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방부 1100명 3월내 방빼야…"이사하다 北 해킹 당할까 걱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 새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방부가 바빠졌다. 국방부 청사(10층 규모)에 근무 중인 인원만 1100여명에 이르는 만큼 관련 부서들의 대이동이 불가피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 영내와 영외를 통틀어 10여 군데로 분산해 이사할 계획”이라며 “국방장관실 등 핵심 부서 일부만 바로 옆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이전할 수 있고, 대부분 부서가 흩어져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리모델링하는 기간 등을 고려해 역산해 보면 당장 이달 말까지 이사를 마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가리킨 그림은 새 대통령 집무실 주변 조감도이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가리킨 그림은 새 대통령 집무실 주변 조감도이다. 뉴스1

현재 국방부는 이사 업체에 문의해 가견적만 낸 상태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오늘부터 서둘러 이사 일정을 마무리 짓고 짐을 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내에선 “이사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여기엔 국방부 건물의 특성도 한몫한다.

국방부 청사는 방호 문제로 미닫이창이 없는 데다가, 청사 정문 쪽은 언덕처럼 경사진 형태다. 이 때문에 사다리차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짐을 빼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청사 내 엘리베이터 4대로 이사를 해야 한다”며 “24시간 완전가동을 해도 주어진 시간 내에 이사를 마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사로 대북태세 공백 우려" 

군 안팎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사이버 해킹 가능성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지금도 매일 엄청난 사이버 공격을 하고 있다”며 “배선과 통신망을 다시 깔고 하는 과정에서 보안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합동참모본부의 데이터 설비를 이설하는 과정에서 업체 직원이 실수로 국방 내부망(인트라넷)과 인터넷을 연결해 보안 유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며 “서두르다 보면 그런 위험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가운데)의 모습. 현재 국방부 청사 왼쪽에 합동참모본부 건물이, 청사 앞에 주한미군 기지가 보인다. 뉴스1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가운데)의 모습. 현재 국방부 청사 왼쪽에 합동참모본부 건물이, 청사 앞에 주한미군 기지가 보인다. 뉴스1

북한이 예고한 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 실험 등 중대 도발을 강행할 경우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이 다음 달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전후해 도발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급히 이사하느라 시스템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방부를 정책만 다루는 부처로 이해하면 정말 곤란하다”며 “대북 태세와 관련해선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게 국방부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로 예정된 전반기 한·미 연합훈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군 소식통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동이 당연히 훈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 전에 이사와 훈련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총 이전비 5000억 이상” 관측도

윤 당선인 측이 밝힌 이전 비용 500억원을 놓고도 말들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500억원은 지금 당장 청와대와 국방부를 이전하는 비용만 책정한 것”이라며 “10여 군데로 쪼갠 국방부를 다시 한곳으로 모으면서 합참 등 여러 군 관련 시설을 연쇄 이동하는 비용 등을 추산하면 최소 5000억원 이상은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추산액은 윤 당선인 측에도 보고가 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 청와대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인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직접 답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 청와대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인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직접 답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 청사 이전안을 두고 군 일각에선 “배신감을 느낀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도 군심(軍心)은 안보 중시 관점에서 보수 지지가 대세였다”며 “그런데 이런 상황이 닥치자 ‘까라면 까는 게 군대냐’ ‘배신을 당했다’는 등의 하소연이 많이 들린다”고 말했다.

한편 오늘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안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새 정문 위치도 주목된다. 윤 당선인 측은 현재 주한미군과 함께 쓰는 국방부 청사 맞은편 헬기장 쪽으로 정문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군 관계자는 “이 경우 용산공원이 조성되기 전까지 당분간 미군 기지 담벼락이 그대로 보이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