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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으려 '확진 마스크' 산다고? 확진자들이 알려준 '비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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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코로나에 감염되시면 집에서 일도 안하고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한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올라온 황당한 판매글이다. 그가 내놓은 물품은 ‘확진 판정을 받고 사용한 마스크.’ 가격은 5만원이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숨을 들이마시라”며 ‘고의 감염’을 권한 것이다. 이 글은 곧 삭제됐지만, 온라인에서는 이와 유사한 황당한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 걸리는 법 알려 달라”는 질문과 “확진자와 밥을 먹으라”는 답변이 이어지는 식이다.

장난인지 실제인지 분간하기 힘든 이른바 ‘고의 감염’을 권하는 현상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매일 수십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일부 시민들이 “이렇게 불안할 바에야 빨리 걸리고 싶다”는 심리에 편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언제 걸릴까 불안”“차라리 걸렸으면”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26일 서울 강남역 임시선별검사소에 접수마감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26일 서울 강남역 임시선별검사소에 접수마감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연합뉴스

“확진은 시간문제”라는 자포자기와 불안감,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 하락에 따른 경각심 감소 등 다양한 원인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직장인과 시민들의 인식도 다양하게 ‘변이’되는 추세다. 직장인 김모(47)씨는 “온 가족이 일주일에 세 번은 자가키트로 검사한다. 돈도 돈이지만, 언제 걸릴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지만, 이모(30)씨는 “오미크론은 독감 수준이라고 들었다. 확진됐다 나으면 ‘슈퍼 면역자(백신 접종 완료 후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사람)’가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박모(27)씨는 “요새는 확진돼도 예전만큼 눈치 보이진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김모(28)씨는 “조금 더 퍼져서 독감처럼 되면 확진돼도 출근해야 할 것 같다”며 “그럴 바에야 지금 걸리고 쉬는 게 낫다”고 했다.

“오미크론 안 아프다? 이틀 동안 죽을 뻔”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청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보건 당국이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숫자를 점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이날 신규 확진은 62만1천328명을 기록, 하루 만에 사상 최다를 갈아치웠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구청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보건 당국이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숫자를 점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이날 신규 확진은 62만1천328명을 기록, 하루 만에 사상 최다를 갈아치웠다. 연합뉴스

그러나, 확진을 경험한 이들은 이런 태도에 우려를 표했다. 지난 2일 확진된 직장인 유모(25)씨는 “머리가 이렇게 깨질 것 같은 적은 처음이었다”며 “‘차라리 걸리고 싶다’는 사람들은 안 아파봐서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30대 직장인 채모씨는 “요새 코로나는 별로 안 세다고 하지만, 나는 이틀 동안 죽을 뻔했다. 아프니 무기력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생활지원비를 받아도 손실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장인 김모(28)씨는 “도저히 일할 수가 없어 무급 휴가를 썼다. 출근하지 못해 예상하는 손실만 50만원 정도”라고 했다. 유씨는 “지원금도 줄어서 10만원밖에 안 되고, 신청해도 최소 2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며 “걸려보니 지원금 안 받고 건강한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슈퍼면역은 없다. 감염 최대한 피해야”

일부 전문가는 정부의 방역 완화 시그널이 경각심을 낮췄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를 ‘가벼운 병’이라고 말한 게 영향을 끼쳤다”며 “매일 수백 명씩 사망자가 나오는데 잘못된 메시지를 내니 ‘걸리고 빨리 끝내자’는 인식이 퍼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치사율은 0.01%, 코로나19는 0.14%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보면 치사율이 독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고령자 치사율은 여전히 높다”며 “코로나19를 독감과 비슷하다고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해도 ‘슈퍼 면역’을 갖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백신으로 획득한 면역과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 모두 시간이 지나면 감소한다”며 “코로나19는 여전히 위험한 감염병이다. 생명을 잃지 않더라도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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