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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보고도 안 받는다"…尹 인수위서 '찬바람' 부는 공수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월요일(21일)부터 정부 각 부처 및 중앙행정기관이 인수위를 상대로 하는 업무보고 대상에도 빠졌다. 명목상으로는 공수처법상 대통령의 지휘를 받지 않는 건 물론 업무보고나 자료제출도 하지 않는 독립기관이란 이유 때문이다. 이에 윤 당선인이 공수처 개혁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위, 공수처 보고도 안 받는다…“대통령 보고기관 아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스1]

2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수위 관계자는 “현행 공수처법 조항을 보면 공수처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법원과 헌법재판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법률 취지에 따라 대통령이 관장하는 행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전문위원이나 직원을 파견받는 것도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가 지목한 해당 조항은 공수처법 제3조 공수처의 독립성 조항이다. 3조 ②항은 ‘수사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어 ③항은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현직 대통령도 업무보고와 자료제출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명문화된 상황에서 대통령직 인수위가 공수처 업무보고를 요청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이에 공수처에 파견 인원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에선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함께 호흡을 맞춘 박기동(50·사법연수원 30기) 원주지청장과 전무곤(49·31기) 안산지청 차장검사를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임명한 것 외에 부장검사 1명, 수사관 6명을 당선인 비서실과 인사검증팀에 파견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인수위 내에 공수처 소속 전문위원이 없기 때문에 공수처 입장에선 대선 공약과 관련해 논의할 소통 창구도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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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법조계 인사는 “통신사찰을 벌이는 등 공수처가 여권 의중에 따라 정치 사찰, 민간인 사찰 기구로 변질됐지 않느냐”라며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확실한 개혁을 예고한 만큼 공수처 관련해선 새로 들을 얘기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게 공수처는 인수위에 낼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윤 당선인이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한 공수처법 24조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 수사가 중복될 경우,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구하면 이첩해야 하고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할 때 공수처에 통지해야 한다'가 존치할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독립기관' 논란…국민의힘 "3부 어디도 소속 안돼 위헌"

공수처가 설립 당시부터 독립성을 강조하다가 정부조직법상 소속과 설치 근거를 명확히 하지 않아 위헌 논란을 부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현행법을 보면 공수처는 입법·사법·행정 등 3부 중 어디에도 소속을 명시하지 않은 기구”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28일 국민의힘 유상범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공수처법 헌법소원심판 합헌' 선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 둘째는 전주혜 의원. [뉴스1]

지난 1월 28일 국민의힘 유상범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공수처법 헌법소원심판 합헌' 선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 둘째는 전주혜 의원. [뉴스1]

위헌 논란은 여권이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와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 삭제 개정안 강행처리 때부터 제기됐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등은 2020년 2월 “공수처법이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는 초헌법적 국가기관을 설치하고,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월 ‘합헌’ 결론과 함께 “공수처법은 검찰권 중 일부를 수사처에 분산한 것으로 수사처는 우리 헌법상 본질적으로 행정에 속하는 사무를 수행한다고 할 것”이라며 “행정부 소속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기본적으로 수사 업무인 공수처는 행정부 소속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 말했다.

공수처 개혁도 후순위될 듯…'수사권 재조정'에 우선순위

이와 별개로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공수처 개혁보다 검경 수사권 재조정을 우선순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공수처 공약 핵심인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에서 우선권 폐지’는 공수처법 24조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를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반면 수사권 재조정은 국회 동의가 필요치 않은 대통령령 개정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의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수사는 6대 범죄에 한정돼 있는데, 이를 바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은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윤 당선인을 피의자로 두고 수사를 진행해 온 공수처에 대한 개혁작업이 정치 보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당선인 신분은 법률적으로 대통령에 준하는 대우를 받기 때문에 윤 당선인을 직접 겨냥한 수사는 중단됐지만,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제보 사주’ 사건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당선인 수사 등 정치적 고려는 인수위와 전혀 상관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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