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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외교 ‘잃어버린 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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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해외 자원 개발을 적폐로 선언한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해외 자원 개발은 보수·진보 정권 구분 없이 잘 추진됐다. 정권별로 정책 순위에 차이는 있었지만, 김대중·노무현·이명박으로 이어오면서 해외 자원 개발은 늘 정책 중심에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10년간 추진 방향을 설정하는 ‘해외 자원 개발 기본계획’을 처음 만들었다. 이어 노무현 정부도 자원 외교를 통해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표적인 게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코발트 광산 개발 사업이다. 암바토비 광산은 1억4620만톤의 니켈이 매장된 세계 3대 니켈광산이며 연간 최대 4만8000톤이 생산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을 정부 정책의 우선으로 두고 적극적으로 자원 외교를 펼쳤다. 대표적으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을 진두지휘해 성사시켰다. 또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가 파나마 구리광산 확보에 애를 먹고 있음을 보고받고 즉시 파나마로 가 파나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광물자원공사가 원하는 구리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광물자원공사가 투자한 꼬브레 파나마 구리광산은 매장량만 31억8300만톤에 달하며 연간 35만톤이 생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해외광산 잇단 매각
새 정부는 자원확보 적극 나서야

현재 귀한 몸이 된 리튬은 이명박 정부가 자원 외교에서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는 세계 탄산리튬 매장량의 72%를 가진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의 ‘리튬 트라이앵글’에 진출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모든 사업을 접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을 적폐로 낙인찍고 직접 투자도 못 하게 했다. 지난 정부의 자원 개발 정책을 계승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대안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정확한 근거 없이 감사원·검찰 등 사정 기관을 동원해 캐고, 또 캤지만 나오는 게 없었다. 석유공사·광물자원공사 사장들을 재판에 넘겼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자원 개발은 계획 수립부터 공급 기간을 고려해 최소 10년 이상 앞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 지금 당장 쓰려는 게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명박 정부 때 확보한 해외 광산이 지금 빛을 내고 있다.

그런데 문 정부 들어와 잘 가진 해외 광산을 정부 지침에 따라 죄다 팔고 있다. 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한 26개 해외 자산 중 11개는 이미 매각했고, 현재 15곳이 남아 있다. 자원 개발 적폐 광풍이 불었던 지난 5년간 우리 자원 확보 시스템에 ‘잃어버린 5년’ 이상의 후유증을 남겼다.

에너지·광물자원 분야에서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문 정부가 이를 지키기는커녕 큰 빚만 남겼다. 결국 새 정부의 몫이 됐다. 해외 자원 개발은 일반 제조업처럼 당장 성과를 기대하면 안 된다. 자원 가격이 영구적이라면 필요한 만큼 자원을 싸게 사오는 게 훨씬 낫다. 그런데 자원 가격은 변동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해외 자원 개발은 비축 개념도 있다. 땅속에 있는 자원 자체가 비축이다.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캐면 된다.

한국은 세계 9위의 에너지 소비국, 세계 5위의 광물자원 수입국이다. 국내 소비 에너지의 수입 의존도는 94%에 달한다. 자원전쟁은 벌써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준비가 부족하다. 새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손을 내미는 곳을 찾아가 자원 외교를 펼쳐 도움을 줘야 한다. 그리고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동반 진출하는 상호 협력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문 정부처럼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통해 산업에 필요한 자원은 반드시 확보하고 이미 확보한 지분은 잘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이 자원 강국이 될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