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리셋 코리아

5월10일, 법치·민주주의 수준 높이는 출발점 돼야

중앙일보

입력 2022.03.2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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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개헌분과 위원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개헌분과 위원

20대 대선은 한국 민주주의의 명암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민주화 이후 네 번째로 여야 간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은 민주주의가 형식적 측면에서 완전히 뿌리를 내린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반면, 고질적인 지역 대립뿐만 아니라 이념진영 간, 세대 간 갈등을 넘어 젠더 갈등까지 증폭하면서 국민이 둘로 나뉘다시피 한 것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물론 급속한 발전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버린 우리 사회에서 갈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고, 갈등을 자유롭게 표출하여 공론화 과정을 밟는 것이 민주주의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공정한 기준, 공정한 절차를 통하여 갈등을 해소할 수만 있으면 오히려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된다.

그러한 기준과 절차의 핵심은 국민적 합의 문서인 헌법에 이미 들어있다. 지난 35년간 우리 역사상 유례가 없는 민주적 헌정이 계속되어온 것은 이 헌법에 힘입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민주주의 수준이 성숙하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불만이다.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민주화를 성취하고도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데 실패한 나라들의 특징은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개혁에 실패하거나, 법치주의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자의적인 잣대로 국정을 운영했다는 점이다.

헌법정신에 맞게 국정 운영하고
권력 내려놓아 국회 협력 이끌어야

새 정부는 다섯 가지 헌법적 의무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헌법 제69조는 새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제66조 제2항에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을 고치겠다고 말하기 전에 헌법을 지키겠다고 말하는 정부를 보고 싶다.

둘째, 대통령직 자체가 헌법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대통령의 지위, 권한 범위와 행사 방법 모두 헌법에 이미 정해져 있다. 헌법 없이는 대통령도 없는 것이다. 언제나 헌법의 수권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식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셋째, 헌법 제70조는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확정하고 한 번만 재임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제128조 제2항은 임기를 연장하거나 중임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 개정을 해봐야 현직 대통령에게는 적용할 수 없게 해놓았다. 대통령은 5년 동안 할 수 있는 것을 순차적으로 정리하여 국정 로드맵을 짜야 한다. 추진 목표·일정·전략을 지혜롭고 유연하게 구성하여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넷째, 헌법 제96조는 행정 각 부의 설치·조직과 직무 범위는 국회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새로 정부가 구성될 때마다 정부 조직 개편을 반복해서 국민이 정부 부처와 하는 일에 대해서 알 수 없을 지경이다. 국정의 계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헌법이 정한 대로 국회와 충분한 협의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다섯째, 한국 헌정 사상 여소야대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단일 야당이 의회의 3분의 2에 육박한 적은 없었다. 국회와의 협력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 새 정부의 최대 과제이다. 이러한 국회 의석 구도를 알면서 소수 정당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국민의 결단이므로,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통하여 국회 의석 구도를 유리하게 변경하려는 시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 권력을 내려놓는 정치 개혁, 국민의 자유와 복지를 위한 과감한 입법을 가지고 거대 야당도 협력할 수밖에 없게 협상하여야 한다. 만약 야당이 협력을 거부할 경우 차기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고, 시간상 그때 가서 입법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월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한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수준을 높이는 정부가 돼 헌정사에 아름답게 기록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개헌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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