크를 살펴봐야 합니다. 영업정지 등 예상되는 행정조치와 브랜드 손상에 따른 피해가 뒤따를 겁니다.

현산은 최근 입주민들이 '아이파크' 명칭에도 거부감을 보이는 판국이라, 수주 경쟁에서 실패 사례가 이어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주금액을 낮춰서라도 일감을 얻으려 할 동기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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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수주는 미래 실적에 부담을 주게 됩니다. 수주할 땐 빠듯하게 마진이 남을 줄 알았죠. 그런데, 공사를 하는 동안 시장 상황이 바뀌어서 공사를 해도 역마진이 나게 되면 건설사들은 '공사손실충당부채'란 항목으로 손실 처리합니다.

수주액 1000만원에 공사를 따냈는데 원가는 120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면, 역마진 규모인 200만원은 공사손실충당부채로 손실 처리해야 하죠. 과거 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 등이 분식회계로 처벌받은 것도 이 항목을 고무줄로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산업개발이 공사 중인 광주시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현대산업개발이 공사 중인 광주시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어쨌든 현산은 현재로썬 현금 유동성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당장의 파고는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산은 토목·플랜트처럼 흔히 '선수들끼리'의 거래가 아닌, 일종의 B2C 상품인 주택 사업 비중이 큰 것은 앞으로도 계속 부정적 뉴스에 수익성이 좌우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한동안 불타올랐던 주택 경기도 하강하기 시작하면, 이 또한 미래 리스크가 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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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인 뉴스보단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주택 건설업황 전반과 현금 유동성 대응 과정, 회사의 수주 내용 등을 계속 지켜봐야 할 기업으로 보입니다. 현산에 투자한 주주라면 회계 공부는 필수겠죠?!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증권사들도 투자의견 낮추는데, 앤츠랩도 보수적일 수밖에...

이 기사는 2월 14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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