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당선인·기업인 회동, 반기업 끝내는 계기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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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미FTA 발효 10주년 기념행사: FTA 주역들과의 대화'에서 감사패를 수여했다. 전경련은 FTA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왼쪽부터 최석영 전 FTA교섭대표, 김진표 의원, 허 회장,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 박진 의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전경련 제공]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미FTA 발효 10주년 기념행사: FTA 주역들과의 대화'에서 감사패를 수여했다. 전경련은 FTA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왼쪽부터 최석영 전 FTA교섭대표, 김진표 의원, 허 회장,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 박진 의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전경련 제공]

문 정부 반기업 정책으로 경제 멍들어  

당선인,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바꿔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늘 경제단체장들과 만난다. 지난 14일 남대문시장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만나 골목 경제의 목소리를 들은 데 이어 이번엔 기업의 목소리를 듣는다. 국민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일이 없고, 요동치는 나라 안팎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윤 당선인이 경제 분야를 연거푸 챙긴다는 건 바람직한 행보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혼밥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남대문 상인회 대표단과 꼬리곰탕을 먹었고 경제단체장(전국경제인연합회·경영자총협회·상공회의소·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과는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그야말로 격의 없이 실무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지난 5년 반(反)기업 시대를 끝내는 전환점이 될 만하다. 문재인 정부는 줄기차게 재벌 개혁과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경제가 정책 실험의 대상으로 전락해 빈부격차 확대와 비정규직 증가, 부동산값 폭등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냈다. 현 정부는 세금으로 알바 일자리를 양산해 놓고도 지금도 고용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반기업 정책의 폐해는 막심하다. 정부의 홍위병처럼 행동한 노조 단체가 세력을 불리면서 한국은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 기업의 창의와 투자 의욕을 꺾는 규제가 급증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외국인 투자는 700억 달러에 그쳤지만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는 26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 우리 청년들은 실업에 신음하는 처지가 됐다.

오늘 회동을 계기로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 활력 있고, 일자리가 넘쳐나는 경제를 만들기 바란다. 회동에 참석하는 6개 경제단체에는 문재인 정부가 철저히 배격한 전경련이 5년 만에 포함됐다. 그동안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비정상이었다. 전경련은 우리 경제 생태계에 없어선 안 될 단체다. 한국에선 대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은 손에 꼽힌다. 이런 현실에서 대기업을 적대시해서는 경제 생태계가 온전할 수 없다.

벤처기업 단체도 대기업과의 협력을 끝없이 요청하고 있다. 경쟁하면서 협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경을 초월한 경제전쟁의 시대에는 대기업이 당연히 많아져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도 대기업에서 많이 만든다. 무엇보다 경제에는 체급이 없다.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에도 재계의 교류가 물꼬를 터야 하는데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의 위상을 고려하면 전경련의 역할은 여전히 크다. 문 대통령이 해외순방과 경제사절단에 대기업 단체를 쏙 빼놓은 게 국익에 도움이 됐겠나. 윤 당선인은 초심을 잃지 않고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