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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전형' 마련 대학 재정지원…"새 정부와 상충" 지적

중앙일보

입력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부의 고교학점제 추진계획에 대한 6대 보완대책 이행 촉구'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부의 고교학점제 추진계획에 대한 6대 보완대책 이행 촉구'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올해부터 고교학점제를 반영한 입학 전형을 연구·개발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정시 모집 비율을 늘리는 학교에 재정 지원을 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고교학점제를 얼마나 성실하게 준비하는지’도 평가 항목에 포함한 것이다. 다만 윤석열 당선인이 고교학점제 추진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데다가, 정시 확대와 고교학점제 추진이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대학 현장의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주요 대학 '정시 모집 40% 이상' 참여 가능

교육부는 16일 오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입전형의 공정성을 높이고 학생·학부모의 입시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 대학을 선정해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지난해에는 75개 대학을 선정해 총 553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선정대학이 90여개로 늘고, 총 지원 액수도 575억원으로 확대했다. 중장기 계획수립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안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2년 단위 사업을 올해부터 3년 단위로 개편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서울 주요 대학은 정시비율이 40% 이상, 수도권 대학은 30% 이상 유지해야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 지방대학은 정시 또는 학생부교과전형이 30% 이상이어야 한다. 정시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해당 사업을 통해 그간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및 논술위주 전형 운영 비율이 높았던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모집 비율은 2020학년도 27.8%에서 2023학년도 40.5%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학종 모집비율은 45.3%에서 33.8%로 줄었다.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전형별 모집비율 변화. [교육부]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전형별 모집비율 변화. [교육부]

100점 만점 중 20점이 '고교학점제' 관련 평가 지표  

평가는 대학에서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입전형 및 평가의 공정성 확보 기반 구축’ ‘대입전형 단순화 및 합리성 제고’ ‘입학사정관 등 전문성 강화 노력’ 등을 따져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다만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평가 항목 중 고교학점제와 관련한 지표를 20점으로 높게 배정했다. 고교학점제가 대입전형에도 반영돼 계속 유지·확대될 수 있도록 대학에 인센티브를 줘 정책 마련을 유도하는 셈이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확대는 새 정부 교육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당선인의 교육 공약을 설계한 나승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 이대로 전면 도입하면 그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학교 현장에서도 상당히 준비가 덜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고교학점제를 확대·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정시 확대-고교학점제는 상충" 대학들 난감 

정시 모집 비율 확대와 고교학점제 추진은 상충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취지대로라면 학생별로 다양한 선택과목을 평가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정시보다는 수시 학종에 어울리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사업 참여 자격에는 ‘정시 확대’ 를, 평가 지표에는 ‘고교학점제 추진 계획’을 넣는 게 엇박자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시 비율은 사업 참여를 위한 요건이고, 고교학점제는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대학들이 준비할 부분이기에 두 부분이 서로 상충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서로 다른 측면에서 이뤄지는 활동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를 반영하면 수시 비율을 늘려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정시 확대와 배치되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며 “게다가 새 정부에서 고교학점제를 어떻게 손볼지 모르는 상황인데 어떻게 입학 전형에 반영해야 할지도 난감하고, 그렇다고 안하자니 교육부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라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 평가 지표. [교육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 평가 지표.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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