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 지지" 안현수 사과에도…中광고계 손절나섰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 쇼트트랙 기술코치를 맡았던 빅토르 안. [연합뉴스]

“(대만) 표기는 오류다.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는 빅토르 안(37·한국명 안현수)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 코치의 사과에도, 중국이 등을 돌리고 있다.

아내 우나리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홈페이지에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걸 중국인이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외국인 회원 가입 절차에서 국적 선택 항목에 대만을 다른 국가와 함께 표기한 게 중국 인터넷에 퍼지면서 빅토르 안을 향한 반감이 확산됐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한다. 중국과 대만, 홍콩 등은 나눌 수 없는 하나이며 중화인민공화국만이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라는 의미다.

빅토르 안 웨이보. [사진 빅토르 안 웨이보]

빅토르 안은 지난 14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제 가족의 인터넷 사이트 관리 소홀로 기본 설정에 오류가 발생했다. 현재 복구했고 이 잘못에 대해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나는 중국에서 코치로서 매우 즐겁게 지냈다. 나와 내 가족은 시종일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내 우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인터넷 사이트도 중국어와 영어로 사과문을 올렸다.

우나리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업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사진 우나리닷컴 캡처]

미국에 기반을 둔 중국 온라인 미디어 섭차이나(SupChina)는 15일 빅토르 안의 사과 소식을 전하며 “중국과 한국의 오랜 라이벌 관계를 감안할 때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로 발탁한 빅토르 안은 보기 드문 셀러브리티였다. 중국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더는...”이라고 전했다. 섭차이나는 또 “사과는 빨랐지만, 반응은 싸늘했다”는 웨이보의 반응을 전했다. 한 중국 네티즌은 “웨이보에만 사과문을 올릴 게 아니라 중국 외부(인스타그램)에도 게재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좋아요’가 3만5000개나 달렸다.

광고모델로 나선 빅토르 안. [사진 온라인 캡처]

중국 광고계도 빠르게 ‘손절’에 나섰다. 섭차이나는 “빅토르 안의 사과는 중국 유제품(분유) 회사 쥔러바오와 브랜드 홍보대사 파트너십 종료를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쥔러바오는 14일 “빅토르 안과 협력 관계를 모두 종료했다”고 밝혔다. 빅토르 안을 모델로 내세운 지 불과 10일 만이다. 쥔러바오는 지난 4일 “쇼트트랙 천재 빅토르 안은 실력은 물론 친화력 넘치는 젊은 아버지 이미지를 가졌다”고 극찬했었다. 글로벌 타임스 중국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한 웨이보 해시태그가 2000만건에 육박했고, 일부 네티즌들은 쥔러바오가 빅토르 안을 지원하는데 분노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에서는 ‘스포츠에 큰 공헌을 한 사람인데 나쁜 의도가 없었다면 용서해야 한다’는 중립적인 주장도 나온다”고 전했다. “빅토르 안은 초국가적 스포츠 앰배서더인 만큼 실수한 뒤 제때 사과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라는 전문가 코멘트를 전했다.

지난달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녀 혼성계주 결승에서 중국이 1위를 차지하자 김선태 감독(왼쪽)과 빅토르 안(오른쪽) 기술코치가 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태생인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3개를 휩쓸었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으로 개명한 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 3개를 땄다. 2020년 은퇴한 그는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 코치를 맡아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의 2000m 혼성계주, 남자 1000m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섭차이나는 “중국 스포츠 당국이 빅토르 안과 계속 함께할지 불투명하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빅토르 안은 중국 대표팀과 계약이 만료돼 한국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가족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영화배우 존 시나는 ‘분노의 질주’ 홍보를 위해 “대만은 가장 먼저 영화를 볼 수 있는 국가”라고 말했다가 중국인들에게 뭇매를 맞았고 결국 사과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